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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Mar 01. 2021

3월이 두려웠던 취준생

3월의 봄비와 함께 걱정도 떠내려간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월이다. 3월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며 겨울잠을 자고 있던 동물과 식물들도 하나둘씩 깨어난다.


방학했던 학교는 개학을 하고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간다. 초등학교, 중학교 경계선에 있던 학생들은 새로 진학하는 학교의 교복을 입으며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이제 막 대학을 입학해서 스무 살이 된 새내기는 더욱 그럴 것이다. 나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풋풋한 모습이 그려진다.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도, 교수님도 3월은 새로운 시작일 것이다. 방학이 없는 직장인도 3월에는 여러 사업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테니 또 다른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취준생에게 3월은 어떨까. 3월에 태어난 나는 봄을 좋아하는데, 그와 별개로 올해는 3월을 맞이하는 게 두려웠다. 지난주 글을 쓰는 게 힘들었던 이유도 취업에 대한 압박이 너무 커서 그랬다. 아무도 내게 3월이 되기 전에 얼른 취업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는데 그랬다. 모든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3월이 되기 전에 취업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까, 당연히 글도 잘 써지지 않았다. 꾸역꾸역 글 한 편을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브런치에 올리지 못했다. 글이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으니 구직 사이트에서 공고를 열심히 봤다. 코로나로 인해서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올라오는 공고는 많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 지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걸 해볼까, 아니다. 저걸 해볼까? 내가 이걸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진짜 모르겠다. 나도 공무원 준비 한번 해볼까? 너무나 많은 생각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월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는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겠다고 결정해놓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뒤집어졌다. 고민 끝에, 지원해야겠다고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그 앞에 내가 너무 작아지는 것 같았다. 어쩜 이렇게 준비한 게 없을까. 내세울 게 없는 스펙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런 나를 마주하는 게 너무 괴로웠다. 자꾸만 초라해지는 내 모습에 그곳에 지원할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거리도 너무 멀고, 관련 자격증도 없고 병도 아직 안 나았고,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며 그곳을 포기하는 타당성을 입증하려고 했다.


그리고 더 적당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며 끝이 없는 공고를 계속 살펴봤다. 거의 4시간 넘게 공고 속에 파묻혀 있다가 너무 힘들어서 노트북을 덮었다. 진이 다 빠졌고 기운이 없었다. 눈도 무거웠고 목과 어깨도 아팠다. 중간에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벌써 밤 12시가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고를 찾아본다고 해서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하니까 계속 찾아보게 됐다. 마치 온라인 쇼핑에 중독된 것처럼, 구직의 늪에 빠져있는 기분이었다. 지금 취준생의 스트레스를 제대로 받고 있구나, 싶었다. 결국 어제는 스트레칭을 5분도 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잠이 들었다.




3월을 알리는 봄비와 함께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7시가 조금 넘어 눈이 떠졌다. 전날의 여파로 너무 피곤해서 더 잘까 했지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제 내가 못한 것은 오늘 나와 상관없다고 소리 내서 말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나를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드는 어둠을 몰아냈다. 모닝 마인드셋으로 아침을 시작하니까 비가 내려도 기분이 처지지 않았다. 두려웠던 3월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았다.


어제는 못할 거라고 포기했던 회사에 이력서와 자소서를 솔직하게 써서 지원했고 재택근무 알바도 두 군데 더 지원했다.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앞서서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갈 곳이면 붙을 것이고, 아니면 떨어질 것이다. 떨어져도 괜찮다. 다른 곳에 지원하면 된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건 ‘오늘’이다. 때론 어제처럼 두려움과 불안 속에 빠져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감정과 생각에 나를 맡기고 싶지 않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나를 맡기고 싶다. 내게 주어진 소중한 오늘을 즐겁고 감사하게 보내면 내가 가야 할 길도 나오리라고 믿는다. 3월을 시작하는 봄비와 함께 걱정도 저만치 떠내려간다. 창 밖에는 지금도 봄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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