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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an 11. 2021

드디어 나의 첫 책이 왔다!

'아직은' 소장용입니다.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을 때, 설레는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기다리고 있던 택배가 발송되었다는 문자가 아닐까 싶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이 배송 예정입니다."고 말이다.  요즘에는 배송 서비스가 하도 빨라서 주문을 하면 바로 그날이나, 그다음 날 기다렸던 물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주문한 상품이 품절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을 비우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실 그 기다림은 드문 일이 아니고 누구나 많이 겪는 경험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두 달이나 기다렸다. 도대체 내가 기다린 물건은 어떤 것이었을까? 바로 내가 쓴 나의 첫 책이었다. 작년 9월 7일부터 11월 8일까지 60일 동안 쏟았던 나의 노력의 결과물이 드디어 지난주 1월 9일 토요일에 배송되어 왔다. 내 손에 잡히는 나의 첫 책을 보면서 혼자 감동받았다. 표지 디자인부터 목차, 글씨체도 너무 마음에 든다. 예쁘게 잘 만들어주신 담당 편집자님께 감사드린다.


내 이름 석자가 박혀있는 게 마냥 신기하다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소장용으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다. '아직은' 그렇다. 아는 언니를 통해 패스트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완주반을 수강했었다. 9주간 열심히 글을 쓰면서 나의 책이 나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완주반의 제목은 <브런치로 책 출판하기>였다. 브런치는 알고 있었지만 온라인 글쓰기반을 수강하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이란 도전도 처음 했다. 작년에 내가 제일 잘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60일이라는 시간을 통해 나의 첫 책이 탄생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출판은 아니다. 출판은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음’이라는 뜻이다. 인쇄된 형태는 맞지만, 세상에 내놓지는 않았다. 이 종이 책의 독자는 오직 ‘나’이기 때문이다. 내 노력의 결실이 이렇게 맺었다는 걸 보니, 정말 뿌듯하고 기쁘면서도 세상에 딱 한 권밖에 없다는 점이 퍽 아쉽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이 프로그램에 1기생인데(돌아보니 이 점도 뿌듯하다), 참여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메리트 중에서 눈에 들어왔던 건 환급도 있었지만, 그보다 우수 수강생에게 정식 출판의 기회까지 준다는 점이었다! 나는 내 책을 써서 출판하고 싶은 꿈이 있다. 심지어 우수 수강생의 기준도 까다롭지 않았다. 9주 동안 주 1회 글쓰기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총 9번 중에 7번 이상 달성하는 자, 최종 과제를 템플릿에 맞춰서 제출한 자였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내 첫 책이 인쇄되어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우수 수강생이 되어 출판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 기간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도 있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도 똑같이 11월 8일에 마감인 줄 알았다가, 11월 1일인 것을 일주일 전에 알게 되어 막판 스퍼트에 엄청 열을 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나는 생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너무 열정을 불태우면 금방 재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 천천히 충전하면서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정식 출판 제의를 받는다면 정말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으리라. 또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비해서 온라인 완주반의 경쟁률이 확실히 적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10명의 작가님들을 뽑는데 3,700여 편의 브런치북이 응모한 데에 비해서(370:1), 1기 수강생은 130명이었다. 130명이 모두 최종 과제까지 해낸다고 할지라도 경쟁률은 130:1이었다. 당연히 경쟁률이 적은 곳이 더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주 최종 과제를 제출하며 개인적으로 멘토 작가님께 질문을 남겼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내 원고가 출판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게다가 우수 수강생의 기준이 까다롭지 않았기에 조금은 담대함을 가지고 질문할 수 있었다.


“글쓰기 완주반에서 우수 수강생의 글을 열람하고 정식 출판 제의를 드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당첨자 발표를 공지하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연락이 가는 거라면 언제쯤 연락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기간에 연락이 없다면 안 된 걸로 알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책을 출판하고 싶어서 여쭤봅니다.”


어떻게든 책을 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지는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쭤봤다. 멘토 작가님은 며칠이 지난 후, 답변을 남겨 주셨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리게 되는 부분인데요. 연락이 없다면 안 되는 거라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책을 출판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이상의 글쓰기 내공을 기르고 전문가의 카운슬링을 받으셔야 한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다면 SNS를 통해서 얼마든지 질문 달라고 하시면서 9주간 너무 고생 많았다고 해주셨다. 냉정하면서도 따뜻함이 공존하는 답변이었다. 기대를 걸었으나 내 책을 출판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소견이었다.


출판 제의를 드릴 수도 있다고 애매모호하게 답을 해서 희망고문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았다. 그래, 맞아. 냉정하지만 객관적인 답변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힘이 빠졌다. 나는 충분히 열심히 했는데, 출판의 문턱이 그렇게 높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글이 그렇게 형편없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하지만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참가한 프로그램에서 좋은 기회로 연결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기대만큼 안 되었다면 다른 곳을 두드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스스로 책을 내는 방법도 있으니(대표적으로 부크크) 좌절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아무튼, 2020년의 결과물이 나의 첫 책으로 나와서 2021년을 좀 더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글을 쓸 수 있도록 꿈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드린다. 글을 쓰기 힘들 때, 내가 쓴 책을 보며 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올해는 이 책을 출판하는 일만 남았다. 서두르지 않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내가 지은 첫 책의 제목대로.   


모쪼록 책 출간기의 소식을 가져오는 날까지, 나의 과정을 함께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때가 오면, 세상에 한 권뿐인 책을 넘어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의 첫 이야기 <조금 느리게 가는 중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rick1




    

이번 주에 들려줄 이야기의 제목을 예고편의 느낌으로 먼저 남기려고 한다. 꼭 쓰고 말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열심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내가 나를 홍보하면 벌어지는 일 (1): ‘누가 나를 알아주나?’ 생각이 들 때


-내가 나를 홍보하면 벌어지는 일 (2): 출판사와 첫 미팅을 하다.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나를 홍보하면 벌어지는 일 (3): ? (제목은 추후에 공개하겠습니다)     


참고로 나는 '홍보'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셀프 홍보'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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