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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Feb 21. 2022

돌고 도는 유행, Y2K 패션을 보며

그리고 나를 보며

Y2K. 2022년 패션 트렌드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단어다. Y는 연도(year), K는 '1000'을 뜻하는 킬로(kilo)를 의미하며 2000년을 가리킨다.  Y2K는 컴퓨터가 2000년을 '00'으로 인식해 1900년과 혼동이 일어나면서 생긴 천 년대의 오류로 '밀레니엄 버그'로도 불린다. 2000년대 패션을 'Y2K'라고 표현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됐는데, 올해 Y2K의 패션이 다시 유행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카프 두건이나 체인벨트, 벨벳 트레이닝복, 틴트 선글라스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아랫배를 드러내는 크롭탑과 함께 밑위길이가 짧은 로우 라이즈 팬츠가 있고 화려한 패턴이나 그림, 캐릭터가 그려진 옷도 다시 돌아오는 패션이라고 한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유행이 한 물 갔다거나 촌스럽다고 지나간 패션을 돌아보고,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을 거쳐서 다시 유행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다른 건 몰라도 스카프 두건이나 로우 라이즈 팬츠가 다시 유행한다는 건 도통 이해가 안 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패션의 세계는 시대를 역행하기도 하나보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들은 벌써 Y2K의 패션을 소화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스우파부터 쿠로미까지...'Y2K 패션 따라잡기' 인기 - ZDNet korea




그럼 나는 어떨까. 평소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나는 트렌드에 맞춰가지 않는다. 옷도 내가 좋고 편한 것을 입으면 그만이다. 옷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패션은 잘 알지 못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옷을 입으면 그제야 그 옷이 괜찮아 보여 한참을 고민하다가 뒤늦게 따라사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튀는 선발주자보다 사람들에게 묻어가는 후발주자가 속 편하다고 할까.


한 번은 친구에게 나는 독특한 옷이 좋다고 하자, 친구가 하는 말이 '그런데 막상 너는 그런 옷을 사지 않고 무난한 옷을 사지 않냐'라고 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유니크한 패션을 보면 시선이 확 끌리는데 막상 내 옷을 사게 될 때는 평상시에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르게 됐다. 그 이유는 옷의 활용도가 가장 크겠지만, 나에게 어울리는지를 생각할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빼놓을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입고 싶은 옷과 주변 사람이 봐도 괜찮은 옷, 그 중간지점을 고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나는 독특한 게 좋았다. 주변 사람들과 똑같은 건, 평범해 보였고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두고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특별해 보였고 멋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옷이 중학생 때였는데, 알록달록 화려한 독수리 한 마리가 크게 그려진 티셔츠였다. 당시에는 분명 마음에 들어서 샀을 텐데, 시간이 지나서 그 옷을 보니 이런 옷을 도대체 왜 샀나 싶었고 도저히 못 입겠다 싶은 옷 1순위가 되어 버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버린 옷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옷이 좀 특이해서 기억에 남을 뿐. 중학생 때로 돌아가서 그 옷을 샀던 나의 심리를 생각하면, 남들과 다른 화려한 옷으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그 옷을 버리고 미련이 남지 않았던 이유는 굳이 화려함으로 나를 꾸미고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내가 무슨 옷을 좋아한다고 한 줄로 정리하려니 어렵다. 다만 남들과 다른 개성이라는 게 꼭 화려하고 튀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위 옷은 날개라고 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생각인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를 말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스티브 잡스 옷' 구글 검색

그는 1998년부터 12년간 검정 터틀넥에 청바지를 고수했다. 이 정도면 아주 지독하다. 그는 하나의 패션만 고집하는 게 질리지도 않았을까. 어쨌든, 그를 보면 "Simple is Best"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패션에서부터 삶에 대한 그의 철학과 분위기 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티브잡스는 남들과 다른 유니크한 패션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굉장히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그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며 카리스마 있고 멋지다.




그렇다고 스티브잡스처럼 하나의 옷만 고집하며 입고 싶지는 않다. 그건 너무 지루하다. 각자에게 맞는 고유한 특성이 있을 테니,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게 더 좋겠다. 그 과정에서 이것도 시도하고 저것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뭐든 말이다. 돌고 도는 유행처럼 결국엔 돌고 돌아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게, 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고 개성인 게 아닌가 싶다. 여전히 나는 무난하고 편안함을 주는 옷이 좋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남들의 시선은 뒤로 하고 과감한 도전도 해보리라.






(대표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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