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3화)
언제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족들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예측 불허의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찍어야 한다. 특히, 나처럼 필름 사진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한 컷의 움직임이 너무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이 상황이 결정적 한 컷이 될 수 있지만, 그 상황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가족을 찍는 행위는 무언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가족"이라는 모델이 항상 나를 지켜준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그러니 가끔 카메라 문의를 하는 경우 난 당연한 듯 "아이폰 13 프로"를 쓰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스노를 사용하면 정말 이쁜 사진이 나온다고 이야길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대부분 수동이었다. EOS 30이라는 완전 자동 SLR 필름 카메라를 아주 가끔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Leica MP 혹은 Nikon FM2를 주로 활용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두 카메라는 태생부터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제일 먼저 조리개 값을 조정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빠른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고, 우리가 흔히 아는 배경날림도 활용할 수 있다. 단, 조리개 값 숫자가 적어진다면 포커싱 영역이 좁기 때문에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조리개를 맞추고 나면, 그다음 할 일은 노출값에 적당한 셔터스피드를 조정하는 일이다. 물론, 일부 필름 카메라 중에는 A모드(Aperture 모드, 조리개 우선 모드로 조리개 값을 수동으로 설정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노출값에 맞추어 셔터 스피드를 조정한다.)가 있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이 중 한 값에 대한 계산함에 대해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A모드 혹은 P 모드(Program 모드, 카메라의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설정된 값에 의해 카메라를 촬영. 셔터만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사진을 찍어준다.)가 있으면 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빛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카메라의 노출계는 뷰파인더 전체의 빛을 측정하여 세팅된 적정값이라 생각하는 빛의 양을 계산하여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정한다. 이 카메라의 값은 언제나 중간값을 설정하려 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이 나올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끔은 너무 허옇고 어떨 땐 너무 까만 사진을 찍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나름 우리 인간은 현재 보이는 빛을 지긋이 응시하며 조금 밝게 아니면 조금 어둡게를 판단할 수 있는데, 너무 기계에 의존하는 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이유는 가족사진, 특히 아이들의 사진을 찍을 때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다는 이유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가만히 있기보다는 역동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렸을 때 찍었던 사진은 늘 흔들리고, 유체 이탈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때도 많이 있다. 그것은 카메라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가만히 있기보다 웃고 떠들며 뛰어다니는 게 더욱 행복했던 시절이었으니까.
위 사진은 디지털카메라로 찍긴 하였지만, 이제 막 28개월이 접어든 소피아는 가만히 있기보다 뛰어다니는 것을 더 사랑하는 나이다. 그런 아이의 역동적인 모습을 찍기에는 분명 스마트폰이 더욱 작고 간편할 수밖에 없다. 수동 카메라만의 매력은 내가 통제한 분위기 속에서 색감과 빛의 양, 아이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잡을 것인지? 순간의 멈춘 장면으로 포착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가 더욱 높다는 점에 있다. 아이는 뛰어다니다 지쳐 멈출지라도, 사진 속에 포착된 소피아는 분명 지금도 뛰어다니는 개구쟁이로 남겨지게 된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다. 동적인 순간으로 혹은 정적인 순간으로 내가 선택하는 결과에 따라 아이의 모습을 남길 수 있다는 선택을 경험할 수 있다.
필름 사진으로 아이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결정한 카메라 중 하나는 Nikon FM2였다. 종군기자들이 많이 쓰던 카메라라고 하지만, 실제론 우리네 아버지들이 거금을 들여 사고 장롱 속에 간직해 두었다 건전지 누액이 흘러 노출계가 망가지거나 곰팡이 핀 카메라들만 남아있는 비운의 카메라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아남에서 들어온 Anam Nikon FM2가 꽤 있다. 상태에 따라서 시세는 천차만별이지만, 요즘 들어 필름 카메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시세는 조금 오르다 주춤한 상황이다. 이 카메라는 나의 아버지도 가지고 계셨던 장롱 카메라 중 하나였다. 아버지도 젊은 시절 가족들 사진을 찍고 싶어 Nikon FM2를 수입 오퍼상을 통해 구매하셨다. 정말 좋은 카메라이긴 하지만, 이 카메라는 100% 수동 카메라다. 카메라 및 사진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아까운 필름만 한 롤 다 날릴 수밖에 없는 그런 카메라다. 어떤 조리개와 셔터 값을 설정하더라도, 셔터는 눌러지는 카메라였다.
우리 가족은 Nikon FM2를 가지고 가족 나들이를 떠났던 것 같다. 아버지는 가족들의 여러 포즈를 바라보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지만, 아버지의 삶은 수동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공부하기에는 너무나 고단한 삶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돈을 조금만 더 투자했더라면 전자동 필름 카메라를 샀을 수 있었겠지만, 왜 아버지는 사용하기 어려운 Nikon FM2를 선택하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는 영화나 TV에 자주 나오는 종군 기자들의 카메라. 그 카메라가 분명 가족사진을 찍는데 좋은 카메라일 거라 생각하고 선택을 하셨을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은 실패한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그 이후, 아버지는 추가금을 내고 Olympus의 IZM-100이라는 전자동 똑딱이 필름 카메라로 교환을 하셨다. 지금도 우리 집에 있는 카메라이고,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의 추억을 남겨주었던 훌륭한 카메라였다. 물론, 현상소에 사진을 맡기면 절반은 날아간 사진이었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 잠깐의 추억이 있던 Nikon FM2는 사실 가족의 사진을 단 한 장도 남기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Nikon FM2는 너무나 많은 사진을 남겨주었고, 스텔라와 소피아의 결정적인 순간을 많이 남겨준 카메라였다. 특히 이 카메라의 매력은 1/4000초라는 셔터스피드였다. 거의 활용할 일은 없지만, 조건만 맞다면 역동적 순간의 아이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필름 사진을 찍을 때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바로 필름이다. 필름은 ISO 값에 따라 필름의 질감을 좌우하게 된다. ISO 값이 작다면 사진의 입자는 부드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빛이 많은 한 낯이나 스튜디오 조명에서만 찍을 수 있고, ISO 값이 크다면 어두운 곳에서도 찍을 수 있으나, 표면이 거칠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ISO가 높을수록 필름의 가격은 더 비싸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ISO 200이나 400짜리 필름을 종종 사용한다.
내가 주로 활용하는 필름은 ISO 200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가격이 저렴했다. 지금은 ISO 200이나 400이나 다 2만 원 가까이 올라버렸지만, 당시에는 6천 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필름 선택만 잘 된다면, ISO 200는 부드러운 색감의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나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로 아이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으며, 필름의 선택을 통해 가족을 둘러싼 색과 빛의 질감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끝났다. 가족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찍기만 하면 된다. 마치 전투에 임하는 종군기자의 마음가짐으로 뷰파인더를 바라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야 한다.
하지만 사진으로 항상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난 아마추어다. 그리고 내 피사체, 전속 모델은 항상 나의 가족, 그중에서 스텔라와 소피아다. 그 둘에게 항상 동일한 포즈로 동일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달라 하면 편하겠지만, 내가 남기고자 하는 순간은 아이의 다양한 모습 속에 다양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흔들리는 사진이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다 소중한 사진이 된다. 물론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전시회를 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적어도 내 사진은 나의 가족과 부모님이라는 고정관객이 있으니, 독자는 확보한 사진가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난 유명 사진작가가 된 듯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가족의 행복한 순간, 찰나의 순간에서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를 포착해 내는 것이 나의 역 힐이며 의무라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매수가 한정된 필름 사진은 더욱 고민해서 찍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내가 늘 사진을 찍는 걸 알다 보니, 요즘 들어서는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물론, 포즈가 늘 똑같긴 하지만, 가끔은 재밌는 사진을 만들어 준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전속 모델과 고정 팬층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