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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Feb 19. 2021

퇴사 1주년

이젠 일을 구해야 했다

지난주 설 연휴 전날이었던 2월 10일은 내게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퇴사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계약직 1년으로 보냈던 첫 직장에서 마지막 근무 날짜가 작년 2월 10일이었다. 그 사이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첫 직장에서 신입으로 1년을 보내고 그만뒀으니, 어찌 보면 내 ‘고작’ 1년밖에 경력이 없는 건데 그에 맞먹는 공백 기간을 갖게 됐다. 원래 이렇게 오래 쉴 생각은 아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중간에 1년 휴학도 했고, 졸업하고도 바로 취업하지 않고 1년의 탐색기(?)를 가졌기에 이번에 퇴사할 땐 실업급여만 받고 취업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실업급여를 받았을 때가 작년 8월 초였으니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났다. 나는 어쩌자고 이렇게 대책 없이 쉬고 있는 걸까. 우리 집이 금수저라거나 내가 건물주인 것도 전혀 아니다. 월급이 박봉인 사회복지 기관에서 1년 일했으니 모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직도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다.




사실 내가 일을 오래 쉬었던 제일 큰 이유는 역류성 식도염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겐 별 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겐 별 거였다. 겪어본 사람만 안다고, 이 병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도 부담되고 잠 못 드는 밤도 있었으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카페도 가입했는데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들도 많았다. 위장병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를 계기로 내가 가진 아픔을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어설프지만 나의 첫 에세이를 만들 수 있었다. 요즘은 많이 심각했을 때보단 좋아져서 역류성 식도염 베개를 사용하지 않고 잘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낫진 않았다. 트림 증상이나 속이 답답한 건 회복 속도가 너무 더딘 상태다. 병원을 다니며 3개월 넘게 먹었던 약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끊은 지 3개월이 다. 이젠 철저한 식단관리와 운동만이 답이다. 내 의지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게 함정이다만. 엉엉.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지만, 야금야금 줄어드는 통장을 보며 점점 위기의식을 느꼈다. 작년 12월부터 간단한 재택근무 알바라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루고 또 미뤘다. 사실 현실을 계속 도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배고픈 예술가가 되고 싶진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전업 작가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생각했던 것도 여러 직업을 가진 N 잡러로 프리랜서 작가의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도 너무 맨 땅의 헤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 관련된 내용을 온라인 강의로 들으며 공부하고, 유튜브에서도 자주 찾아보고 있지만 막막했다. N 잡을 갖고 싶다 했지만, 글을 쓰는 것 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당장 하고 싶은 건 글쓰기밖에 없으니 우선 글쓰기를 살려서 을 벌어보자 싶었다.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 일감은 어떻게 구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데(나도 궁금했다) 내가 본 영상과 책에서 대부분 구직 사이트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구직사이트에 ‘프리랜서 작가’라고 검색해보니 방송 시나리오 작가 모집부터 해서 블로그 원고 작가 모집 알바가 나왔다. 로맨스 웹소설 작가를 모집하는 공고도 있었다. 해본 적이 없는 방송 시나리오나 웹소설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난이도가 쉬워 보이는 블로그 원고 작성 알바에 지원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퇴사한 지 딱 1년이 되는 해에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몇 명을 모집하는지 모르겠지만, 200명 가까이 지원한 현황을 보면서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 군데를 더 지원해볼까 하다가 어떤 일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젠 일을 구해야 했다.






내용이 길어져서 여기서 끝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첫 이야기

<조금 느리게 가는 중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ric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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