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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Nov 15. 2022

거리에서 희망을 찾아보다

처음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진은 언제나 흥미롭다. 2011년 3월 20일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던 시절이었으니, 그 날짜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정확하게 하루 전인 3월 19일에 충무로 반도카메라에 들러 Leica X1을 구입한다. 딜러가 한참 설명을 해 주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던 그 시절. DSLR은 어떤 카메라이고, 렌즈는 어떤 건지, 화각이 무슨 의미인지 조차 모르던 상황에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칭 하다 알게 된 카메라였다. 당연히 광각이었으니 사진이 잘 나올 리 없었다. 정말 어려운 카메라였다. 

전역 3개월을 남긴 시점에 카메라를 산다는 생각이 참 어리석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무언가 남기고 싶단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그리고 무작정 거리를 나선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 채 연신 셔터만 눌러댄다. 당연히 그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비난 일색이다. 구도가 독특하다. 사진의 의미도 모르고 찍는 것 같다 이야길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모르니 찍어보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리고 또 찍어보고, 또 올려보고, 또 비난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전부 하드디스크에 조용히 저장될 뿐이었다.

막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거리가 참 좋았다. 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과는 다른 모습을 찍는다는 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 사진이 멋진 결과를 만들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가 다시 알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그 추억들이란 생각이 든다. 당연히 10년도 더 전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 당시에 어떤 생각을 하였고,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내 꿈은 로버트 카파와 같이 낡은 카메라 하나 들고 현장을 누비는 그런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다. 당연히, 로버트 카파처럼 사진의 메커니즘은 한 개도 모르면서 들고 다니는 패기만 있었다.

사진 한 장의 의미를 가져본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이 만들어낸 느낌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 본다면 "그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다는 것 - 그리고 그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이제는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고민도 해보고, 다시 그 거리를 걸으며 지금과 바뀐 게 없지만 - 그래도 조금씩은 무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는 것을 복합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냥 별생각 없이 찍은 사진들이라도 그렇다.

그 시절 찍은 사진 중, 10년도 더 지난 그 장소에 그 물건이 그대로 있을 때의 느낌도 참으로 색다르다. 시간이 흐를지라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내 카메라도 점점 낡아가는 것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다는 게 한 편으론 사진이 가진 묘한 매력을 만들어주지 않나 싶다. 내가 찍는 사진은 변하는 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그것"을 찾기 위해 떠나는 목격자의 모습이니 말이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작가가 되진 못했다.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 자신에 대해 설명할 때, 사진기를 가진 "목격자"라고 이야길 한다. 변해가는 순간, 사라져 가는 것들. 그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목격자. 그게 내 역할이다. 내 사진은 그것을 말해준다. 특히, 거리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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