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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Dec 11. 2020

나를 뭐라고 소개하지?

스물일곱 백수의 브런치 작가 신청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내가 읽고 싶은 에세이 위주로 책 10권의 목차를 살펴봤다. 그리고 그 책들의 목차를 한글 파일에 전부 복사해서 정리한 후 출력했다. 종이로 보는 게 더 편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와 닿는 목차에는 빨간 펜으로 밑줄을 긋고 어설프게 나만의 목차를 짰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브런치 작가 신청이 남아 있었다. 우선 무턱대고 신청하기 전에, 멘토 작가님이 참고 자료로 올려주셨던 다른 사람들의 브런치 작가 신청 후기를 열심히 살펴봤다. 그 자료뿐 아니라 다른 블로그 후기도 찾아보면서 나에게는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4단계로 이루어졌는데 1단계는 작가 소개, 2단계는 브런치 활동계획, 3단계는 자료 첨부, 4단계는 활동 중인 SNS나 홈페이지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특히 내가 어려웠던 건 작가 소개였다.

취업할 때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게 제일 머리 아팠는데, 브런치에서도 나를 소개하라고 했다. 시작부터 막막했다. 현재 백수에다가,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인데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브런치 작가 신청을 많이 참고했다. 한 번에 붙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세 번만에 붙었다고 하고, 또 누구는 열 번이 되어 붙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럼에도 그들의 실패를 참고하는 것이 내겐 큰 도움이 됐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맞다. 아무리 글쓰기가 창작활동이라고 하지만 ‘무’에서 ‘유’가 나오기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모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겐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내가 내세울 게 없다고 할지라도 진정으로 브런치를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는 게, 그렇게 나의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브런치가 원하는 건, 300자로 제한되어 있는 작가 소개에 나의 스펙을 구구절절 말하는 게 아니었다. 짧지만 굵게 나의 스토리를 담는 것이었다. 한참을 지우고 쓰고 반복한 끝에, 나를 있어 보이게 포장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힘을 뺀 상태에서 작가 소개를 완성했다. 그리고 2단계 작가 활동으로 어설프게나마 적어놨던 목차를 작성했다. 누군가의 경험이 내게 길잡이가 되었듯이, 나의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끄럽지만 당시 작가 신청할 때 적어놓은 내용을 아낌없이 공유하려고 한다.




1. 작가 소개

언젠가 저의 책을 내는 것이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것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진로 고민과 함께 건강의 문제로 일을 쉬고 있지만 퇴사 후, 지인들과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이제 저의 꿈은 막연하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더욱 구체적으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아직은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스물일곱의 청년이지만 제 글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또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브런치 활동계획      

분야:  일상, 힐링, 감성 에세이

(나중에 글쓰기의 폭이 넓어지면 소설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Chapter 1. 아픔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날, 먹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어쩌면 당연한 것

-잠 못 드는 밤

-그깟 레깅스가 뭐기에

-신경성? 신경 써. 나 자신에게

 

Chapter 2.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어

-맨 땅에 헤딩

-산을 오르며

-옷과 함께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은 머리 하는 날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에서 활동계획을 묻는 이유는 나만의 특성도 있겠지만, 꾸준함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사장님이나,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 입장에서도 쉽게 그만 둘 사람을 뽑으려고 하진 않는다. 애써 뽑았더니 얼마 못 가서 일을 그만둔다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브런치팀에서도 글을 한 두 개만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을 브런치 작가로 뽑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자료 첨부

-어느 날, 먹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3단계에서는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놓은 두 개의 글을 첨부했다. 첨부한 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신청하는 그 날 당일에 바로 쓴 글이 아니었다.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쌓온 글이 있었는데,  내 기준에서 가장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던 글을 뽑아서 첨부한 것이었다. 두 개의 글은 나중에 쪼개져서 네 개의 글이 되었다. 글이 쪼개진 이유는 한 편의 글 안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서였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하단에 첨부하도록 하겠다.   

 

4. 활동 중인 SNS나 홈페이지

당시 나는 SNS는 유일하게 카톡만 하고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북도 안 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 브런치에서 스펙이라고 하면 마지막 단계가 아닐까 하고 혼자서 생각했는데, SNS 활동을 안 하고 있으니 보여줄 게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사람의 후기를 보니 주소를 넣지 않고 신청했는데 합격했다고 해서, 아쉽지만 나도 그냥 비워놓고 신청했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현재 작가 소개에 있는 인스타그램은 구독자가 30명이 되면서 새로 만들었다)  




신청했던 날짜는 9월 11일 금요일 오후 11시 20분이었다. (그때 캡처했던 사진을 확인해보니 그러하다) 그리고 9월 14일 월요일 오후 2시 30분이 좀 넘어서 메일을 받았다. 브런치팀에게 나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 결과는 합격이었다. 합격이 될 때까지 신청하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한 번에 합격 메일을 받다니, 정말 기뻤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엄마한테, 남자친구한테, 가까운 몇몇 지인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작가님’이라는 낯설고 간지러운 호칭에 설레서 메일을 보고 또 봤다. 입이 씰룩씰룩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 봐도 기분이 참 좋다)


그때를 회상하며 이 글을 적는데, 문득 옥상달빛의 <없는 게 메리트>라는 노래가 생각나서 가사를 찾아 다시 들어봤다.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
(중략)
나는 가진 게 없어
손해 볼 게 없다네 난
정말 괜찮아요
그리 슬프지 않아요
주머니 속에 용기를 꺼내보고
오늘도 웃는다     


지금보다 어릴 적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왜 '없는 게 메리트'라고 하는지 마음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백수로 지내면서 정말 가진 게 없다 보니 손해 볼 게 없다는 가사가 마음에 확 와 닿는다. 손해 볼 게 없으니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머뭇거리게 된다면 이 가사를 생각해야겠다. 나는 손해 볼 게 없다고. 젊음이라는 게 단순히 '나이'라기보다 그런 '마인드'가 젊음이 아닐까 싶다. 이 지면을 빌어 브런치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가진 게 없는 내가 주머니 속에 꺼낸 용기에 웃음 짓게 해 줘서. 내게 글을 쓸 수 있는 방 한 칸을 내어줘서.

   





작가 신청할 때 첨부한 원본의 글들은 수정해서 아래의 글들로 탄생했습니다. 수정하기 전, 원본의 글이 부족했음에도 브런치팀에서 저의 가능성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하시는 분들에게 제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파이팅입니다!^^



1. 어느 날 먹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https://brunch.co.kr/@pile-brick/3

https://brunch.co.kr/@pile-brick/4


2. 내가 글을 쓰는 이유

https://brunch.co.kr/@pile-brick/31

https://brunch.co.kr/@pile-brick/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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