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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Feb 20. 2021

글쓰기로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자기 자신을 후원하는 일은 멋진 일이다

설 연휴가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 블로그 원고 작성 알바로 지원했던 곳에서 연락이 왔다. 바로 채용이 됐다는 건 아니었고 테스트 원고를 제출해서 합격하면 채용이 되는 방식이었다. 나름 체계적인 시스템을 보면서 신기했다. 그곳에서도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하게 일할 사람을 모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하게 하는 건 자신 있다고 생각하며 예시 파일을 열어봤다.


그런데, 웬걸. 급 자신감이 하락했다. 블로그 원고 작성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업체에 대한 광고성 글을 작성하는 것이 전혀 쉬워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서 원고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 보였다. 쉽게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내가 쓰고 싶은 내용도 아니었다. 차라리 회사를 다녔을 때, 업무 보고서를 썼던 쪽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업무를 바탕으로 작성한 거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건 내가 경험한 것도 아니고 단순 정보와 나의 문장력을 버무려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나의 글쓰기를 살리고 싶었는데,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인가 싶었다. 내가 너무 쉬운 일만 찾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질문하게 됐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싶었다. 글쓰기만큼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나의 언어로 무한하게 펼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이 없어도 지금까지 글쓰기를 이어올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고 자판에 두들겨가면서 하나의 글이 나왔을 때, 완성도를 떠나서 성취감을 느꼈고 뿌듯했다. 그건 내가 원하는 대로 글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글쓰기로 돈을 번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나에게 돈을 주는 대상이 존재해야 가능하고, 나는 그 사람이나 업체를 위한 맞춤형 글을 써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유명 작가여서 원하는 대로 글을 써서 돈을 받는다면 모를까. 슬플 것도 없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투잡, 더 나아가 N 잡을 생각 했다. 나의 모든 돈벌이를 글쓰기로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돈벌이를 글쓰기에만 의지한다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지 못한 채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을까 싶었다. 꼴도 보기 싫은 글쓰기가 되어버리는 건, 절대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그럼 난 뭘 해야 되지?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왜 나는 진로 방황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나 자신이 한심하고 미워졌다. 하기 싫다고 노래를 불렀던 사회복지를 다시 해야 할까.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작가 지망생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얘기했는데, 현실에 굴복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전공한 건 ‘사회복지’ 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제목에 이끌려서 유튜브 영상 하나를 봤다. 제목은 <예술한다고 가난하게 살 필요 없어요>였다. 이 영상을 통해 그림 유튜버 이연님을 처음 알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잡을 하라고 했다. 영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좋아하는 책이라며 「빅 매직」의 문장을 인용했는데 나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말이었다.


“나는 내 글쓰기에게 내 삶의 재정적 책무를 맡기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창조성에서 생활비를 짜내려 노력하다 결국 그 창조성의 씨를 말려 죽이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가장 최악은 그들이 종종 창작활동 자체를 그만둔다는 것이다.”


지난번, 한 출판사에서 ‘내 글에 메시지가 약하다’는 피드백을 듣고 다시 목차를 짜다가 그만뒀던 기억이 났다. (출판 제안은 아니었으나 혼자 목차를 다시 짜보는 시간을 가졌다) 머리를 아무리 짜내도 출판사가 원할 법한 내용이 나에게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게 나의 한계였다. 물론 그 과정을 거쳐서 내가 성장할 수 있겠지만, 아직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그럴 때 비교적 글도 힘들지 않게 써졌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먹여 살리면서 동시에 당신의 창조성까지도 부양할 수 있다. 그 일이 당신의 작품을 더욱 강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 이연님은 자기 자신을 후원하는 일은 멋진 일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자신을 응원하는 일이니 말이다. 영상을 보면서 실패에 대한 생각은 옅어지고 나는 나를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꼭 글쓰기로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작가는 처음에 투잡을 한다고 하니, 나의 글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쓰기에 재정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 여전히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고민스럽다.


그럼에도 반드시 글쓰기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자, 마음이 넉넉해진 기분이 들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다른 일을 더 알아볼 생각이지만, 원래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버는 방법이 글쓰기가 아니라고 해서 현실에 타협한다거나, 작가의 꿈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작가 활동을 위해 내가 나 자신을 후원해주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천천히 알아봐야겠다.






아래의 링크는 글에서 언급했던 그림 유튜버 이연님의 영상입니다:)

<예술한다고 가난하게 살 필요 없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IObmtcbnZ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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