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하게 <브런치 라디오> 시즌 2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제목을 추후에 공개한다고 했던 것은, 수상작을 발표하는 날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9일, 브런치북을 추천하고 <브런치 라디오>에 도전해보라는 공모전이 있었다. 나는 보자마자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계속 머리를 굴린 끝에 마지막 날에 응모했었다.
브런치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 공지를 띄우진 않았는데, 개별적으로 연락이 왔다. 브런치팀이 해당 글에 댓글을 달아놨듯이, 당선된 10인의 작가님들 가운데 나도 들어가 있다. 이 또한 내가 나를 홍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작년 12월 21일로 가보자. 처음 출판사에 넣었던 첫 원고 투고는 아쉽게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내 글에 메시지가 없다’는 꽤나 충격적인 거절이었다. 그리고 그날 기다렸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당연하지만 그곳에 내 이름은 없었다. 기대하지 않고 응모했던 것임에도 연속적으로 실패를 맛본 느낌에 글을 쓸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너지를 긁어모아 그날 바로 다른 출판사에 응모했다.
일주일 정도 쉬었다가 12월 29일부터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 방문해서 문을 두드렸다는 건 아니고 출판사 사이트에 원고를 접수하거나 메일로 원고를 보냈다. 연말까지 해서 출판사 서른 군데 정도 보냈다. 답장을 주는 곳도 있었고 아예 메일을 읽지 않은 곳도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답장을 주신 건 정말 감사했지만, 모두 거절의 메일이었다. 그 와중에 거절의 내용도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원고를 보낸 작가 지망생의 입장은 되도록 결과를 빨리 알고 싶을 테니, 그 마음을 알고 거절의 소식이라도 답장을 주신 것 같았다.
그중에서 내 원고를 읽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는 분도 계셨는데, 수많은 원고를 받을 텐데도 내 원고를 검토해주시고 정성이 담긴 답장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드렸다. 출판이라는 게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걸, 첫 미팅을 통해 몸소 체험하면서 조금 알았기 때문인지, 우울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힘이 빠지긴 했다. 오는 답장 메일마다 ‘거절’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고 조금 더 기다린 후에, 다른 출판사에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전혀 생각지 못한 메일을 한 통 받게 되었다.
"[브런치] 브런치 라디오 시즌2 공모전 수상 후보작 확인 요청드립니다."
??????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발을 담그며 족욕을 하는 중에 본 메일이었는데 깜짝 놀라서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 계시던 엄마도 덩달아 “아이고 놀래라!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보셨다. 흥분해서 말이 어버버 나왔던 것 같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메일을 세 번 정도 읽었다. 한 번은 눈으로 읽고, 한 번은 엄마한테 들려주기 위해 소리 내서 읽고, 한 번은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려고 다시 읽었다. 남친에게도 기쁨의 소식을 바로 알리며 온갖 오두방정을 떨었다.
원래 나는 네이버 메일을 자주 쓰는 편인데, 브런치 프로필 제안하기에 등록해놓은 메일은 다음 메일이었다. 다음은 잘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들어가 봤다. 1월 4일에 온 메일이었고 나는 그다음 날인 1월 5일 밤에 확인했었다. 게다가, 1월 7일 오후 2시까지 회신을 부탁드린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설레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브런치팀 덕분이었다. 전날 밤에는 너무 흥분상태였기 때문에, 다음날에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마음을 가다듬고, 문장을 여러 번 고치면서 답장 메일을 보냈다.
내 글이 방송대본이 되어 라디오 전문 DJ가 낭독해주신다니, 올해 4월 초에 멜론에 소개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 나에게도 벌어졌다. 기쁜 마음으로 답장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흘러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 작품은 너무 부족한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설레고 기뻤던 마음은 쑥 꺼지고 급 자신이 없어졌다. 괜히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내 걱정에 남자친구가 얘기해줬다. 브런치팀에서 심사하고 내 작품을 선택한 거 아니냐면서.맞는 말이었다.나는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브런치팀에서 부족한 내 글도 좋은 작품으로 평가해준 것이었다. 기쁘고 감사해도 모자랄 시간에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사실 공모전에 응모할 때 내 마음은 이러했다. 아무리 봐도 내 작품을 다른 사람이 추천해서 글을 작성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괴감이라기보단,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러했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고 내가 나를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응모전 내용을 살펴보면 본인의 브런치북을 소개하는 글을 써도 된다고 했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더 강하게 내 브런치북을 소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조금은 쑥스럽지만 내 브런치북을 셀프 추천하는 글을 적어서 응모한 것이었다. ‘누가 나를 알아주나’ 생각하며 자기 연민에 빠져있던 예전에 나는 이미 없었다. 그럴 시간에 내가 나를 홍보하는 게 훨씬 더 나에게도 이로운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나를 꾸준히 홍보했던 작은 일이 나에겐 큰 일로 다가왔다.
출판사와 첫 미팅을 하러 가는 길에 느꼈던 감정을 나의 인생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에 빗대어 얘기하면서 내 브런치북을 소개해서 응모했었다. 생각해보니 첫 미팅을 했던 출판사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어도 그것조차 내겐 값진 경험이 되어 글로 풀어갈 수 있었으니, 첫 미팅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도 감사드린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축하드립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하면 받게 되는 메일이다. 그 이후에 브런치팀으로부터 또 다른 메일을 받을 줄 몰랐다. 본인이 작성한 글이 맞는지, 방송 대본을 위한 작업이 가능한지에 관하여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확인 과정을 거쳐서 오늘 공식적으로 받은 메일,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브런치 라디오 시즌2 공모전에 당선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앞으로 녹음 대본 편집 작업과 녹음 일정 등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도장 확인을 쾅 찍고 나니, 설레는 마음이 다시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작가의 꿈을 더 넓은 무대에서 펼칠 수 있도록 생각지 못한 큰 선물을 주신 브런치팀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아무것도 아닌 내게 작가의 꿈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글을 응원하며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모두브런치(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