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린다. 오늘 저녁은 라면을 먹을까, 말까 하는 가벼운 고민부터 해서 어떤 회사에 지원할까 하는 무거운 고민까지. 우리는 선택지 앞에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평소에 워낙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잘 못하는 ‘결정 장애’를 갖고 있어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왜 이렇게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은지, 너무 어려웠다.
지난주에 생각지 못한 메일을 받았다. 그건 바로 인터뷰 영상 출연 요청이었다(띠용). 작년에 참여했던 글쓰기 완주반에서 우수 수강생으로 선정되었는데, 수강생 후기 영상 인터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수 수강생으로 선정하는 기준은 브런치 작가 등록에 성공했거나, 작성한 글이 브런치 또는 다음 메인에 소개된 분들을 선정한다고 했다. 이전 메일을 받았을 때, 그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셔서 열심히 정리해서 보낸 적이 있었고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수 수강생 후기 인터뷰 요청이라니. 언젠가 내 책을 출간하게 되면 북 토크를 열기도 하고, 작가 인터뷰를 하는 꿈을 꿨던지라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혜택으로는 개인 프로필 사진 1장과 온라인 강의 수강권 1개 증정이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나한테 좋은지, 아닌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보류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오전에는 브런치 라디오 방송 대본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집중이 하나도 안 되었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막막함만 몰려왔다. 일단 대본 작성은 미뤄놓고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 고민해봤다. 강의 사이트도 들어가서 내가 수강할 수 있는 강의가 어떤 게 있는지 둘러봤고, 다른 수강생 후기 영상도 참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리송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알려달라고 솔직하게 기도했다. 그 순간 선택의 기준으로 떠오른 두 가지가 있었다. 이 기준을 통해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했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 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먼저 선택의 기준의 첫 번째는 '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였다. 영상을 촬영하면 1년 동안 강의 사이트부터 시작해서 그와 관련된 SNS에 모두 홍보가 될 예정이었다. 나중이 되면 얼굴을 공개하며 작가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강의 후기용 영상이라고 해도 여기저기 올라가면 계속 신경 쓰일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나를 홍보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 강의와 기업을 홍보하는 용도였기 때문에, 아무리 인터뷰를 경험 삼아 한다고 해도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2. 선택과 집중: 중요한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
기준 두 번째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냉정하게 나를 봤을 때, 브런치 라디오 방송 대본도 낑낑대고 있는 데다가 슬슬 알바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후기 영상은 2월 중순에 촬영 예정이라고 했는데, 촬영지는 집에서 왕복 3시간이 걸렸고 촬영도 2~3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온통 하루를 쓸 게 분명했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분명히 뻗을 것이고, 다음 날까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저질체력인 나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혜택은 그다지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았다. 강의도 이미 공부하는 게 있어서 벅차게 느껴졌고 개인 프로필 사진도 지금 찍고 싶지 않았다. 내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할 것 같았다. 시간과 에너지도 돈이었다. 그만큼 가치가 있을까 스스로 질문했을 때 ‘아니다’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래서 깔끔하게 안 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다양한 제안을 받게 될 때, 이것저것 경험이 되겠다 싶어서 덥석 제안을 다 받게 되면 감당할 수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내가 일의 주인이 아니라 일에 끌려 다니는 종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매 순간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요한 일에는 에너지를 쏟고 그렇지 않은 일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는다거나 후회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 끝에, “좋은 기회를 제안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답장을 보냈다.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 거절 메일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라서 인터넷에 ‘정중히 거절하는 법’을 검색하기도 했다. 이 일을 통해서 나도 좋은 경험을 했다. 우수 수강생에 선정되어 인터뷰 요청도 받게 되었고, 나만의 선택 기준을 세우며 정중히 거절도 했다.
분명 다양한 경험은 내게 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모든 경험을 다할 수는 없다. 다 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있다. 누군가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나’를 잃지 않도록 말이다. 언젠가 하게 될 ‘작가 인터뷰’를 꿈꾸며 앞으로 수많은 선택을 마주할 때, 두 가지를 기억해야겠다. 나는 과연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것은 내게 중요한 일인가,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