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바람 Apr 02. 2023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않은 그곳

상암 DMC 뒤편을 걸어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의 장르가 Street Photography이지만, 한 편으로 제일 어려워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Street Photography다. 일부 사진작가들은 광각 렌즈의 존 포커싱 기능을 사용하여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툭툭 찍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열심히 촬영하기도 한다만, 그 역시 "불편함"에 대한 시선을 제공하는 것이니 그 모든 것을 피하고자 거리를 찍다 보면 항상 고민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홍콩의 거리를 거닐며 찍는 사진작가의 모습처럼 종묘 공원 근처에서 장기를 찍으며, 순댓국을 드시는 어르신의 표정을 찍고 싶긴 했다만 누군가에게는 "에술"이 될 수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시선"에 대한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불편함에 대한 나의 대응이 부족하였기에 Street Photography 작가를 꿈꾸기만 하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발걸음은 늘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그 시선 또한 다양하지 않았던가? 특히 내 발걸음은 언제나 뒷골목을 향해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의 뒤편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곳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고, 어느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가 좋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리기도 한다. 당연히 그런 뒷골목의 식당의 습한 냄새와 함께 찌든 때가 맛 집의 척도인 양 이야길 하지만 다 쓰러져 가는 건물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에 대한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족하기만 하다.

언젠가 홍콩 "구룡성채"의 생활상을 찍은 다큐멘터리와 사진집을 본 적 있었는데, 그 모습을 한 편으로는 싸이버 펑크의 이미지로 파생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빈민 슬럼의 이미지로 만들어지기도 하니 언제나 대상에 대한 시각화는 극단적이었다. 사실, 별 의미 없이 그곳은 여전히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고 - 단지 우리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지 않았을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떠한 사진작가도 그곳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띄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슬럼"에 대한 이미지 혹은 "싸이버 펑크"에 대한 이미지만을 생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마천루가 있는 그곳도 사람이 살고 있다. 단지 내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으니 걸어갔을 뿐이며, 카메라의 셔터를 열심히 찍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던 Street Photography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방송국이 즐비한 DMC의 뒷골목을 걸어간 그 순간부터였다. 그리고 다시 앨범을 뒤져보니 내가 찍은 사진 중 대다수는 마음에 안 들어서였지만, 일부는 너무 가슴이 아파 남기기 싫었던 사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겨야겠단 생각이 있으니 다시 셔터를 눌러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중하게 걸어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