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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Jan 15. 2021

<브런치 라디오> 시즌 2에 당선되다

내가 나를 홍보하면 벌어지는 일 (3)

생각지도 못하게 <브런치 라디오> 시즌 2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제목을 추후에 공개한다고 했던 것은, 수상작을 발표하는 날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19일, 브런치북을 추천하고 <브런치 라디오>에 도전해보라는 공모전이 있었다. 나는 보자마자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계속 머리를 굴린 끝에 마지막 날에 응모했었다.

https://brunch.co.kr/@brunch/261

브런치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 공지를 띄우진 않았는데, 개별적으로 연락이 왔다. 브런치팀이 해당 글에 댓글을 달아놨듯이, 당선된 10인의 작가님들 가운데 나도 들어가 있다. 이 또한 내가 나를 홍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작년 12월 21일로 가보자. 처음 출판사에 넣었던 첫 원고 투고는 아쉽게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내 글에 메시지가 없다’는 꽤나 충격적인 거절이었다. 그리고 그날 기다렸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당연하지만 그곳에 내 이름은 없었다. 기대하지 않고 응모했던 것임에도  연속적으로 실패를 맛본 느낌에 글을 쓸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너지를 긁어모아 그날 바로 다른 출판사에 응모했다.


일주일 정도 쉬었다가 12월 29일부터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 방문해서 문을 두드렸다는 건 아니고 출판사 사이트에 원고를 접수하거나 메일로 원고를 보냈다. 연말까지 해서 출판사 서른 군데 정도 보냈다. 답장을 주는 곳도 있었고 아예 메일을 읽지 않은 곳도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답장을 주신 건 정말 감사했지만, 모두 거절의 메일이었다. 그 와중에 거절의 내용도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원고를 보낸 작가 지망생의 입장은 되도록 결과를 빨리 알고 싶을 테니, 그 마음을 알고 거절의 소식이라도 답장을 주신 것 같았다.

 

그중에서 내 원고를 읽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는 분도 계셨는데, 수많은 원고를 받을 텐데도 내 원고를 검토해주시고 정성이 담긴 답장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드렸다. 출판이라는 게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걸, 첫 미팅을 통해 몸소 체험하면서 조금 알았기 때문인지, 우울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힘이 빠지긴 했다. 오는 답장 메일마다 ‘거절’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고 조금 더 기다린 후에, 다른 출판사에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전혀 생각지 못한 메일을 한 통 받게 되었다. 


"[브런치] 브런치 라디오 시즌2 공모전 수상 후보작 확인 요청드립니다."


 ??????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발을 담그며 족욕을 하는 중에 본 메일이었는데 깜짝 놀라서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옆에 계시던 엄마도 덩달아 “아이고 놀래라!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보셨다. 흥분해서 말이 어버버 나왔던 것 같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메일을 세 번 정도 읽었다. 한 번은 눈으로 읽고, 한 번은 엄마한테 들려주기 위해 소리 내서 읽고, 한 번은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려고 다시 읽었다. 남친에게도 기쁨의 소식을 바로 알리며 온갖 오두방정을 떨었다.


원래 나는 네이버 메일을 자주 쓰는 편인데, 브런치 프로필 제안하기에 등록해놓은 메일은 다음 메일이었다. 다음은 잘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들어가 봤다. 1월 4일에 온 메일이었고 나는 그다음 날인 1월 5일 밤에 확인했었다. 게다가, 1월 7일 오후 2시까지 회신을 부탁드린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설레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브런치팀 덕분이었다. 전날 밤에는 너무 흥분상태였기 때문에, 다음날에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마음을 가다듬고, 문장을 여러 번 고치면서 답장 메일을 보냈다.




내 글이 방송대본이 되어 라디오 전문 DJ가 낭독해주신다니, 올해 4월 초에 멜론에 소개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 나에게도 벌어졌다. 기쁜 마음으로 답장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흘러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 작품은 너무 부족한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설레고 기뻤던 마음은 쑥 꺼지고 급 자신이 없어졌다. 괜히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내 걱정에 남자친구가 얘기해줬다. 브런치팀에서 심사하고 내 작품을 선택한 거 아니냐면서. 맞는 말이었다. 나는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브런치팀에서 부족한 내 글도 좋은 작품으로 평가해준 것이었다. 기쁘고 감사해도 모자랄 시간에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사실 공모전에 응모할 때 내 마음은 이러했다. 아무리 도 내 작품을 다른 사람이 추천해서 글을 작성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괴감이라기보단,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러했다. 나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고 내가 나를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응모전 내용을 살펴보면 본인의 브런치북을 소개하는 글을 써도 된다고 했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더 강하게 내 브런치북을 소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조금은 쑥스럽지만 내 브런치북을 셀프 추천하는 글을 적어서 응모한 것이었다.  ‘누가 나를 알아주나’ 생각하며 자기 연민에 빠져있던 예전에 나는 이미 없었다. 그럴 시간에 내가 나를 홍보하는 게 훨씬 더 나에게도 이로운 일이었다. 그렇게 내가 나를 꾸준히 홍보했던 작은 일이 나에겐 큰 일로 다가왔다.




출판사 첫 미팅을 하러 가는 길에 느꼈던 감정을 나의 인생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에 빗대어 얘기하면서 내 브런치북을 소개해서 응모했었다. 생각해보니 첫 미팅을 했던 출판사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어도 그것조차 내겐 값진 경험이 되어 글로 풀어갈 수 있었으니, 첫 미팅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도 감사드린다.

 https://brunch.co.kr/@pile-brick/62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하면 받게 되는 메일이다. 그 이후에 브런치팀으로부터 또 다른 메일을 받을 줄 몰랐다. 본인이 작성한 글이 맞는지, 방송 대본을 위한 작업이 가능한지에 관하여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확인 과정을 거쳐서 오늘 공식적으로 받은 메일,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브런치 라디오 시즌2 공모전에 당선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앞으로 녹음 대본 편집 작업과 녹음 일정 등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다. 도장 확인을 쾅 찍고 나니, 설레는 마음이 다시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작가의 꿈을 더 넓은 무대에서 펼칠 수 있도록 생각지 못한 큰 선물을 주신 브런치팀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아무것도 아닌 내게 작가의 꿈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글을 응원하며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모두 브런치(행복)하세요!





나의 첫 이야기

<조금 느리게 가는 중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ric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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