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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May 12. 2021

나의 글쓰기는 아픔에서 시작했다.

위기를 기회로

요즘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취준생의 스트레스를 팍팍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나를 힘들게 했다. 글로 벌어먹고 살자니, 당장 수입이 없었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자니,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저항이 너무 강하게 일어나서 나를 컨트롤하는 것이 힘들었다. 밤늦게까지 공고를 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 고민은 언제 끝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진로 고민에 머리를 싸매는 한편, 며칠 동안 글쓰기를 못했다는 부담감이 쌓여갔다. 하루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갔지만, 고작 2줄만 쓰고 글이 써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감은 있었지만 쓰고 싶지 않았다. 꾸역꾸역 쓴다고 써지는 건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너무 별 거 없어 보였다. 설레는 일상이 아니라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일이 많다 보니, 글쓰기의 의욕도 같이 떨어졌다.


글쓰기에 흠뻑 빠져서 글을 쓸 땐,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았는데 ‘무엇’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보내고 있는 따분한 일상에서 쓸 말이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느낄 뿐이지, 실제로 쓸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있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어 했다는 걸 깨달았다. 대단하고 특별한 소재가 없었고, 그런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의 글쓰기는 아픔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역류성 식도염을 겪으면서 느낀 고통과 감정을 글을 쓰며 해소했다. 이를 통해 드러난 증상보다 더 깊은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게 되었고, 전보다 나를 더욱 이해하고 인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글이 쌓여서 브런치북으로 엮은 이야기가 <조금 느리게 가는 중입니다>였다. 애초에 ‘자랑’할만한 이야기가 아닌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글로 담았다. 그 이야기는 대단하고 특별함에서 거리가 아주 먼 초라하고 볼품없는 이야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아픔과 상처를 글로 표현할 때, 나 자신이 초라하고 볼품없게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쌓여갔다. 글을 쓰는 시간이 좋았고, 글을 쓰는 내가 좋았기 때문이다. 분명 글을 쓰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다. 여전히 아프고 힘든 상처는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게 더 마음이 편했고, 그것을 글로 써 내려간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애써 덮어놨던 상처를 스스로 헤집는 꼴이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문제를 주셨냐며 하나님께 따지고 원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과정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이것밖에 할 수 없는 위기처럼 보였지만, 나중에는 이것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나에게 ‘이것’은 글쓰기였다. 작년 4월 초에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며 재미를 알아갈 때, 역류성 식도염에 심하게 걸리면서 음식부터 시작해서 수면, 생활, 취업, 사람들과의 만남 등등 모든 것에 제한이 생겼다. 내가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건 집에서 혼자 글 쓰는 것밖에 없어서 화가 났다. 낫지 않는 병은 괴로웠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문제는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문제는 그대로였지만, 그 문제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조금씩 작아졌다. 글쓰기밖에 할 수 없는 제한적인 환경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위기가 기회가 된 순간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식도염은 아직도 낫지 않았지만 더는 나에게 문제 되지 않는다. 물론 1년 전보다 증상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도염의 문제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하나의 전환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외적인 건강부터 시작해서 내면의 건강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결심은 흔들릴 때가 많다.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때때로 의심하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지만, 요즘은 선택도 집중도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는 엄청나고 뛰어난 것이 아니라 아주 보잘것없는 작은 것에서 시작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적을 게 없다고 느낄 때, 글을 쓰기 싫어질 때 대단한 일을 적으려고 하진 않는지 나를 돌아봐야겠다. 앞으로도 나의 글쓰기는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할 생각이다.     











나의 첫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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