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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Dec 24. 2020

글태기가 왔나?

글을 쓰기 싫을 때 (1): 감정편

큰일이다. 요즘 자꾸 무기력해진다. 무기력병이 도졌나 보다. 원래도 프로 무기력한 사람이긴 하다만, 그래도 11월까지 괜찮았던 것 같은데 12월이 되면서 심신이 자주 지친다.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여름부터 다녔던 필라테스 센터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휴관 중이고, 레슨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운동을 했는데 그것마저도 시들해졌다.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이틀 안 하니까 계속 미루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저께부터 매일 매트를 펴고 10분이라도 운동을 하려고 한다. 작심삼일도 반복하면 다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글쓰기는 놓지 않고 있는데, 글태기(글쓰기 권태기)가 온 건지 요즘 글쓰기가 귀찮고 싫어진다. 누가 억지로 시키냐고? 아니다. 이젠 매주 글 2개씩 써서 제출해야 했던 9주 프로젝트 글쓰기 반도 진즉 끝났고(이 또한 내가 원해서 시작했다) 지금도 오로지 내 의지로 글을 쓰는 중이다.


약 두 달 전에 썼던 <글이 써지지 않아서 글을 쓴다>는 내용은 내가 원하는 글이 나오지 않아서 쓴 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글을 쓰기 싫다고 투정을 섞어 쓰는 중이다. 결과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글이 안 써지는 것과 글을 쓰기 싫은 건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쓰고 싶은데 막히는 상황이고, 후자는 그냥 쓰기 싫은 거다.


물론 쓰기 싫은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몸이 안 좋다거나, 이유 없이 기분이 처진다거나, 엄마랑 싸웠다거나 등등. 하나, 하나 말하자면 끝이 없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도 매 끼니를 차려먹기는 귀찮듯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도 항상 의욕에 불타서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새롭게 익히고 배우는 걸 좋아해도, 그 열정이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쉽게 무기력에 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내가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스스로도 놀랍다.




특히 이번 주는 글을 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월요일에 연속 2연패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12월 초반에 출간 기획서를 보낸 출판사에서 보자고 하셔서 첫 미팅을 했었다. (나중에 이 얘기는 자세히 풀도록 하겠다) 일단 기획서를 보고 미팅을 한 것 자체가 나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꽤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 월요일에 전체 원고를 보시더니 내 글에 메시지가 없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결국 첫 번째로 원고를 투고했던 출판사에게 거절을 당했다.


그리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이미 힘이 빠진 상태로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당선작을 확인했는데 개성 있고 뛰어난 작가님들이 대상을 받으셨다. 참 부러웠다. 나도 11월 1일, 프로젝트 응모기간 마지막 날에 나의 첫 브런치북을 제출했었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안 된 것을 확인하니까 힘이 빠졌다. 응모했을 때만 해도 내가 도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기쁜 마음이었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았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빨리 발표가 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내가 원고를 투고할 출판사와 겹쳐서 서로 자기 출판사에서 내달라고 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나도 안다. 웃기다는 거. 참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민망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지 않는가. 처음엔 기대도 안 했는데 사람 마음이 그랬다.




어쨌든, 연속적으로 '꽝'이 나오니까 아무런 의욕이 나지 않았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릴 힘이 없었다. 내 글이 너무 못나보였다. 그럼에도 바로 그날 다른 출판사에 투고했다. 사실 내 원고를 투고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어차피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한 군데, 아니 엄밀히 말하면 11군데(브런치북 프로젝트 제휴 출판사까지 합해서)라고 해야 하나. 아, 이러니까 너무 많아 보인다. 그냥 두 군데에서 거절당한 걸로 하자. 그렇게 합의 보자. 고작 두 군데에서 거절당한 것뿐이라고,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다음 날, 인스타그램에 나를 다독이는 글을 적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글’을 사랑하는 것이지만, 내 글 또한 ‘나’이기에 포함해서 적었다. 그에 대한 답으로 '아무리 내 글이 못나보여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기, 쉽지 않지만 더 나아질 거라 다독이기.'라고 나를 위로했다.


이번 주 유독 글을 쓰기가 힘들고 싫었다고 투정하듯 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는 이 시간에 스스로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이 주제로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다음에 이어서 <글을 쓰기 싫을 때 (2): 실천 편>을 쓰려고 한다.


초반에 비해서 요즘은 글쓰기 의욕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매거진도 많이 만들었고.


나 혼자 떠들어대고 위로받고 끝나는 글이 아니라 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내 원고가 출판사로부터 얼마나 거절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정 안 되면 내가 스스로 책을 내는 방법도 있으니 좌절할 거 없다. 백수인 데다가 잃을 것도 없으니 될 때까지 도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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