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바람 Jul 16. 2022

거리 사진 1 - 그 곳에 남겨진 것은?

철거 직전의 휘경 3 재개발 구역

브랜드 네이밍이 들어가고 고층 아파트가 된다면 분명 몇 배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 가치는 돈이 될 수 있고 자부심이 될 수 있다. 분명 돈이 남는다. 그리고 오래되고 불편한 구옥을 던져 버리고, 편리한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이 있을까? 아직 이곳은 이주가 100% 완료되지 않은 시점인 2020년 9월 27일 휘경 3 재개발 구역의 현장이었다.


이곳은 당시 기준으로 아직 사업화 진행 중인 이문 4 재개발구역과 이미 신식 아파트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휘경 SK뷰 아파트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아직 100% 이주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세입자들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곳을 한 바퀴 돌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는 하루가 되었다. 일단, 이와 같이 재개발 구역이 생기게 되면 이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의 비양심이 함께 남겨지게 된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점점 쌓이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는 조만간 철거가 진행될 곳이기 때문에 굳이 쓰레기를 회수하려 하지 않는다. 그 생리를 알았는지, 쓰레기봉투 값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한 사람들의 행동은 우리의 양심이 사라지는 그 순간과 함께 대비되어 보이게 된다.

첫 발걸음을 댄 순간 악취가 코를 찌른다. 특히, 사람들은 일반 쓰레기만을 담지 않는다. 쓰레기봉투 속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기타 잡다한 것들을 한대 섞어 담아 버린다. 음식물 쓰레기의 부패된 악취는 해충들과 모기, 쥐들에게는 매력적인 영양분이었다. 이 시점부터 이곳은 모기가 많이 생겼다. 가끔 악취가 새어 나오긴 했지만 한 여름이 지난 시점이라 다소 주춤했다. 이 날은 그나마 비가 내린 직후였기 때문에 비 냄새가 함께 섞여 덜 났는지 모른다. 악취는 잠깐 사라질지 몰라도 우리의 비양심은 사라질 수 없었다.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지역 아동센터는 아직 철수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이들이 공유하는 그곳의 입구에도 쓰레기는 여전히 쌓여 있다. 쓰레기를 버리며 글자를 읽는 독해 능력도 함께 사라진 것일까? 심지어 이곳은 재개발 철거 구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린다. 그나마 봉투에 담아 버린다면 약간의 양심은 있는지도 모른다. 일부 사람들은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조차 아까웠는지, 그 쓰레기를 어떻게 들고 왔는지 놀라울 뿐이다.


아직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Leica M-E(typ240), Summicron-M 50/2 ASPH)
무료 공부방은 무료 쓰레기 투기장(Leica MP, Summicron-M 50/2 ASPH)

그래도 아직은 사람들에게 양심이 있다는 것은 방과 후 교실이 아직 운영이 되기 때문에 입구를 막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아이의 교육은 꼭 받아야 한다는 부모의 마음이었을까? 그런 부모의 마음은 한 편으론 내 아이가 공부를 해서 성공하길 바랬지만, 다른 한 편으론 내 아이의 공부방 앞에 쓰레기를 버려 돈 몇 푼을 아끼고자 하는 그런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쩌면 무료 공부방의 무료라는 단어만 눈에 띄었는지 모른다. 그 무료는 "무료로 쓰레기를 처리해 드립니다."라고 인지를 하였는지 모른다. 재개발의 현장에서 늘 상 있는 일이지만, 아직 철수하지 않은 방과 후 교실 앞에 쌓인 쓰레기는 우리의 양심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편으로 보여주는 것은 내 집이 아닌 곳에 가지런히 정돈된 쓰레기의 모습이다. 이런 부류는 때론 그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가지런히 쌓아둔 쓰레기는 자칫 무너질세라 정성을 다해 쌓아 두었다. 다양한 쓰레기봉투 속에 다양한 쓰레기가 가득 챃여 있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쓰레기봉투값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중첩되어 보여주고 있었다. 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무겁게 힘들게 들고 오는 수고로움. 그리고, 힘들게 들고 와 미관을 해치지 않게 이쁘게 쌓아둔다. 아직 이 집에 세입자가 이주하였는지 확인도 안 된 집이지만 말이다.

 그나마 이 집이 이주했다는 증명을 해 주는 것은 가스계량기가 철거되었다는 흔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이 집을 선택했다. 내 집 앞에 버리긴 싫지만, 분명 이곳에 버린다면 언젠가는 회수해 갈 것이라는 희망이 함께 섞여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우리가 살아가는 그곳의 주변이었다. 당연히 쓰레기를 투기하게 된다면 해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봉투 몇 천 원을 아끼고자 여기에 버린 악취를 동반한 쓰레기는 다시 모기와 바퀴벌레로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는 듯 가지런히 쌓아둔 쓰레기(Leica M-E(typ240), Summicron-M 50/2 ASPH)

하지만 그곳은 쓰레기만 남은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사랑을 받았을 수많은 반려동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고양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손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들은 분명 이 지역에서 거주했을 고양이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이 그리웠는지 사람들이 지나가는 주변으로 달려들곤 했다. 아마 밖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고양이들에게는 주인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배회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고양이 주위에는 남겨두고 간 양심이 함께 있을 뿐이다.


가족을 잃은 고양이 1 (Leica M-E(typ240), Summicron-M 50/2 ASPH)
가족을 잃은 고양이 2 (Lieca M-E(typ240), Summicron-M 50/2 ASPH)

주위를 둘러보자. 아직 이주하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그곳이다. 일부는 떠나고자 마음먹고, 일부는 떠날 곳을 찾고자 아직 고민하던 곳이다. 그런 곳에 모여든 것은 사람들의 도움이 손길이 아닌 쓰레기와 길 잃은 반려동물들이었다. 필자는 이와 같이 여러 거리들을 찍으며, 그 거리의 모습을 기록에 남기려 했다. 지금은 전부 철거가 되었고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분명 여기에 버려진 쓰레기는 또다시 어딘가에 버려졌을 것이다. 혹은 우리의 땅속 깊은 곳에 매립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거리에 남은 것은 우리의 양심이었다. 그들은 쓰레기를 버렸을지 몰라도, 또 한 편으로는 양심도 함께 버린 그곳이었다.


거리. (Leica M-E(typ240), Summicron-M 50/2 ASP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