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새해 목표는 말이죠
2022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이 토요일, 2일이 일요일, 3일이 월요일.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벌써 1월 3일이다. 새해가 밝아왔지만,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한 주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읽는데 '새해'에 대한 글이 많았다. 새해를 시작하는 다짐, 새해 목표와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아직 목표를 세우지도 못하고 새해를 맞이했는데 다들 부지런하다.
핑계를 대자면, 작년 12월 연말까지 책 출간을 하기 위해 불태워서 그런지 새해를 시작하는 기대와 설렘보다 몸도 마음도 방전 상태다. 딱 일주일만 회사가 방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푹 쉬면서 충전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엉뚱한 망상만 늘어간다. 그동안 퇴근하면서 책 작업을 이어가느냐고 꽤나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당분간 퇴근 후엔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내가 좀 못 말린다. 어쩌겠는가. 오늘은 글을 쓰고 자야 마음이 개운할 것 같은데.
작년 나의 목표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원래 상반기 안에 책을 내려고 했는데, 6월에 취업하게 되면서 12월 안에 출간해야겠다고 미뤄버렸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었고, 친구와 내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오로지 나와의 약속이었다. 사실 이것도 미뤄질 뻔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12월 안에 책을 낼 거라고 공표해놓은 탓에 꼭 지켜내고 싶었다. 브런치에도 그리하겠다고 써놨고.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하여 12월 27일에 출간을 해냈다.
도서 승인을 받았고, 시안대로 출간이 될 것이라는 부크크의 메일을 받았을 때 그 감동이란.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하얗게 불태워서 제출하고 난 뒤에, 지칠 대로 지쳐있어서 출간을 기다리는 기대가 없었는데 그게 또 아니었나 보다. 첫 책 출간이라는 목표를 이뤄낸 나 자신이 많이 기특하고 뿌듯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출간 소식을 알리고 축하를 받았을 때,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책 출간이라는 목표를 잡고 달려온 1년이 넘는 시간은 고되고 지치는 시간이었다. 작년 9월 말부터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고 책 출간이라는 꿈을 갖고 글을 썼다. 작은 새싹이 움트는 설렘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에 부딪히고 글쓰기가 싫어지면서 소진이 되는 순간이 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은 타이밍에 취업한 게 맞다. 바닥난 상태에서 꾸역꾸역 상반기 안에 책을 출간하려고 했다면, 어찌어찌 출간을 하더라도 다시 글을 쓰고 싶다고 마음먹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오히려 원고를 6개월 정도 묵혀놓은 탓에 그나마 객관적인 시각으로 퇴고하는 작업을 거쳐 출간을 마칠 수 있었다.
분명 책 출간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또한 값진 시간이었지만, 앞으로의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책 출간은 당분간 목표에서 없을 예정이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스테르담 작가님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책 출간을 목표로 두는 것은 하얗게 불태우는 단거리 선수라면, 글쓰기를 목적으로 하는 건 버티기가 필요한 장거리 선수라고 하셨다. 정말 적절한 비유다.
아직 나는 글을 쓴 지 1년이 조금 넘은 병아리 작가다. 이 시점에서 글쓰기가 과제나 지루함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저 재밌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 없는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글을 쓰는지를 생각하고,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목표 없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이제 첫 책 출간은 이뤄냈으니, 당분간 출간에 대한 생각은 접고 매일 조금씩 글을 쓰는 습관을 다시 들이려고 한다. 목표 없이 글을 쓰는 것이 올해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