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추워!"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갑작스레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에 날카로운 바람은 몸을 한껏 움츠리게 만든다. 쪼잔한 회사는 난방비를 아낀다고 지난주까지 히터를 안 틀어줘서 손가락이 다 시렸는데, 다행히 이번 주부터 히터를 틀어줘서 사무실이 따뜻해졌다. 수분 부족 지성형(일명 수부지) 피부인 나는 얼굴이 몹시 건조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추워서 손이 시린 것보단 훨씬 낫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자격증 시험이 끝나면 글을 자주 쓰겠다고 호언장담했건만, 가뭄에 콩 나듯이 글을 쓰고 있는 요즘이다. 시간이 많아지면 글을 자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매번 핑곗거리는 생기고 글쓰기는 내일로 미뤄지기 일쑤다.
퇴근 후 별다른 일정 없이 집에 들어왔을 때 저녁을 먹고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황금 저녁시간. 분명 회사에서 근무할 땐, 집에 도착하면 저녁을 먹고 바로 책상 앞에 앉아서 원고를 퇴고하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전기장판을 켜놓고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서 웹툰이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
머릿속으로는 이제 휴대폰을 그만 내려놓고 일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이불속은 따뜻하고 몸은 노곤해져서 절대 일어나지 못한다. 눈이 피곤한데도 휴대폰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니 디지털 중독이 따로 없다. 결국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눕듯이 앉아서 한숨 자버렸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실패다. 습관적으로 후회하며 나를 자책한다. 반복되는 내 모습에 무기력하고 또 무기력해진다.
지난 글에서 첫 책 출간이 계획보다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 하기 싫고 귀찮은 게 아니라 확신이 없어서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출간은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으니 하고 싶은 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원고 퇴고는 하기 싫고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초고를 쓰는 게 어려운 반면에 퇴고는 수월하게 진행한다면, 반대로 나 같은 사람은 초고는 비교적 어떻게든 쓸 수 있지만 퇴고는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다. 그래도 12월 안에 책을 내겠다고 얘기했으니 어떻게든 쓸 것이다.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니 이불속으로만 들어가서 쉬고 싶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이불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이불속에서 몸은 편하다고 느낄지언정, 한번 들어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이불속은 위험하다. 피곤에 찌든 날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속으로 들어가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은 퇴근 후, 계획한 퇴고는 제대로 못했지만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글을 썼으니 그걸로 만족하련다.
하루를 마무리했을 때, 이불은 내게 주는 달콤한 보상이다. 기상 전과 퇴근 후에 한정해서 위험지역이었던 이불이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바뀐다. 그 즐거움을 얼른 만끽하기 위해서 빠르게 씻고 이불속으로 들어가야겠다.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