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가신 우리 할머니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by 브릭


향년 88세. 1935년생 할머니는 2022년 3월 14일, 새싹이 움트는 봄에 돌아가셨다. 이 글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그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지난주 월요일, 새벽 6시가 되기 전이었다. 엄마는 나를 급하게 깨우셨다. 할머니가 임종하실 것 같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으니 얼른 준비하라고 하셨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잠이 깼고 허둥지둥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동생도 모자만 대충 쓰고 집을 나왔다.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실감 나지 않았고 얼떨떨했다.


할머니는 2016년 5월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평소에 병원도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셨는데, 사람이 죽음의 문턱 앞에 서는 건 한순간이었다. 두 번의 큰 수술을 마쳤고 그 후유증으로 뇌가 손상되어 치매가 왔다. 손자, 손녀들은 물론이고 자식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가끔 알아보시는 것 같기도 했으나 대부분 과거 기억 어딘가에 머물러 계신 것 같았다. 그렇게 건강하셨는데 걷지도 못하시고 와상 생활을 하셨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을까. 그리고 올해까지 약 7년간 요양원에 계시다가 소천하셨다.




사실 할머니의 죽음을 실감했던 건 장례식 둘째 날이었다. 첫날, 상복을 입었을 때도 그리 슬프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를 지나서 '죽음'을 알게 된 후, 가족의 장례식을 겪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랬나 보다. 둘째 날 입관식을 진행하며 가족과 친척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데 그렇게 눈물이 났다. 베옷에 감싸인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 가냘프고 작아져 있었다. 한쪽 다리는 무릎이 굽어서 펴지 못하는 상태였다. 꽃버선은 신기지도 못한 채 할머니 발아래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게 아닌 평안한 모습이셨다.


장례지도사는 아직 귀는 열려있으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다. 이미 소천하신 할머니의 귀가 정말 열려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순간은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우리는 한 명씩 돌아가며 할머니께 못했던 말들을 한 마디씩 했다.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는 말이 또렷하게 들리지 않아서 무엇이라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할머니를 향한 그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 살아생전 살갑게 못해서 죄송해요. 하늘나라에 가서 평안히 계신 줄 믿어요. 그곳에서 다시 만나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친척 언니는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오열하면서, 마지막에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장례지도사 두 분은 가족들이 할머니를 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며 입관식을 진행했다. "입관이오!"를 외치며 할머니를 관에 넣을 때 비로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이 났다. 할머니께 죄송스럽고 슬퍼서 눈물이 났다.


살아있을 때가 기회인데 내가 할머니께 너무 무심했고 무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께 사랑한다고 얼마나 표현했던가, 할머니를 언제 안아드렸던가. 요양원에 계실 때 코로나로 인해 면회를 할 수 없어서 부모님은 비대면으로 영상 통화를 종종 했는데 나는 '다음에 할게요'라며 내가 보내는 시간에 더 집중하지 않았나.


내가 할머니께 효도를 한다면 얼마나 한다고. 할머니께 모습을 자주 비춰드리고 통화도 하고 사랑한다 표현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할 수 없었다. 불효자는 운다고, 불효한 손녀는 울고 있었다. 할머니의 요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 모습이 익숙해졌고 무정했던 내가 죄송하고 후회스러웠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면서도 내가 슬퍼할 자격이 있나 싶었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안 나지만, 할머니는 우리 집에 5년간 계셨다고 한다. 둘째 아들 집에 아이들을 돌봐주고자 그렇게 하셨고 큰집, 작은 집도 돌아다니시며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손주들을 맡아 키우셨다. 할머니는 헌신적이셨다. 자신보다 자식들, 손주들 걱정이 먼저였다. 병원에 잘 가지 않으셨던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검소하고 부지런한 분이셨다. 신앙생활도 게을리하지 않으시고 항상 말씀을 사모하셨다.


할머니가 출석했던 교회에 한 목사님이 장례식 때 말씀을 주셨는데, '권사님(할머니)의 교적부를 찾아보니, 늘 자식들과 손주들을 위한 기도가 들어있었다.'라고 하셨다. 그 기도가 우산이 되어 우리를 보호해주었을 거라고 하셨다. 참으로 감사했다. 할머니의 기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우리에게 흘러서 하나님이 지금까지 인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예배를 드리면서 할머니의 죽음은 끝이 아닌 천국으로 향하는 시작이라는 생각에 소망이 생기고 감사했다.


이 땅에서 사는 동안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슬프고 죄송하지만, 할머니의 영혼은 죽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실 것을 믿기에 감사할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본향으로, 아버지의 품으로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고 인간도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며 할머니의 영혼도 영원한 천국에 계신다. 나중이 되어 할머니를 만나면 반갑게 달려가 안으며 못다 한 한 마디를 하고 싶다.


"할머니, 사랑해요."


할머니는 꽃을 좋아하셨다. 마치 위로하는 것처럼, 장례식장 뒷동산에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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