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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Nov 09. 2020

인간 하정우를 만났다, 책으로.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하정우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됐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을 통 못 가고 있지만 흥행하는 영화들을 영화관 가서 본 적이 많았다. 영화를 통해 배우 하정우를 알게 됐다면, 책을 통해서는 인간 하정우를 만났다. 딱히 하정우의 팬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정우라면 믿고 보는 배우였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캐릭터가 뚜렷하고 카리스마가 있으며 그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를 보면, 어딘가 끌리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우인 그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화 제작자에 걷기를 무척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까지 열었다는 사실은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 배우 하정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하루 3만 보는 기본이고 가끔 10만 보는 걷는다고 한다. 오늘 나는 얼마나 걸었더라? 건강 앱에 걸음수를 확인해보니, 5천 보도 안 된다. 걷기랑 달리기를 30분 정도 했는데도 그렇다. 쩝.


어쨌든, 걷기 예찬론자인 하정우의 글을 읽으며 나도 많이 걸어 다녀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하정우 하면 신들린 먹방 연기도 떠오르는데, 실제로도 먹는 걸 좋아한다며 걷기와 먹기는 환상의 짝꿍이라고 한다. “내겐 삶의 에너지를 얻는 데 걷기만큼이나 먹기도 중요하다. 내 두 다리를 움직여 걸은 만큼, 내 손을 움직여서 끼니를 직접 만드는 과정도 소중하다.” 그는 나름의 요리 철학도 가지고 있다. 직접 요리해먹기를 좋아한다는 모습은 의외였다.


한강을 ‘내 집 마당’이라고 생각하면서 봄이 오면 한강 변을 지나다가 허전해 보이는 곳에 몰래 나무를 심었다는 대목에서 빵 터졌다. 진짜 엉뚱하고 개구쟁이 같은 사람이다. 아무 곳에나 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않고 식물을 심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소탈하고 강건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화려한 배우의 삶 속에 숨은 고뇌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부단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그가 감독과 주연 배우를 맡았지만, 흥행에 실패했던 영화 <허삼관>의 쓰라린 아픔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얘기하며 두려워도 우직하게 걸어가려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 생각하며 속는 순간들이 참 많다. 저 사람은 저럴 거야, 이 사람은 이럴 거야. 입으로 내뱉지는 못해도 속으로 그 사람이 어떠하다고 평가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틀은 어느 순간 그 생각에 그 사람이 아니라 나를 가둬버린다. 생각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나도 변화되지 않는다. 어제는 무너진 사람일지라도 오늘은 일어설 수 있다. 그리고 내일은 걸어가고 뛰어갈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지금은 보잘것없어도 찬란하게 빛나게 될 그날을 기다리고 기대한다.


그가 한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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