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했던 초반에는 주위에 별로 알리지 않았다. 나름 신비주의 콘셉으로 시작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 글쓰기반에서 마지막 과제로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마케팅 요소를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기획서를 작성할 땐, 너무 막막해서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을 검색했다. 여러 글과 영상을 보면서 출판사의 입장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었다. 출판사라는 기업이 내 책과 계약을 맺는 것은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고, 출판이라는 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출판사는 팔리는 책이 되어야 했다.
팔리는 책이라고 한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책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어줄 사람이 더 중요했다. 아무리 책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읽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 책은 나왔다가 세상의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묻혀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애써 만든 책이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았다.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하려고 한다면, 그전에 출간 기획서를 꼭 작성해보시길!) 나는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내가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사람이거나 내 글을 읽어주는 구독자 수가 많은 상황도 아니었다. 마케팅적 부분에서 봤을 때, 출판사가 내 책에 투자하기에는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가야 했다. 실제로 출판사에서 SNS의 구독자 수나, 팔로우 수를 본다고 하니 이 점도 무시할 수는 없는 요소였다. ‘글’만 놓고 봤을 때도 남들보다 탁월하게 잘 쓴다고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마냥 나를 알아봐 주기만 기다릴 수 없었다. ‘누가 나를 알아주나’ 생각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홍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나를 알리기 시작했다. 책이 나온 후에 홍보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 책이 나올지 알 수 없기에 “나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라고 먼저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내가 글을 쓴다는 근황을 알고 있었던 몇몇 친구들에게 브런치 주소를 보내면서 나를 알렸다. 그리고 구독자가 30명이 되었을 때, ‘브릭’으로 새 계정을 만들어서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다. ‘글을 쓰는 나’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내 첫 책에 대한 글을 한 편씩 올렸다. 인스타그램을 꽤 오랫동안 안 하다가 다시 시작하려니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도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웃긴 에피소드도 있었다.
하지만 브런치에 다른 작가님들을 보면서 내 안에 수시로 비집고 들어오는 비교와 열등감은 좀처럼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나보다 구독자 수가 많은 작가님들을 보면 부럽고 질투가 났다. 동시에 나는 ‘인기가 없는’ 브런치 작가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왜 이렇게 자괴감이 쉽게 드는 건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종종 조언을 구하는 목사님께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요즘은 출판사에서 마케팅 때문에, SNS의 팔로우 수나 구독자 수도 본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수가 적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돼요.인스타그램도 시작했는데 좀처럼 늘지 않네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고민에, 목사님은 신경 쓰지 말라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위로를 해주실 것 같았다. 그런데 뼈를 때리는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 여기저기에 ‘글 쓰고 있는 너’를 알려.
나는 나름대로 나를 알린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내 근황을 이미 알고 있는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얘기했을 뿐,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지 않았다. 말로는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라고 인스타그램도 만들고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기가 좀 부끄러웠다.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기보다 나를 알리는 게 쑥스러웠다. 소심한 성격이기도 해서 지인에게 SNS 주소를 얘기하면서 ‘내가 여기서 글을 쓰고 있는데 팔로우나 구독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평소에도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극도로 싫어했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구독자 수가 별로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받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낄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나를 홍보하는 건,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는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나는 안 된다'라고 생각했던 틀을 깨고 나를 홍보하는 일에 도전해야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민폐는 나쁘고 해로운 일인데 내가 글을 쓴다고 응원과 관심을 바란다는 게 지인에게 그렇게 민폐일까 싶기도 했다. 어차피 홍보하고 나면 나의 몫은 끝난 것이고, 나를 구독하고 팔로우할지는 지인이 판단하고 결정할 부분이지,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좀 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좀 더 폭을 넓혀서 적극적으로 나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엄청 공격적으로 홍보하진 않았다. 연락을 오래 안 하고 지냈던 지인에게는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사람에겐 알려도 답변을 해주겠다.’싶은 지인들에게 연락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변수도 있었다. 나 혼자 들떠서(?) 너무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도 있었다. 이 친구의 경우는 ‘글을 쓰는 나’를 알리려고 했다기보다, 어떤 계기를 통해서 그 친구가 생각났고 근황이 궁금해서 연락을 하는 겸, 내 근황도 살짝 얘기했는데 바빠서 그랬는지 몰라도 답은 영영 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읽고 씹힘을 당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뜬금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나는 뒤끝 있고 쿨한 사람이 아니어서 서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내가 나를 홍보한 일은 나에게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한 사람, 한 사람 반응에 신경을 덜 쓰게 됐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전에는 숲 안에 나무의 잎사귀를 보면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렸다면 이제는 숲을 보려고 노력하니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예전보다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나를 홍보하면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10명에게만 알렸을 땐, 반응에 대한 감정 소모가 컸다면 30명에게 알리니 반응에 대해서도 전보다 무덤덤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나를 홍보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건 바로 출판사와의 연결이었다. 평소 나를 보면 언제 사회복지(원래 전공)할 거냐면서 구박 아닌 구박을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내가 처음 만든 브런치북을 보내면서 나를 홍보하자, 그분의 페이스북에도 나의 브런치북을 올리시면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시는 게 아닌가.
와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나를 응원해주시고 홍보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는데, 그분이 평소 알고 지내던 출판사 상무님께 내 브런치북 링크를 보내면서 이곳에서 책을 냈으면 좋겠다고, 검토 부탁드린다고 연락을 드린 것이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가 금요일이었는데, 상무님께서 검토한 후, 월요일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지인께 답변을 주셨다고 했다.
나는 그저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알렸을 뿐인데, 그분께서 자진해서 나와 출판사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셨다. 감동에 감동이었다. 출판사 상무님이 검토해주신다고 하는데,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없을까 생각했는데, 온라인 완주반 과제로 작성했던 출간 기획서가 떠올랐다. 역시 뭐든 다 써먹게 되어있다. 부족한 기획서이긴 하지만 원고와 함께 지인께 보냈고, 상무님께도 나의 기획서가 전달되었다.
사실 상무님께서 원고를 검토했을지라도, 긍정적인 답이 안 올 수도 있어서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방 청소를 하고 있는데 지인께 전화가 왔다. 냉큼 받았는데, 상무님께서 나를 보자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내가 쓴 원고의 흐름이 좀 중구난방이긴 하지만, 글 솜씨가 있다며 보자고 하셨단다. 세상에. 내게도 이런 일이. 감격스러웠다. 내가 나를 홍보하니 벌어진 일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져있었다면 이런 기회도 오지 못했을 것이다. 출판사 상무님과는 그 주 수요일에 뵙기로 했다. 지인께서도 출판사에 볼일이 있다고 같이 가주신다고 하셔서 정말 든든했다.
‘누가 나를 알아주나?’ 생각이 들 때, 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보는 건 어떨까. 단, 홍보할 때 과연 이 사람이 구독과 팔로우를 해줄지 반응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그저 나를 알린다고 마음을 가볍게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구독과 팔로우는 그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할 몫이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를 알리는 것뿐이다. 반응에 연연하지 않는 게 나도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면 오히려 사소한 반응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지도.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
-내가 나를 홍보하면 벌어지는 일 (2): 출판사와 첫 미팅을 하다.(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