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매체에서 언급하는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분석
1. 서론
지난 ’21년 공영방송인 KBS와 OTT 플랫폼 업체의 합작인 『오월의 청춘』이 방영되었지만, 최고 시청율 5.7%의 저조한 수준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적 완성도나 광주를 경험한 민중의 상처에 대한 언급을 훌륭하게 표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 작품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절하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아직 광주에서 벌어진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벗어버리지 못한 사회적 풍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5.18 민주화 항쟁은 현재 진행중인 역사의 소용돌이이다.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수많은 학자들과 논객들은 “광주 사태”라 폄하하며 진실을 호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 결과 반드시 언급해야 할 역사적 진실이 외면되고, 왜곡이 되는 현실을 맞닥드리게 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광주의 평범한 군중들이 경험한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수많은 매체를 통해 5.18에 대해 수 없이 언급이 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의 외면과 타자화 전략에 의해 광주의 현실은 여전히 무감각한 상황의 연속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글은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여러 매체의 시각에 대해 소개하며, 최근 작품인 『오월의 청춘』까지 발전하며 이 상처를 언급하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평범한 두 주인공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과 대조적인 광주의 비극을 교차해 가며 스토리텔링으로서 광주의 비극을 강렬하게 부각시키는 영상적 문법도 함께 소개를 하며, 아직도 언급하기 꺼려하는 광주의 비극을 평범한 민중으로서 가져야 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하고자 한다. 아직도 논란의 연속이지만, 민주주의 씨앗의 토대가 된 광주의 희생을 본 글을 통해 언급함으로서 다시 한 번 잊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해 다시 언급함으로서 치유의 과정을 가져고자 한다.
2. 상처에 대한 왜곡과 잘못된 인식 : 기존의 5.18에 대한 시각과 표현
광주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언급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급이 되었다. 특히, 90년대 인기드라마였던 『모래시계』에서 언급된 광주는 계엄군으로서 우석이 광주에 투입되는 모습에서부터 그려진다. 계엄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대치하는 상황을 공중파에서 처음으로 언급이 되었으나, 태수와 혜린의 캐릭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이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에서 항쟁을 지휘하는 존재는 광주內 민중들이 아닌 외부 인사로 그려지고 있었으며, 실제 태수는 조직폭력배 활동을 하는 등장인물이었고, 혜린은 서울에서 운동권 활동을 하는 학생으로서 광주에서 항쟁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각은 한국논단 227권 이운봉의 글을 통해 “이성과 냉정을 상실한 군중심리가 시내를 휩쓸게 되었고 흥분한 군중들이...화염병으로 파출소를 방화하는가 하면...”이라는 언급을 통해 민주화항쟁의 모습을 왜곡하고자 했다. 이운봉은 광주의 항쟁은 민주화 항쟁이 아닌 성난 군중들의 이성을 상실한 군중심리에 의해 나타난 폭도들의 행위라 언급을 한다.
이러한 시각은 과거 광주를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된 이미지였다. 당시 계엄군은 광주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였으며, 언론과 메스미디어를 통해 광주의 행위는 성난 군중의 폭동에 의해서였음이라 언급하였다. 그리고 폭도들의 파괴적 행동에 의해 계엄군에 의한 살상으로 통제력을 상실하였다 언급한다. 이후, 김대령은 한국논단 294호를 통해 5.18은 시위이며 폭동이며 김대중일파가 사전 모의를 한 폭동이다고 언급하며 광주에 대한 왜곡을 멈추지 않는다. 이후 TV 조선을 통해 언급이 된 북한군의 투입은 보수 논객 지만원에 의해 완성이 되어, 광주에 투입된 북한군 “광수 1호”의 파괴적 행위로 민주주의가 침해되는 결과라 평가한다. 이러한 행위는 보수 학자 이수동, 이주천, 조영환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언급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광주라는 지역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언급을 하였듯, 지역감정이라는 프레임으로 전라도 출신 인물은 빨갱이며 비열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광주라는 프레임을 벗어버리더라도, 수많은 매체의 조폭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전라도 방언을 구사하는 인물이라는 프레임에는 항상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마 드라마 『모래시계』의 이종도라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였기 때문일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광주 민주화항쟁을 폄하하기 위한 전략의 결과물이라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미 대한민국 시민의 일부는 전라도 깽꺵이라는 단어를 활용함으로서 광주 민주화항쟁의 상처를 다시 한 번 언급하여 상처 치유의 근본 행위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게 된다.
물론 한 편으로는 다양한 매체에서 광주의 민주화 항쟁의 숭고함을 그려보고자 노력했다. 다양한 드라마와 소설, 영화로 광주의 참상을 표현하였지만 대부분은 경험의 서서로 이루어졌다. 한정훈은 5.18 경험의 서사는 경험의 과정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이 서사의 모습은 하나의 체계화된 내용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비문학의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대놓고 할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람의 부끄러움, 혹은 침묵한 사람의 부끄러움을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국가의 폭력에 의해 5.18 민주화항쟁을 직접 언급하는 것 조차 죄악시 되는 풍토가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그 결과 5.18은 우리의 역사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만화가 강풀 원작인 영화 『26년』은 영화 제작 시점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당시 살아있는 대통령에 대한 응징이라는 테마는 5.18 민주화항쟁을 경험한 남아있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의 일부분이었지만, 여론은 두 부류로 나뉘어 버린다.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은 한 편으로는 진보적이며 역사의식을 가진 시민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극단적 좌파의 이미지로서 서로 융합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버린다. 메이저 영화사의 펀딩을 받을 수 없으니, 국민 펀딩의 일종인 두레 활동을 통하 영화가 제작되었고, 한 쪽의 비난을 피하고자 응징의 대상을 “그 분”으로 한정하여 표현한다. 그리고 각 등장인물은 각자의 상황에서 광주라는 연결고리로 아픔이 있었으며, 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그 분”에게 응징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결국 이 행위를 주도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며 힘든 광주의 후손들이며, 혹은 조직폭력배 역할을 하는 인물로 한정되어 표현을 한다.
영화 『26년』의 한계는 있었지만 문화계에서는 지속적으로 5.18의 비극을 영상화호고자 노력한다. 과거에는 5.18 민주화항쟁을 하나의 소재로 활용하였지만, 5.18 현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실존 인물에 대해 언급을 하는 등의 모습으로 구비문학으로서 한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수 많은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사건의 현실을 언급하였지만, 그 현실에 대해 다소 과장섞인 모습으로 받아들였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장의 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두긴 하였으나, 그 것을 보는 것조차 몰래 숨죽여 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은 5.18의 상황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억압의 결과였을 것이다. 박재인은 5.18을 다룬 영화중 『꽃잎』,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세 영화를 통해 5.18의 치유의 과정을 표현하였다고 설명한다. 영화 『꽃잎』의 비쩍 마른 소녀의 분열된 기억을 뛰어넘어, 저항의 『화려한 휴가』를 지나, 평범한 인물의 경험을 표현한 『택시운전사』까지 영화는 영상의 문법을 활용하여 평범한 사람이 겪게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더 이상 영화에서는 5.18 민주화 항쟁이 하나의 소재가 아닌 전면 배경으로서 부각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 하였듯, TV 드라마에서 광주에 대한 언급은 극히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 인기있던 드라마인 『수사반장』부터 시작하여 한국의 모든 드라마에서 조직 폭력배나 건달의 이미지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이라는 스테레오타입형 캐릭터로 한정하여 표현하였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들은 다소 과격하고, 법을 지키지 않거나 혹은 범죄 집단을 구성하여 서민들을 괴롭히는 이미지로서 남아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상황이 광주 항쟁에 대한 프레임과 연관이 있다고 이야기 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논단』을 중심으로 한 여러 보수 학술지에서는 “광주사태”라 언급을 하며, 북한군과 폭도의 행위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주장한다. 그 결과 가장 보수적이며 시청률에 민감한 TV 드라마에서 5.18 민주화항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데 주저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MBC에서 방영된 『제 5공화국』 정도가 5.18 민주화항쟁을 직접 언급하긴 하였으나, 이 드라마 자체가 현실의 역사적 상황을 극화하여 만든 드라마라 개별 캐릭터에 대한 부각은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1년 KBS에서는 도전적으로 『오월의 청춘』이란 드라마를 방영한다. 각 등장인물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었으며, 그 인물을 통해 광주의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플 수 밖에 없는지를 부각한 의미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3. 상처를 바라보는 시선 :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OTT 플랫폼인 wavve의 투자로 제작된 작품으로, 김혜원 작가의 『오월의 달리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경우 주인공의 동생인 국민학생 명수의 시각으로 하여 5.18 민주화항쟁을 표현한 작품이나, 드라마의 경우 명수는 현장을 경험한 등장인물 중 한명으로 그리며, 실제 비극은 그 당시의 삶을 살아간 청년들의 아픔을 기준으로 그려나간다. 그 비극은 특별한 모습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마치 마당극의 전개와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마당극은 다양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크게 부각을 시키기위한 등장인물을 극단적으로 강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마당극의 사이코드라마적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라 김광운은 언급 한다. 이는 마당극의 놀이적 특성, 집단적 신명성, 웜업, 주제의 동일성, 역동성, 기법 사용, 자유로운 공간 및 장면설정 및 관객 참여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집단적 신명성을 강조하기에 충분하다. 광주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백골 유골과 함께 교차 편집이 된 화면에서 한 노숙자가 기차 철로에서 자살을 결심하다 우연히 TV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TV에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그 시신의 사인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5.18 민주화 항쟁의 희생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TV속 뉴스의 장면은 주인공의 회중시계에 집중하며 과거로 이동하며 접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나타나는 등장인물은 주인공 몇 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간의 대립을 보여준다. 이 대립은 계층간의 대립이 될 수 있고, 비슷한 계층임에도 라이벌 관계로서의 대립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대립이라는 요소는 실제 비슷한 성향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각 상황에 대한 대비를 보여줌으로서 비극성을 교차시킨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과거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타나는 “광대” 캐릭터와 “비극” 캐릭터의 교차적인 등장과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다. 성격이 극단적인 두 캐릭터를 대치 시킴으로 인해, 비극으로 달려가는 후반부의 상황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를 둘러싼 사회의 소용돌이임을 강조하기 위한 극적 장치로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바라볼 때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등장인물의 대치를 통한 비극성을 강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5.18 민주화항쟁은 어느 개인의 일탈의 문제도 아니며, 소수 세력의 폭력적 행위도 아니었으며, 단지 우리 주위에 살아가던 평범한 일상의 삶이 정부의 폭력적 억압에 의해 발생하게 된 역사적 비극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즉, 마당극의 특징과 함께 등장인물의 대치를 통한 표현은 평범한 군중들의 치요할 수 없는 상처를 언급한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1) 부자와 가난한 자와의 대립 : 명희와 수련
고등학교 동창인 명희와 수련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좌익으로 낙인 찍혀 평생 다리를 절며 변변한 시계방조차 차리지 못하는 명희의 집과 상반되게 수련의 집은 전라도에서 가장 부유한 창화실업의 소유주 딸로 등장한다. 이 둘의 모습은 상호간의 행동조차 상반되게 나타나도 있다. 간호사가 직업인 명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직업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단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돈을 모아야 하는 가장의 모습과 동시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 등록금을 모아야 하는 고학생의 신분을 보여준다. 그와 반대로 명희는 부유한 집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잔다르크 이미지를 갖고자 시위의 선봉 역할을 자처한다. 또한 삐라를 찍기 위해 아버지의 공장을 활용하고 있지만 실상은 부르쥬아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삶 자체에 염증을 느낀다.
이런 상반된 삶에 대하여 그 둘은 서로 연결점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서로 친근하다는 이미지로 그 둘을 연결시킨다. 빈자와 부자라는 두 등장인물의 상반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서로의 미래를 공유하는데, 수련은 민중의 투사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는 반면에, 명희는 자신이 속해있는 삶을 벗어나 해외라는 도비처를 찾고자 하는 욕망을 서로 상반되게 보여주다.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곳은 광주라는 물리적 공간이 함께 연결되어 있다.
5.18 민주화항쟁 이후 광주는 폭도와 극렬분자의 도시로 낙인찍혀왔다. 육정학이 쓴 영화 『화려한 휴가』의 평론에서 광주 항쟁의 명칭은 “광주사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는 광주에서 평범한 시민을 내몬 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그 단어의 내면에서 아직까지 광주사태라는 단어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1996년 한국논단에서 진행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자. 그 설문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폭도들의 무기 탈취와 순수한 데모를 불순한 배후세력이 조종, 폭동화했다 언급을 한다. 특히, 96년 당시의 설문조사상 88%에 해당하는 인원이 광주사태는 폭동이며 불순한 배후세력 혹은 김대중씨가 배후 조종한 폭동임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18 민주화항쟁에 참여한 인원뿐만 아니라, 1980년 광주에서 생활한 모든 사람들은 폭도라 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본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은 서로 상반되는 등장인물로 등장 시킴으로서 광주의 경제적인 계층의 모두를 보여준다. 큰 저택에서 생활하는 수련과는 반대로 허름한 하숙집에 거주하는 명희의 모습은 광주의 모든 주거지를 다 표현하고 있다. 토큰 하나가 없어 어렵게 챙기며, 다 낡은 간호화를 1년 더 신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3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구두를 거리낌 없이 신는 모습을 통해 빈부격차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 모습속에서 광주라는 도시의 전 계층을 보여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마당극의 특징을 보여준다. 마당극에 등장하는 가장 최하층민부터 시작하여 최상류층까지 어우르면서 전 계층이 함께 어울어져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계층만을 중점적으로 부각하여 보여주는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차이를 보인다. 『오월의 청춘』은 광주를 살아가는 모든 경제적 계층을 보여줌으로서 각 계층의 특징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두 등장인물은 희생이라는 종지부를 찍음으로서 광주의 비극을 더욱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를 만든다. 어떠한 계층이라 할지라도, 결국 광주의 비극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2) 경주를 통한 대립과 화합 : 명수와 정태
명수와 정태은 두 주인공인 희태와 명희의 어린 동생이다. 명수는 명희의 어린 동생이며 달리기를 좋아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번듯한 운동화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와 반대로 정태는 정실부인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서자인 형 희태와 나이차이 때문에 첩의 아들로 오해받는 현실을 고통스러워한다. 특히, 달리기 대표 선수 모임에서 후보선수들은 정태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첩의 아들이라 놀리는 상황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 화풀이를 명수에게 대신한다. 자신과 비슷한 신발을 신은 명수의 신발이 가품이라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놀리는 모습은 마치 자신의 오해의 고통을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 캐릭터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대결 중 가장 원초적인 대결인 달리기를 통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가장 불편한 신발을 신으며 넘어지기까지 하였지만, 정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 명수의 모습은 진품과 가품이라는 차이를 보일지언정 서로 비슷한 신발과 똑같은 옷을 입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시위의 현장에서 두 아이는 이 시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며 시위의 순간에 휩쓸리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의 핵심인 형과 누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광주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인물로 변모하게 된다. 명희의 아버지 다리를 절게 만든 좌익논쟁의 희생은 정태의 자리를 절게 만듬으로서 세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상처는 전이된다. 명수는 아버지와 누나의 죽임이라는 비극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살아남는다는 정신적 고통을 가지게 된다. 정태는 물리적인 고통이라는 비극을 얻었으나, 명수는 가족의 상실이라는 정신적 고통이라는 비극을 얻는다.
이러한 모습에서 본 드라마는 두 등장인물을 통해 비극의 치유에 중점을 둔다. 명희와 희태라는 두 주인공의 사랑과 비극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결론은 고통이라는 시간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역사는 지속적으로 흘러가며, 광주의 비극은 입에서 입으로 마치 구전문학이 되듯 전달이 되어진다. 그 당시 있었던 평범한 달리기 대회가 마치 평범하게 일어난 듯한 사건의 일부이긴 하였지만 이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은 계엄군의 진입으로 비극으로 흽쓸려 나간다. 마치 계엄군의 모습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와 같은 모습과 비슷하게 보인다. 현재의 아름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엄군의 행위는 종국의 비극으로 몰고가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러스는 계엄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등장인물 주위의 희극적 요소를 보여주는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광주의 현실이 특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행위를 통해 치유의 행위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특징은 언어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주인공 희태와 정태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표준어를 쓰고자 노력하지만, 광주의 등장인물들은 전부 전라도 방언을 사용함으로서 하나의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그들은 서로의 계층이 다를지라도 하나의 통합된 공동체임을 강조하고자 노력한다. 그 공동체는 언어의 통합 뿐만 아니라, 광주라는 지역적 통합도 함께 이룸으로서 계층간의 통합을 이루려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경험한 존재는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닌 광주 시민 모두의 고통이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고통이라는 문법으로 보여주기 위해 드론샷이라는 촬영기법까지 활용한다.
그 결과 다리를 잃은 정태는 살아남은 5.18 민주화 항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 치료사로서 길을 걷게 되고, 가족을 잃은 명수는 신부로서 삶을 살아가며 죽은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는 역할을 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치유하는 역할자로 변모하게 된다. 결국 상처를 남긴 광주의 아픔은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혹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고통이 될 수 밖에 없다. 막내인 명수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와 누나의 희생이 있었다. 정태는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자신의 다리를 잃는 고통을 얻게 된다. 그리고 두 캐릭터는 광주 현장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함으로서 정신적인 고통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치유라는 행위로서 상처를 언급하는 해위자로 변모하게 된다.
3) 상처를 치유하는 인도자로서 역할 : 계엄군이자 노숙자가 된 경수
본 작품의 첫 장면에서 노숙자가 된 경수는 연인인 석철의 죽음과 강제 군입대로 비극으로 내몰린 등장인물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엄군이 되어 광주의 비극의 가해자가 된다. 실제의 모습은 서울대 학생 운동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총구는 정권이 아닌 시민을 향해 내몰고 있었다. 특히 경수의 행위는 명희의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로 달려가게 된다. 그 결과 운동권에서 계엄군이 된 경수는 삶에 대한 의지가 사라지고 노숙자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는 지속적인 모습을 변화시키며 광주 민주화항쟁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연인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함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극복하지 못한 채 강제 군입대와 계엄군이라는 가해자 역할을 서며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명의 무기력함을 연기한다.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행위를 선택하지 못하고 끌려나가는 모습으로서, 적대자의 역할을 스스로 선택한 기남과의 차이를 보인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하여 폭력적 행위를 스스로 정당화하지 못한 채, 자신의 행동 자체에 의문을 품고 고통을 겪는자로서 모습을 그리게 된다.
경수의 반대 모습을 보이는 기남은 모든 행위 자체가 자신의 선택에 의해 결정이 된다. 보안부의 과장으로서 역할, 명희의 아버지인 현철의 다리를 빼앗는 고문을 행하는 자로서의 역할 등 경수와는 반대로 모든 행위를 선택하며 부와 권력을 누리는 철저한 악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기남의 행위 조차도 경수라는 평범한 시민의 비극으로 이끄는 역할을 행하게 된다. 명희의 죽음과 명수와 정태의 비극 조차도 기남의 역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행위는 광주의 시민들이 비극으로 빠지도록 인도하는 인도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경수도 그 비극의 결과에 따라 노숙자가 되었지만, 우연히 발견된 한 유골의 신원을 파악하며 이를 인도하는 또 다른 인도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그의 눈에 보이게 된 회중시계를 통해 그 시신이 명희이며, 명희의 시신을 통해 광주의 비극에 대한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인도자의 역할을 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 시신을 알아보자마자 명희를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한다. 그리고 생사조차 불분명하여 고통을 경험하였던 광주의 등장인물들에게 아픔을 다시 인식시키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행하는 법을 찾도록 안내한다. 그 결과 명수는 죽은자의 명복을 비는 신부로서의 역할로, 산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경태라는 등장인물을 인도함으로서 치유의 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만들게 된다.
4. 결론
본 작품은 다양한 등장인물의 등장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어느 특별한 개인의 일탈도 아니고, 폭도에 의한 폭력행위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겪게 된 비극의 한 상황임을 부각시켰다. 그 부각은 마치 마당극과 같이 다양한 인물들의 조화를 통해 나타나게 되었으며, 그 인물들이 대립과 화합을 통해 광주의 고통을 경험함으로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은 5.18 민주화항쟁을 “광주사태”라 폄하하며 폭도들의 폭력 행위에 의한 국가전복 행위였음을 주장하였다. 수 많은 학자들은 아직도 “광주사태”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광주 민주화항쟁의 희생자들을 단순한 폭도였다 주장하였고, 외부세력에 의한 폭력행위였음을 언급한다. 하지만 실제 광주의 비극을 경험한 사람은 광주와 전라도에서 살아간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들은 빈자인 경우도 있고, 부자인 경우도 있었으며, 권력을 행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처를 입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본 작품은 이러한 비극을 다양한 인물과 명희와 희태라는 두 인물의 연애 스토리와 함께 병치시킴으로서 우리에게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아픈 고통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으로 다가갈 수 있으며, 그 비극을 치유하는 길로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에 대한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명수와 정태라는 인물로 표현을 하며 막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다소 부드럽지 않을 수 있으나, 광주의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자이자 안내자의 역할로서 본 작품은 분명 의미가 있다 말하고 싶다.
참고문헌
송민엽 연출, 『오월의 청춘』, KBS / WAVEE Original, 2022.05.03. ~ 06.08
김종학 연출, 『모래시계』, SBS, 1995.01.09. ~ 02.16
조근헌 감독, 『26년』, 청어람, 2012
이운봉, 「이달의 신문,방송 : 금강산도 생후경(生後景)이다 사람죽이는곳 꼭 가야하나 적치(敵治)지역내 활동 치외법권(治外法權) 보장 받으라 작금(昨今)의 광화문사태는 광주518의 재판(再版)같다」, 『한국논단』 229호, 한국논단, 2008, pp80-97
김대령,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시위와 폭동3 -5.18 시위,폭동2 : 김대중일파가5.18을사전모의 했다」, 『한국논단』 294호, 한국논단, 2014, pp28-47
지만원, 「지만원박사 옥중 인터뷰 : 광주사태가 민주화운동이 아닌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국논단』 158호, 한국논단, 2002, pp132-137
한정훈, 「5.18 경험의 서사와 이야기하기의 윤리」, 『구비문학연구』 52권, 한국구비문학회, 2018, pp257-302
박재인, 「역사 왜곡에 대한 저항으로서 5.18 영화와 그 사회 치유적 힘」, 『문학치료연구』 47권, 한국문학치료학회, 2018, pp255-290
육정학, 「광주사태의 비극적 작전명: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 『영화평론』 19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2007, pp216-221
이경식, 『셰익스피어 비팡사』 (상), 서울대학교출판부, 2002, pp693-764
박창희, 「설문조사 : 광주 사태에 관한 의식조사」, 『한국논단』 81권, 한국논단, 1996, pp20-21
이선형, 「『비극의 탄생』에 나타난 코러스의 치유성에 관한 연구」, 『한국연극학』 65권, 한국연극학회, 2018, pp115-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