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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May 14. 2023

왜 권고사직 / 대기발령에 관한 글을 쓰나요?

잠깐 쉬어가기

제가 재직하였던 회사는 몇 달 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해고해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IMF가 다시 돌아오는지도 모릅니다. 회사가 부도가 나기 직전이라든가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명 끝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무섭게 달려가기만 하고 있어 걱정이 앞설 따름입니다.

다행인 것은 진작부터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시기가 딱 이 시기 즈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조조정과 권고사직, 대기발령의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침묵과 순응을 강조하던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소한 티끌조차도 권고사직의 사유가 되었으며, 몸이 아파 연차를 신청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권고사직의 대열에 합류시키곤 하였습니다. 성과가 하나의 평가 기준이 된다면 누구나 순응할만한 상황이 되겠지만, 그 기준조차도 어느 누구도 인정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보니 회사는 두 패로 나뉘게 됩니다.

당연히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사람들과 앞으로 통보받을 사람들로 나뉘게 되었지요. 우선 앞으로 통보받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설마 대기업이 사람들을 자를 거냐는 생각부터, 다른 사람들의 아픔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다고 이야길 하곤 하니 그 역시 폭력이 되어가고 있지요. 그리고, 대 놓고 권고사직이나 대기발령을 받은 사람에게 큰 소리로 웃으면서 쌤통이다고 "농담"아닌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또 한 편으로 통보받은 사람들도 여러 부류로 나뉘곤 합니다. 절망하는 사람, 화만 내는 사람. 어떻게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열심히 비비는 사람들 등등. 하지만 그 끝은 어디일까요? 결국은 누구나 다 똑같은 "권고사직"의 상황이지만, 그 자리에서 폭력성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강도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동물들은 필요에 의해서만 폭력을 행사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필요"와 상관없이, 인간의 악마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더란 거지요.

한 예로 A는 저와 같은 팀 후배였으며,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호탕한 친구였습니다. 성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친구였지만, 어느 순간에 이 친구도 권고사직의 늪에 빠지게 되었지요. 이 친구도 황당했을 겁니다. 7살짜리 아들과, 이제 막 양육을 위해 퇴사를 한 와이프가 있었으니, 자신도 권고사직을 받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진 않았겠지요. 물론, 이 친구의 상황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A의 소식을 들었을 때 큰 소리로 웃던 B의 악마와 같은 미소는 여전히 잊을 수 없었습니다. B는 C 모 회사에서 경력직으로 들어왔으나, 몇 차례 무단결근으로 회사에서 입지는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밝았는지, 아니면 다른 사유가 있었는지 제가 있던 팀으로 오면서 알게 모르게 담당 임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연착륙을 했지만 과거 무단결근과 평판 문제로 입지가 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팀 입장에선 B가 1차 대상일 거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인사는 B가 아닌 A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그 순간 B는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박장대소를 합니다. 그리고


"에이 설마요. 잘 될 거예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이 있고, 남편과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42세 엄마인 B는 자신이 잘 될 거라 생각한 마음이었는지? 혹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 건지 호탕한 웃음을 던지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제일 먼저 이야길 합니다.


"에이 설마요. A가 잘못했으니까 권고사직을 받았겠지요."


거짓된 이야기와 추측된 이야기를 한 대 섞어가며 B는 A를 향한 폭력을 행사합니다. A는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회사에 큰 문제를 끼친 사람 중 한 명으로 전락해가고 있었지요. 이러한 폭력뿐만이 아니라, 몇 달의 기간 동안 수많은 폭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폭력 속에 상처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느 누구도 그려주질 않았으니, 이에 대한 펜은 당연히 내가 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는 내용이니 관심에서는 점점 멀어지지만, 제가 지켜본 그 모습들을 당연히 기록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입니다만...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단 한 사람의 시각이 아닌 다양한 시각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공감하며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엮어내다 보니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 폭력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잠시라도 회사의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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