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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단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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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Oct 20. 2021

글을 너무 쓰고 싶었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자

이 공간에 글을 쓰는 게 얼마만인지. 내가 마주하는 화면이 참 어색하다. 오늘 만난 친구와 나눈 대화 덕분인지, 밤이라는 시간의 감성 탓인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이 감사하다는 생각에 괜히 눈물이 핑 돈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렸던 게 7월 11일이었으니, 벌써 세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이렇게 오랜 공백의 시간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 들어간 직장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해서 그랬지만, 그보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자격증 공부 때문이었다. 현재 나는 직업상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입사할 때 직업상담 자격증이 없어도 사회복지 자격증을 비롯하여 사회복지 기관에서 경력이 있었기에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직업상담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어도 권장하는 분위기였고,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직업상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자격증을 따는 게 내가 이 일을 하면서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7월 12일부터 <직업상담사 2급> 1차 시험 접수를 시작하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잠시 글쓰기를 접어야 했다.


사실 짬을 내면 얼마든지 글은 쓸 수 있었다. 매일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었고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충분히 글을 쓸 수도 있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8월 중순에 1차 시험을 보고 9월 1일에 합격 발표가 나면서 기쁘면서 기쁘지 않은 2차 시험공부가 시작됐다.


무슨 놈의 자격증 하나 따는 과정이 이렇게 긴 건지. 분명 내가 결정하고 시작한 공부임에도 포기하고 싶었다. 이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더 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공부는 왜 시작한 걸까 등등. 여러 생각이 올라왔으나 일단 끝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를 이어가며 대망의 10월 16일 2차 시험을 보고 끝냈다. 




한 달 뒤에 나올 결과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끝냈으니 후련하다. 일하면서 자격증 공부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고단한 일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그 이후에 또 강의를 듣고 책을 들여다봐야 해서 눈이 너무 피로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시험이 끝나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글을 못쓰는 공백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무슨 글을 써야 하나 하는 마음에 자신감이 위축되고 글쓰기에 대한 애정도, 감각도 잃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친구를 오랫동안 보지 못하면 관계가 멀어지는 것처럼, 현실에 치여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살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2~3년 만에 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면서, 그리고 지금 집에 와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시간의 공백이 생겨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내가 하기 나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하고는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그간 나누지 못했던 폭풍 수다와 함께 내면의 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쓸 말이 없다고 느꼈던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무색하게, 막상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니 술술 써지는 걸 보면서 공백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관계든, 글쓰기든, 나의 경력이든 그 무엇이든 살아가면서 시간의 공백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겠지만 마음먹기 나름이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면 된다. 



글을 쓰지 못하는 시간은 글쓰기를 내려놓고 있는 게 아니라 글감을 모으는 시간이다. 매실청을 담그면 적당히 숙성을 시켜야 더욱 맛이 나듯이, 글감을 모으면서 숙성시키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적절한 쉼표는 여백의 미처럼 어떤 화려한 그림보다 사람에게 깊은 울림과 진한 여운을 줄 테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브릭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근황 토크 느낌으로 편안하게 썼어요:) 

자격증 시험도 끝났으니 앞으로는 자주 올려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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