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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an 02. 2021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글을 쓰기 싫을 때(2): 실천편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필수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휴대폰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물론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기사님은 빼고.


공부하는 학생이나 직업에 따라 경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요즘 휴대폰은 날이 갈수록 더 스마트해지기 때문에, 연락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자주 쓰는 물건이다 보니 덩달아 휴대폰의 배터리도 중요하다.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별로 남지 않았을 때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나 또한 보조배터리를 까먹고 챙기지 못했다거나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일 때, 퍽 난감한 적이 종종 있었다. 휴대폰에 깔린 지도를 보며 새로운 곳을 찾아가거나 누군가를 만나려고 약속 장소로 갈 때, 배터리가 얼마 없다면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의욕 넘치는 상태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을 쓰기 싫을 때도 있다. 그런 마음에서, 지난번 <글태기가 왔나?: 글을 쓰기 싫을 때(1): 감정편>을 썼다.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고, 출판사에 처음으로 원고를 투고했지만 둘 다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 글이 못나 보이고 기운이 빠졌는데, 나의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면서 다시 털고 일어났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멈추면, 아예 멈춰버릴 것 같아서 뭐라도 썼다. 앞으로 내가 받을 수많은 거절 중에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인드 컨트롤은 글을 쓰기 싫을 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써야겠는데, 글을 쓰기 싫을 때가 분명 온다.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방법들을 3단계로 얘기하겠다.



-1단계(배터리 0-10%)

: 의도적 휴식이 필요하다.

이미 방전된 상태에서는 글을 쓸 수가 없다. 글을 쓰면서 얻는 에너지도 분명 있지만 글을 쓰려면 우선 쓰려고 하는 ‘집중력’과 ‘쓰기’라는 에너지가 사용된다. 아예 글을 쓸 수 없다면 어느 정도 에너지가 차오를 때까진 쉬어야 한다. 나는 스스로 채찍질하는 성향이 있어서 글을 한 편이라도 못 쓴 날은 자책을 많이 했다. 그래서 주말에는 쉬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럼에도 온전하게 쉼을 갖지 못한 날들이 많이 있었다. 정말이지 그럴 땐, 내 머릿속에 ON/OFF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못 쓰고 있는 자신을 책망하지 말자. 나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쉬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본다거나 노래를 듣는다거나 등등 글쓰기 말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쉬어가자.

     


-2단계(배터리 20-30%)

: 마인드를 점검하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혹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방전 상태는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다. 에너지를 긁어모아 글을 한 편 쓸 수는 있겠지만 금세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글은 써야겠는데 기분이 축 가라앉아서 쓰고 싶지 않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인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자.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스테르담 작가님 강의를 들으며 작년 10월에 적어놓은 내용이다. 처음에는 한글 파일에 적어 놨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휴대폰 메모에 옮겨 적었고, 또 한 달이 지나서 작은 종이에 옮겨 적고 옷장 앞에 붙여 놨다. 오늘 이 글을 적기 전에 새해를 맞이할 겸, 조금 큰 종이에 한 번 더 적으면서 마인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가지라도 좋으니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꼭 적어서 자주 보는 곳에 붙여놓기를 바란다. 휴대폰 메모에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휴대폰이 좋다면 잠금 화면이나 배경화면으로 하는 것도 좋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시각적으로 계속 노출시켜주는 것은 글을 쓰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된다. 소리 내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단계(배터리 50-80%)

: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시간이 좀 지나서 배터리가 꽤 찼다. 이때는 ‘글을 좀 써볼까?’ 하는 상태일 수 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생겨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사실 글을 쓰려고 앉는 것도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켰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스타그램이 궁금해서 휴대폰을 손에 잡는다. 괜히 오늘 날씨가 어떤지도 찾아본다. 어느새 인터넷 검색을 하느라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이럴 게 아니라, 브런치에 올라온 글도 읽어야겠다 싶다. 글을 쓰려고 켜놓은 노트북은 시간이 지나 절전 모드로 바뀌었다.

 

엉뚱한 곳에 시간을 쏟느라 정작 내 글은 쓰지 못한다. 우리에게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 한정적인 에너지를 알맞은 곳에 쓰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 글을 적는 게 우선이다. 주변에 분산시켰던 에너지를 나에게 한 곳으로 모아서 글을 쓸 수 있도록 선택하고 집중해보자.

    



앞에서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얘기했지만, 글을 쓰기 싫을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쉬는 게 장땡이다. 잘 쉬어야 계속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라고 생각한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마라톤을 해보는 건데,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을 쌓아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지금 의욕이 불타오른다고 냅다 달린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저앉고 만다. 심신에 큰 타격을 입어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싫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의도적으로 휴식을 가지면서 잘 쉬어가자. 

     


2021년 벌써 새해가 시작되었다. 의지에 불타올라서 새로운 계획을 짜기에 딱 좋은 1월이다. 계획을 열심히 짜는 것도 좋지만 실천이 가능하도록 너무 욕심 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수준보다 큰 욕심을 부리면 결국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나도 프로 작심삼일러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다음 시간에는 의지 부족, 작심삼일이었던 내가 글쓰기를 지속했던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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