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그래도 찾아온다

by 별빛바람

평소보다 꽃이 빨리 피었다 한다. 1920년대 이후로 서울의 벚꽃이 이렇게 빨리 핀 것은 처음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너무나 추워서 그런지 꽃만큼이라도 빨리 펴서 마음속만이라도 따뜻해지기를 원하는 듯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마이너스 온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이 날은 별 생각이 없었다. 어딜 찍기 위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니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꽃망울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누구에게나 낭만이 있고, 꿈이 있으며, 희망이 있고, 그리고 사랑하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아버진 꽃을 좋아했다. 사진을 찍고 감상할 정도의 여유가 있으신 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색이 펼쳐진 꽃을 보는 걸 좋아했었다. 그나마 없는 형편에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취미라고 등산을 좋아하셨으니, 등산의 절반은 "꽃"을 구경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래서 지금 사시는 집도 집이 좋아서, 투자 목적 때문이 아니라 대문에 펼쳐져 있는 작디작은 장미 나무의 붉은 꽃망울이 너무나 이뻐서였다고 했다.

어머니도 꽃을 좋아했지만, 아버지만큼 여유를 가지진 못하였으리라. 새벽녘 일찍 저 멀리 시골에서 유학온 조카의 새벽밥을 챙겨주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벼 밥을 준비하시던 어머니. 아버지의 출근 아침밥을 챙기며, 저녁 늦게까지 집안일을 하시느라 정신없었던 어머니는 이쁜 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셨다. 그러니 "꽃"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 왔을 시간밖에 없으셨으리라.

그런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지, 종종 꽃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곤 했다.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사진을 보고 오랫동안 음미를 할 만큼의 여유가 없으셨는지 한몇 장 훑어보더니 "잘 찍었네." 한 마디만 하실 뿐이었다. 그러니 내가 찍은 꽃 사진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딱 30초 보기 위한 사진일 뿐. 어찌 보면 사진을 찍는 것도 사치고 -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사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난 사진을 찍을 때가 가장 행복하니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을 수밖에.

이젠 어느 누구에게 꽃 사진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할 시간. 그저 이쁘게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컴퓨터의 마우스를 이리저리 클릭할 뿐. 문 앞을 나왔을 때 이 꽃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찍는 그 순간. 그러고 보니, 둘째가 너무나 꽃을 사랑했으니 아빠도 미소를 지으며 꽃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알록달록 색깔을 바라보며 큰 환호성을 짓는 아이. 너무 키가 작아 꽃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없으니, 아빠가 찍어준 사진을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꽃을 바라보면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마침 올해 첫 꽃 사진을 찍는다. 마치 아련한 봄 햇살의 느낌을 받도록 Blue filter를 함께 끼워본다. 다소 색기 옅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련한 그 색감만큼은 여전하지 않을까?


L1280467.jpg
L1280468.jpg
L1280469.jpg
L1280471.jpg
L128049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스텔 톤의 색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