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 책을 만드는 것이 오래된 꿈이었다. 올해 4월 초부터 지인들과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브런치를 알게 됐는데, 가입만 해놓고 딱히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이 8월부터 휴식을 가지면서 카톡으로 소통하게 되었다. 이제는 각자 쓴 글을단톡 방에 올리면서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았다. 그렇게라도 소통할 수 있었던 건 좋았지만, 확실히 모여서 할 때보단 아쉬움이 있었다. 단순히 글을 쓰고 나 혼자 만족하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3명의 글쓰기 모임을 넘어서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을 알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내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때 마침 아는 언니를 통해서 9월에 개강하는 온라인 글쓰기 반을 알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까 이걸 보고 내가 떠올랐다면서. 나를 생각해준 그 언니에게 감사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9주간 글을 쓰면서 나만의 책 한 권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활용했다. 멘토 작가님도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계셨기에, 브런치의 장점을 꿰뚫고 있었다. 올해를 돌이켜 봤을 때, 글쓰기반을 통해서 브런치를 시작했던 건 두고두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60일이라는 시간 동안 글을 쓰고 나만의 책 한 권이 인쇄되어 나온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멘토 작가님의 동영상 강의, 1:1 피드백과 9주간의 글쓰기 미션을 수행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알찬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백수인 나는 환급이라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개강을 맞이했을 때, 수강생의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멘토 작가님은 한 분인데, 수강생은 무려 130명이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몸소 느꼈던 순간이었다.
어쨌든 첫 주의 과제는 내 책의 가제목과 목차, 글 한 꼭지를 제출하고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그 후에는 매주 두 꼭지의 글을 제출하는 거였으니, 9주 동안 총 제출하게 되는 글의 양은 17개였다. 처음에는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8월에는 카톡 소통으로 각자 쓰는 시간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편씩 써온 글이 있으니 그걸 책으로 묶으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서 고생했던 일상을 자주 글로 썼으니 자연스레 내가 쓸 분야도 ‘건강 에세이’로 정했다.
하지만 막상 목차를 작성해보려고 하니,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편씩 쓴 글은 목차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글이나, 쓰고 싶은 글을 썼기 때문에 어떻게 목차를 구성해야 할지 막막했다. 멘토 작가님은 공지사항에 목차를 작성하는 게 어렵겠지만, 대강이라도 목차를 짜서 내달라고 하셨다. 작가님의 동영상 강의를 듣고, 인터넷에 목차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검색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보면서 감을 익히려고 했다.
그동안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내려갔다면, 이젠 목차라는 뼈대를 잡고 책을 쓰는 실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내가 집필하려고 하는 분야의 책을 참고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어갔다. '건강 에세이'라고 검색하니,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가 살아나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나 또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고 일상적인 삶에 지장을 겪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그분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내가 겪고 있는 병은 미미할 뿐이었다. 그래서 좀 더 폭을 넓혀서 에세이 분야에서 내가 참고할만한 책을 골라서 목차를 유심히 관찰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며 써놓은 글은 있었기에 (이때만 해도 책을 만든다는 것을 굉장히 쉽게 생각했다) 퍼즐 맞추듯이 끼워 맞추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주차에 글을 내는 건 쉬웠다. 이미 써놓은 글을 약간 수정해서 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책 쓰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오히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과거에 야심 차게 토익스피킹 환급반을 결제했을 때도, 글쓰기반을 시작했을 때도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결국 토익스피킹은 환급도 못 받고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