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다르게 요즘 어린이집과 교육 현장은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은 씨앗으로 부족한 거름 때문에 많이 키우질 못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키워주기 위해서였을까? 작은 방울토마토 묘목, 상추, 애플민트와 같은 허브들을 종종 키워보기도 한다. 작년 아이 하원 때문에 어린이집을 찾았을 땐 물이 흥건하게 담겨있는 화분을 보았는데, 그곳에서 벼 이삭을 키우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랄 뻔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빗물이 고였는데, 너무 바빠서 치우지 못한 줄 알았으니 말이다.
서울 시내에서 토마토가 자라고, 고추가 자라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어린 시절엔 집 마당이나 옥상에 종종 텃밭처럼 키우긴 하였지만, 요즘은 아파트가 점점 늘어나다 하니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무언가 크고 자란다는 것을 바라볼 여유조차 사라진 것이다. 매일 신경 써서 물을 줘 가며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여유마저 사라져 버린 아이들의 모습은 참 안 쓰럽기만 했다. 그런 부족한 모습을 요즘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채워주고자 하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 둘째 아이 하원을 시키러 가는 길이었다. 아이는 날 쳐다보더니,
"콩나무! 콩나무! 가져왔어."
라고 이야기 한다. 콩나무? 뭘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해 물어보니, 낮잠 이불 가방에 검은색 봉지가 들어가 있었다. 살짝 열어보니,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1주일 동안 키운 콩나물이 살며시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분명 아이는 신기해하며 열심히 물을 주며 콩나무를 키웠을 거고, 작은 콩이 이렇게 쑥쑥 자라 싱싱한 콩나물이 되었으니 깜짝 놀랐을 거다.
주말 동안 8시간마다 하루 세 번씩 물을 갈아주었다. 손가락 만한 콩나물이 쑥쑥 자라 엄청 킨 콩나물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본다.
"콩나물 무침을 먹을래? 국으로 먹을래?"
아이는 무침을 먹겠다 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정성 들여 키우고 수확한 콩나물이다.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물을 주며 키운 콩나물이니 그 어느 콩나물 보다 싱싱하고 맛있는 콩나물이니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아침에 무친 콩나물과 함께 둘째의 점심밥을 준비한다. 당연히 이 순간순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으니 더 아름답게 사진이 나오는 듯하다.
콩나물 무침은 간단하게 했다.
콩나물을 채반에 담아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그리고 물을 끓인 뒤 소금을 한 스푼 넣고, 콩나물을 약 1분 30초 정도 삶은 뒤 찬 물에 헹군다. 그리고 소금과 참기름 양념을 한 뒤 조물 조물 무치면 아이도 좋아할 콩나물 무침이 완성된다.
아이가 직접 키워서 그런지 둘째 아이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당연히 나도 정말 맛있게 먹었으니 다행이다. 아이의 하루 일상 중 중요한 에피소드를 찍을 수 있으니, 당연히 카메라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