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글을 쓰자
월요일 늦은 밤, 가까스로 연재글을 업로드했다. 너무 피곤했던지라 깊이 생각은 못하고 한번 쓱 읽어보고 그냥 올려버렸다. 글의 완성도가 낮아도 일단 쓰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숙제를 해결했다는 나름의 후련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100% 후련하지 않고 70%정도 후련한 마음이었다. 왜 그럴까.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일단 잠들었다.
다음날, 내가 글을 잘못 썼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내가 쓴 글에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덜 후련했다고 생각했다. 등록한 어학원을 하루 만에 그만뒀는데, 그 안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웃기려고 쓴 소재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글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흐지부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는 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타인의 약점을 글감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외모에 대해서 언급한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 하고 말았다. 웃기려고 썼는데 사실 웃기지도 않았다. 누군가 비슷한 약점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게다가 그 당사자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을 읽어볼 일이 없겠다는 전제도 은연중에 깔려있어서 쉽게 소재로 썼던 것 같다. 쓰고 보니까 더 최악이다. 나 왜 그랬을까.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을 조롱하고 말았다. 게다가 그냥 사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아무나 볼 수 있는 브런치에 올리다니... 등신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당사자에게도 너무 미안했고 이미 그 글을 읽으며 불쾌감을 느꼈을 사람들에게도 미안했다.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부끄러운 실수를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올린 글을 삭제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이미 브런치북으로 연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글만 삭제할 수도 없었다(브런치북에 연재하는 글을 삭제하려면 브런치북을 통째로 삭제해야 한다). 그래서 수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올린 글이어도 수정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그리고 글을 수정하고 나서 이 반성문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반성문을 쓰지 않고 내가 잘못 쓴 부분만 수정하고 끝내도 될 일이다. 내가 그렇게 많은 구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쓴 글에 많은 반응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읽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실수한 것을 알고 있고 또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는 실수하기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면, 이젠 실수했더라도 바로 잡고 싶었다.
엎지른 물도, 이미 뱉은 말도, 이미 누군가에 읽힌 글도 그 이전 상태로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면 바로 잡을 수 있다. 물은 새로 받으면 되고, 말과 글로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된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상태로 그냥 둔다고 좋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물론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건 쉽지 않다. 그 순간은 부끄럽고 그냥 덮어두고만 싶다. 또 실수했다는 오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독자를 웃기지 않더라도, 내 글에 반응이 없더라도 누군가의 약점을 글감으로 활용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련다. 악의 없이 던진 말에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건 이미 나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련다. 글을 쓰고 나서 만약 내가 이 사람의 입장이라면, 이 글을 읽었을 때 과연 어떤 마음이 들지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야겠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자기 검열로 인해 글을 쓰지 못한다면 안 되겠지만, 나만의 글을 쓰는 기준은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살리는 글을 쓸 것이다. 그것이 꼭 교훈을 담는 글을 쓰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글을 쓰는 나도, 글을 읽는 남도 살리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싶다.
*아래는 다시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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