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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반장선거 - 2(마지막)

2부

by 별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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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은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난 한 참 뒤에 돌아왔다. 그 시간 동안 대희는 교탁 앞에 서서 자신을 뽑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성을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만약 내가 반장이 안 된다면 너희를 죽여 버리겠다, 그게 대희의 공약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남자애들 마음속에는 그 공약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반장이 되든 2학기도 귀찮은걸 마찬가지였다.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2학기 반장은 운동회를 책임져야 했다. 우리가 경쟁하듯 선생님의 운동회 도시락을 예쁘게 만들어 싸주어야 하는 게 반장의 역할이렷다. 우리는 고작 김밥 한 줄 싸서 들고 가고, 간식 몇 개 들고 가는 게 고작이었으나, 반장의 막중한 책임은 운동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당연하지만, 2학기 때도 환경미화 심사를 했다. 미화부장이 아닌, 반장의 주도하에 우리 반은 예쁘게 꾸며야 했다. 그나마 1학기는 장일이가 잘 주도해서 예쁘게 꾸며 우리 반은 3등을 수상했다.

이뿐만 아니라, 반장의 책임은 더 큰 역할을 해야 했다. 그래서 엄마도 아빠도 반장이 되는 것은 좋은 훈장일 뿐만 아니라, 무거운 굴레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어려운 길을 대희는 한다고 한다.

우리 반 남자들은 고민을 한다. 소연이를 뽑아야 할지? 혹은 대희를 뽑아야 할지가 화두였다. 당연히 대희를 뽑지 않으면 대희가 우리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연이는 너무나 우리 반을 위해 잘할 것 같았다. 단지 뚱뚱하고 둔해 보일 뿐. 소연이는 분명 착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수철이의 얼굴을 보니, 대희가 무서웠다. 대희가 반장이 되었을 땐 어떨까도 상상을 해 보았지만, 딱히 좋은 상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수철이처럼 더 많은 친구들이 울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맞기 싫었다. 재호가 무서웠다.

재호는 우리 반에서 제일 뚱뚱한 친구였다. 재호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다니는 차돌 교회로 오라고 이야길 했다. 주일학교 시간은 토요일이라 했다. 나한테도 이야길 했다. 난 알았다고 하고 주일학교를 간다고 했지만 가질 못했다. 그리고 월요일 재호는 나를 부르더니 할 이야기가 있다 했다. 너무나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이야긴 목소리가 아닌 주먹으로 나왔다. 얼굴을 때리고 배를 때린다. 단지 자신의 교회에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았단 이유 하나만으로 난 2학년 시절 재호가 무섭게만 느껴졌다.

덕희는 어떤 친구인지 모른다. 당연히 대희도 모른다. 하지만, 날 때린 재호가 어쩔 줄 몰라하는 대희라면 당연히 더 무서운 친구이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미 대희는 자신이 반 아이들을 모았으나, 수철이가 남지 않아 자신의 뜻을 거슬렀으니 자신의 뜻대로 주먹 몇 번을 휘둘렀을 것이다. 그게 재호가 되었든, 대희가 되었든, 혹은 덕희가 되었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뒤에서 수근거리듯 덕희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재호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를 때릴 친구가 있는지 아니면, 안 때릴 친구가 있는지가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재호는 어린 시절 알던 친구였다. 어린 시절 재호네 집 김장을 하면 우리는 다 같이 놀러 갔고, 재호 엄마가 돌돌 말아주는 김치에 돼지고기에 쿰쿰한 냄새가 나는 굴에 싼 보쌈을 입에 한가득 먹으며 신나게 놀았던 친구였다. 재호는 세례명이 디모데오였다. 내 어린 시절 재호는 나와 성당 주일학교에서 뛰어놀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2학년 때 재호를 만났을 때 너무 기뻤는데, 재호는 교회를 오라고 나한테 이야길 했었다.

저 멀리 귓가에 벨이 울린다. 하지만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재호도 교탁 위에 오르지 않았다. 덕희도 오르지 않았고, 반장 후보인 대희도 올라오지 않았다. 장일이와 부반장만 어쩔 줄 몰라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 뒤돌아보며 이야길 나눴지만, 소연이를 뽑을까? 혹은 대희를 뽑을까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뿐, 맨날 이야기하던 고인돌의 끝판왕 이야기나 폭스의 끝판왕 이야기는 하질 못했다. 2D 디스크에 카피하며 돌려서 이야기를 하던 그 게임 이야기, TV에 나온 그 만화영화 이야길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단지 여자애들의 재잘재잘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은 다시 앞 드리라고 이야기하고 침을 묻혀가며 갱지를 북북 찢는다. 마지막 6교시 중에는 반장선거를 끝내고 싶은 모양이다.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며, 반장에게 선거를 진행하라 했다. 칠판에는 여전히 박대희와 이소연의 이름만 적혀 있었고, 역시 60명의 유권자는 30표씩 표를 결정했다. 내심 소연이가 되었으면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대희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지 죽여버리겠다는 그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연이가 반장이 되었으면 하지만, 나도 소연이를 뽑는 게 부담스러웠다. 대희는 분명 자기를 뽑지 않은 사람을 찾을 것이다. 아빠가 형사라 하니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두려움 때문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신 희생해주길 바랐다.

이후 투표도 역시 30표. 담임 선생님은 슬슬 짜증이 나길 시작한 모양이다. 갑자기 인상을 쓰며 이야길 한다.


"니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래? 그냥 정 못 고르겠으면 둘이 가위바위보라도 해라. 퍼뜩 끝내고 집에 가자."


선생님은 여전히 짜증 섞인 표정이었다. 빨리 끝나고 집에 가서 막걸리나 한 잔 해야 하는데, 나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이 반장선거를 빨리 끝내고 싶어 했다. 담임 선생님은 항상 헝클어진 머리로 학교에 왔다. 옷에는 김치국물이 묻은 듯. 벌건 얼룩이 가끔 묻어 있었는데, 아마 어제 입은 옷 그대로 입고 와서 그랬을 수 있을 듯하다. 가끔씩 술 냄새가 많이 나는 날에는 교과서를 읽으라 하고 밖에 나가곤 했다. 앞자리 친구부터 5줄씩 읽기를 하는데, 귀현이는 한글을 몰라서 늘 놀림을 받았다. 미술시간에도 읽기만 했다. 음악시간에도 읽었다. 그나마 반장선거는 가만히 있어도 되니 편하게 앉아서 쉬려 했는데, 이 반장선거가 종례시간이 될 때까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모양이다. 선생님도 고민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연다.


"야! 장일아. 네가 반장 한 번 더 할래? 아... 아니다. 1학기 반장은 반장 할 수 없지. 아니면 소연이랑 대희랑 둘이 올라와서 누가 반장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 봐라. 그리고, 진지하게 듣고 너희들이 뽑아라. 괜히 가시나들이라고 가시나 뽑지 말고, 반에서 일 잘할 애를 뽑아야 한다. 소연이부터 나오너라."


소연이가 먼저 교탁 위에 올라온다. 덩치는 좀 있지만, 그래도 우리 반에서 착한 친구였다. 여자애들은 소연이를 신뢰했는지, 다들 소연이에게 표를 보냈다. 사실, 남자애들도 소연이가 반장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깜빡하고 준비물을 안 가져와도 소연이는 항상 넉넉히 가져와 친구들에게 빌려주곤 했다. 나도 몇 번 고무줄이나 색종이를 빌리기도 했다. 소연이는 덩치 큰 만큼 마음도 큰 것 같았다. 헛기침을 두 번 정도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이소연입니다. 제가 만약 반장이 된다면,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반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나쁜 친구들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


소연이가 더 말을 이으려 하자 담임선생님은 소연이의 말을 자른 뒤, "퍼뜩 들어가라. 니 대통령 선거 나가나?"라고 이야기했다. 소연이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글쩍이며 들어간다.


"다음"


대희가 올라온다. 대희는 우리들을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4학년 1반 박대희입니다. 저는 반장이 되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반장이 될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체육대회도 1등을 하겠습니다. 공부도 1등을 하겠습니다."


"니도 그만하고 내려 오너라."


대희도 내려가고, 다시 장일이와 부반장이 찢은 갱지를 나눠준다. 우리는 대희나 소연이 둘 중 한 명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다시 한번 난 누군가 더 많은 애들이 소연이 써서 반장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박대희의 이름을 썼다. 문석이도 그렇고 우리 반 애들 다 간절히 원했을지 모른다.

다시 갱지로 찢어만든 종이를 모아 반장이 읽는다. 박대희. 박대희. 이소연. 이소연. 박대희... 마찬가지로 다시 30표대 30표가 되었다. 또다시 투표를 해야 할 모양이다. 이 결과를 보다 담임선생님은 피우던 담배를 던지며 소리를 쳤다.


"니들 장난하나! 퍼뜩 끝내라니까, 또 이러고 앉아있나! 아무나 빨리 뽑아라 안카나! 정 안되면 거수투표 할까? 종이도 없다. 이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이를 찢어서 장일이에게 주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자를 대고 찢어 크기가 비슷했지만, 이제는 삐뚤빼뚤 한 종이라서 더 이상 투표용지라 하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이 종이에 이름을 적고, 우리 반의 반장을 뽑을 수 있으니 반장 선거의 정식 투표용지라는 권한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투표용지는 아무 이름이나 쓸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차라리 여자애 한 명이 대희를 서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니, 남자애 한 명이 소연이를 찍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이번 투표가 빨리 끝났으면 했다.

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박대희 30표, 이소연도 역시 30표 변화는 없었다. 몇 번이나 재투표를 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도 이젠 화가 났는지 말없이 밖으로 나간다. 이제 종례시간까지 20분 정도 밖에 안 남았다.

대희가 교탁 위로 올라와 다시 잎을 연다. 재호와 덕희도 대희 옆에 있었다. 마치 3명은 한 몸이 된 듯. 케르베로스처럼 항상 같이 붙어 다녔다.


"내가 길게이야기 안 할게. 너네 만약에 내가 반장 안되면 죽여버릴 거야!"


그러자 여자애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네가 뭔데 우리가 뽑아줘야 하냐는 것과, 그냥 귀찮은데 뽑아주자는 이야기뿐. 남자애들은 그냥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어느 누구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대희는 잠시 아이들을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어차피 누가 반장이 되더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하지 않겠어? 소연이처럼 반장 할 생각이 없는 애가 등 떠밀려해 봐야 잘 못할 거잖아."


소연이가 갑자기 벌컥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누가 등 떠밀려한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하면 못한다는 이유가 있어? 증거 있어?"


"응. 있지. 만약 네가 반장 되면 내가 널 죽여버릴 거니까."


그리고 대희와 덕희, 재호는 교탁에서 내려와 4 분단 맨뒤로 간다. 소연이도 황당한 듯 주위를 쳐다보다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소연이는 다시 일어나 화가 난 듯 씩씩 거리며 이야길 다시 한다.


"박대희! 네가 만약 반장이 되고 싶으면, 반 친구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이야기해서 너를 뽑아달라 해. 괜히, 친구들 불안하게 하지 말고. 네가 정말 너 뽑지 않은 애들 죽일 수 있어?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


4 분단 맨뒤로 가던 대희가 갑자기 소연이에게 다가가 따귀를 때린다. 그리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응. 죽일 수 있어. 난 그럴 정도로 반장이 되고 싶거든."


갑자기 따귀를 맞은 소연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애들이 대희와 덕희, 재호를 향해 너네 미쳤냐고 이야기하고 웅성댔지만, 남자애들은 단 한마디 하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소연이는 큰 소리로 울 줄 알았지만, 눈물을 닦더니 다시 이야길 한다.


"고작 네가 나 한데 때렸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아? 반장이 될 생각이 없었는데, 나도 반장이 되어야겠어."


하지만 대희는 그런 소연이의 모습을 보고 비웃는다. 그리고, 남자애들을 바라보며 이야길 한다.


"응. 네가 할 수 있으면 해 봐. 네가 단 한 명이라도 남자애들 표를 얻어봐. 근데, 그럴 수 없을걸? 걔네들은 나 안 뽑으면 죽여버릴 거니까 말이야."


그때 다시 담임선생님이 들어온다.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조용히 하고 앉아."라고 이야길 한다. 선생님 눈에는 소연이가 눈물을 흘리고,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른 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늦은 저녁까지 막걸리를 드셔서 피곤해서 그러실 수 있을 듯했다. 이젠 엎드리라고 하지 않고, 담임 선생님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갱지를 찢어 반장에게 나눠주었다. 아니, 이젠 몇 분 후면 반장임기가 끝날 장일이한테 주었다. 장일이는 다시 종이를 나눠주었지만, 뭐라 이야길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이름을 썼다. 용기 있는 소연이를 바라보니, 꼭 반장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그러질 못하고 난 대희의 이름을 썼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마 이번에도 30표씩 나오고 다시 또 재투표가 될 듯했다.

이번에 걷고 장일이가 이야길 하려 하자, 담임선생님이 자신에게 달라했다. 그리고 부반장이 이름이 불리면 바를 정자를 쓰라 하고, 선생님이 직접 부르시겠다 했다. 박대희, 이소연. 계속 반복이 되다... 마지막 한 장이 남았다. 이소연 29표. 박대희 30표. 선생님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우리도 궁금했다. 아마 결과는 같을 것이다. 분명 이소연의 표일 거라 생각했다.

선생님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다니 "박대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표를 손으로 구겨 집어던졌다. 그 뒤 박대희보고 앞으로 나오라 했다. 이번 2학기 반장이 되었으니, 앞으로 열심히 하라 하고,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해 친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분명 멋진 반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길 했다. 멋진 반장이며,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고 하니 헛웃음이 나왔지만, 내심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말을 잇는다.


"어차피 이소연이도 반에서 인정받았으니, 네가 부반장 해라. 그리고 남자 부반장은 누가 할까? 이것도 투표로 하면 시간 걸릴 테니까, 대희야. 누가 하는 게 좋을까?"


박대희는 웃으면서 주위를 살핀다. 아마 대희는 속으로 덕희나 재호 중 한 명을 고를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은 총무부장을 하겠지라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대희는 우리를 쳐다보더니 큰 소리로 이야길 한다.


"당연히, 우리 반을 위해 헌신할 김수철이 부반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를 모두 쳐다보더니, 담배를 한 대 물며 말을 잇는다.


"그래 알았다. 반장은 박대희. 부반장은 이소연, 김수철. 종례는 이걸로 마친다. 나머지 학금 위원은 남아서 선정하고 내일 아침에 반장이 알려줘라."


"네 알겠습니다."


결국 박대희가 반장이 되었다. 우리의 기대와는 완전히 멀어졌다. 그리고 박대희는 자기 말을 안 들었다고 두들겨 팬 김수철을 부반장으로 뽑았다. 이소연도 황당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누가 표를 하나 던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자애 중에 한 명이 박대희를 뽑은 걸까? 아마 소연이가 대희한테 맞고 나니 다들 겁을 먹은 나머지 대희를 뽑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선생님이 던진 종이가 내 앞에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흔적도 안 남을 만큼 구겨진 종이. 난 조용히 그 종이를 주워보았다. 갱지위에 연필로 끄적인 걸 구겨서 그런지 흐릿하게 보였지만, 뭐라고 썼는지 확인은 할 수 있었다. 바로 "이소연"이라는 글씨였다. 난 조용 손을 들었다.


"저기 대희야..."


"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읽은 표, 대희 네가 아니고, 이소연이야."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대희는 갑자기 웃던 얼굴을 찡그리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따귀를 계속 때리기 시작했다.


"이거 미친 새끼 아냐. 너 아주 돌았냐? 니 눈에는 이게 이소연으로 보이냐? 눈깔 삐었냐고."


그런 모습을 보던 이소연이 박대희한테 다가간다.


"야. 박대희! 너 미쳤어?"


대희는 소연이를 보며 멱살을 잡으며 "네가 아주 미쳤구나. 너 재정신이냐?"라고 말을 잇는다.


"응. 재정신이야. 내가 보기엔, 네가 미친 거 같아. 너네 아빠 형사라고 했지? 네가 이런 거 알고는 있어?"


갑자기 재호와 덕희가 소연이에게 다가와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깟 반장이 뭐라고 친구들을 때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희는 반장이 되기 위해 친구들을 두들겨 패고, 무섭게 했다. 나도 그런 대희가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이소연을 적지 못하고 박대희를 적었다. 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대희에게 다가갔다.


"대희야... 그만해. 이제 애들도 다 알아."


재호가 주먹으로 있는 힘껏 내 배를 때렸다.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문석이도 일어섰다. 아니 반 친구들이 한 명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런 애들을 보더니 당황하기 시작했는지, 대희는 소리를 쳤다.


"야.. 너네 미쳤어? 너네 단체로 그런다고 내가 너네 못 죽일 줄 알아?"


주위의 아이들이 이야길 한다.


"응. 넌 겁쟁이라서 못할 거야."


"하... 이 미친 새끼들 다 죽여버릴 테니까. 각오해!"


대희는 교실 뒤로 가 대걸래를 부러뜨리고 허공에 대고 휘두른다. 그때 막 시끄러웠는가 2반 담임 선생님이 오셨다.


"야... 너네들 뭐 하는 거야. 다들 모여서 집에는 안 가고 왜 이리 시끄러운 거야?"


그때 소연이가 울먹이며, 2반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한다.


"선생님... 대희가 자기 반장으로 안 뽑으면 가만 안 있겠데요."


2반 담임 선생님은 무슨 소린가 갸우뚱해하며, 자기가 알아보겠다 하며, 전화를 해보겠다고 한다. 자리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내선 번호를 누른다. 잠시 소화기를 들고 기다리다 선생님이 전화를 받자 이야기를 잇는다.


"선생님. 2반 담임 김형배입니다. 다름 아니라, 1반 애들이 반장 선거 때문에 문제 있는 거 같은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리고 2반 담임 선생님은 네... 네... 그러더니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라고 이야길 하며 수화기를 내린다. 그리고 잠시 한 숨을 쉰 뒤 이야길 한다.


"휴.... 너네 담임 선생님 말씀이 이미 선거 끝났다고 하시던데? 무슨 일이니?"


그 순간, 나와 우리 반 아이들 전원은 이번 2학기는 즐겁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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