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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an 26. 2021

출판사 대표님께 전화를 받다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닿았나

지난주 수요일이었다. 오전에 출판사 여러 곳에 원고를 투고하고 오후에는 프리랜서 관련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통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지만, 오전에 원고 투고했던 게 생각나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받은 전화라 메모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봤다)


“브릭 작가님이신가요?
oo출판사 대표입니다.”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받았는데 너무 떨려서 심장은 쿵쿵대기 시작했다.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래는 편집자가 원고를 보는데 오늘은 없어서 제가 원고를 읽게 됐어요. 작가님이 보내주신 글에 피드백을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쉽게도 출간을 하고 싶다는 전화는 아니었으나, 내 원고를 보고 피드백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출판사에게 전화를 받은 것도 처음이었는데 대표님이 직접 피드백을 주신다니. 지금까지 답장 메일을 받더라도 거절의 내용만 있었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물론입니다. 저한테는 너무 감사하죠.”

“우선 출판사 메일로 원고가 정말 많이 오는데,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글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전화로 피드백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전화로 피드백을 드리는 건 처음입니다.”


“아, 정말요? 너무 감사합니다.”

“목차의 소제목도 글의 내용이 궁금하더라고요. 글의 도입부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갈수록 메시지의 힘이 약해진다는 걸 느꼈어요. 글의 끝맺음이 좀 더 날렵해야 메시지가 남습니다. 지금 원고는 에세이보다는 일기 느낌이 납니다.”


내 원고에 대한 전문가의 칭찬과 비판을 듣게 되었다. 이대로는 출간이 어려울 것 같은데 모르실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전화로 피드백을 드린다고 말씀해주셨다. 맞는 말이었다. 왕초보 작가 지망생이었기에, 객관적으로 내 글을 볼 수 없었다. 부족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썼던 내 글이 일기 같을 줄 몰랐다. 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나의 생각도 얘기했다.


“요즘에는 자기가 책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이유는, 제가 부족한 것을 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편집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 글을 발전시켜 가고 싶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잘 팔릴 수 있는 책이 되기를 원하잖아요. 저도 제 책이 그만큼 가치 있는 책이 되어서 많은 독자들 마음에 닿는 책이 되기를 원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저를 발견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원고를 투고하고 있습니다.”


떨렸지만 나의 생각을 소신껏 얘기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던 걸까. 대표님께 얘기하면서 나도 몰랐던 간절함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투고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내 말에 이어서 대표님께서 얘기하셨다.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지만 저도 작가예요. 원고를 투고했던 옛날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올해 신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원고에 대한 지적을 받아요. 하하. 제가 했던 쓴소리를 가슴 아프게 듣지 않았으면 하네요.”


“그럼요. 당연하죠. 바쁘실 텐데도 이렇게 직접 전화로 피드백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통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용기를 가득 실어주는 말씀을 더해주셨다.


“지금 원고를 수정하거나 다른 주제로 콘셉트를 잡아서 다시 투고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인연으로 다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로 부족했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통화를 끝냈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출간제의는 아니었어도 출판사 대표님이 직접 전화로 피드백을 주는 게 흔한 일인가. 그것도 쏟아지는 원고 속에 내 원고가 선택받다니. 대표님께서도 처음이라고 하셨다. 내게도 처음 있는 귀한 일이었다.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분에게 닿았나 보다. 나의 잠재 가능성을 느끼며 기쁘고 감사했다.


만약 대표님이 내 원고에 대해 신랄한 비난만 하셨다면 위축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텐데, 내 글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함께 얘기해주셔서 글을 더욱 열심히 쓰고 발전해야겠다는 큰 동기부여를 얻었다.


통화시간은 약 7분으로 짧고 굵었다. 강하게 여운이 남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 대표면서 이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을 받았는데, 그분의 진심이 느껴져서 동시에 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언젠가 이 출판사에서 내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제가 투고하는 원고가 궁금하시다면,


<조금 느리게 가는 중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ric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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