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알려고 하지 마"라고 하셨다.

비밀

by 브릭

아빠는 내게 말씀하셨다.


"알려고 하지 마."라고.


우선 이 글을 읽기 전에 약속해주면 좋겠다. 내가 이 글을 썼다는 건, 우리 아빠한테 비밀로 하겠다고. 우리 아빠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도 모른 척 눈 감아주겠다고. 자, 진심으로 약속했다면 계속 읽어도 좋다.




늦은 밤, 엄마는 내게 빨래를 널라고 하셨다. 이제 막 자려고 준비했던 나는 투덜대면서 세탁기에 돌아간 빨래를 바구니에 한가득 담았다. 내가 빨래한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빨래를 했냐고 귀찮은 내색을 팍팍 냈다. 평소엔 엄마를 많이 도와드려야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엄마가 도와달라고 할 땐, 엉덩이가 어찌나 무거운지. 침대를 박차고 나오기 힘들다. 어찌 됐든, 거실에 펼쳐진 건조대 앞으로 빨래 바구니를 들고 갔다. 세탁기 탈수를 마치고 잔뜩 구겨진 빨래를 하나씩 잡아 팡팡 털어내고 주름을 피며 건조대에 널고 있었다.


그때 마침 맞은편 냉장고 앞에 서 계신 아빠가 보였다. 그리고 냉동고를 열고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를 꺼내시더니 바지 주머니에 넣으셨다. 그 순간의 장면이 내겐 슬로모션처럼 잡혔다. 분명 아이스크림 같았는데, 그걸 바지 주머니에 넣으시다니.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고 못 본 척 여쭤봤다.


"아빠...ㅋㅋㅋ 주머니에 뭘 숨기신 거예요?"


아빠는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모르셨는지, 나한테 들킨 걸 당황하신 듯싶었다. 시각은 밤 열두 시가 되어가고 있었고, 부엌에 계신 엄마는 아빠의 행동을 보지 못하셨으니 이거야말로 완전 범죄(?)가 따로 없었다. 아빠는 살짝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그리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내 물음에 대답하셨다.


"... 알려고 하지 마ㅋㅋㅋ"


그리고 엄마가 눈치채기 전에 얼른 안방으로 도망가셨다. 문은 살며시 닫혔고 봉투를 뜯는 소리가 들렸다. 내 눈에 비친 아빠의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꼭 철부지 소년 같았다. 저 닫힌 문 너머에 아빠는 아마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있겠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눈 감아주기로 했다. 분명 엄마가 먼저 보셨다면 이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드시냐고 잔소리가 시작됐을 테니 말이다. 나도 아빠를 닮아서 먹을 때 행복한 사람인지라, 야식을 끊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빠!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 야식은 줄여야 해요. 알겠죠?


bottles-ga417ec60a_1920.jpg 야식의 공범(?), 냉장고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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