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6화)
"본다"는 의미.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사유한다는 뜻이 된다. 가장 일반적인 행위이지만, "본다"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특정화하고, 판단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행위와 연결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선택"이라는 의미와 같이 연결이 된 "본다"는 행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1. 선택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우선 카메라를 들 수 있다. 비싼 카메라를 선택할 수도 있고, 싼 카메라를 선택할 수 있다. 당연히 일회용 카메라도 가능하며, 요즘은 더욱 성능이 좋아진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모든 행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행위이다. 그다음 선택의 행위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한정되는 렌즈의 선택이다. 원화는 화각, 조리개 값, 렌즈가 만들어내는 빛의 색감, 빛의 처리 방식 등을 선택하면 분명 같은 장면을 찍더라도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동일한 행위를 할 수 있다. 요즘 유명한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스노우"를 활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 기본 앱을 활용할 수도 있다. 흑백사진을 즐기는 사람이나 필름 사진의 질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그에 해당하는 효과를 내는 앱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선택으로 우리는 그냥 생각 없이 찍을 수 있다. 그리고, 후 보정이라는 단계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 전에 보정을 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의 자동 기능을 활용하여 사진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어떤 선택을 하든 사진의 결과는 "내가 선택한 결과"일뿐,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강요 없이 선택한 결과이다.
난 그 많은 선택 중, 필름 카메라인 Leica MP와 50mm 렌즈인 Summicron 50/2.0 DR렌즈 혹은 40mm 렌즈인 Summicron-c 40/2.0 렌즈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맞는 필름을 선택하지만, 요즘은 Ilford XP2 400이 색감이나 편리함이 마음에 들어 자주 선택하는 필름이 되었다. 물론, 이 선택은 내 의지에 약간이라도 영향을 끼치는 여러 인터넷 리뷰나 유튜브의 제품 소개를 통해 선택하기는 하지만, 그 리뷰와 동영상이 나의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난, 내가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행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어떠한 효과가 나올지 선택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다. 배경을 날리는 아웃 포커스를 선택할 수 있고, 배경까지 또렷하게 표현되는 사진 효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빠른 모습을 선택할 수 있고, 무언가 정지된 모습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모든 행위 역시 나의 선택이다. 그 선택의 결과들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 다소 복잡할 수 있겠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내가 사랑하는 결과가 되어 돌아온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선택을 한다. 예전 MBC에서 방영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인 "인생극장"에서 처럼 선택의 굴레에서 두 선택지를 다 관찰해 볼 수 있다면 당연히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수많은 갈래길 중에 선택한 대학교, 전공, 모든 꿈, 인생살이 등에 대해서 이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이미 선택을 한 순간, 나의 삶은 뒤돌아보기도 전에 앞으로 전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회사생활에서 내 커리어를 마무리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의 선택. 그리고 이후 수많은 좌절들 속에서 새로운 선택에 대한 고민, 그 모든 고민들 속에서 나는 "사진"을 선택했다. 온전히 나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을 할 수 있는 행위. 처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그 행위가 어려워서 그렇지, 내 사진이 꼭 교범대로 만들어진 흔히 이야기하는 "힘 있는 사진"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찍은 사진은 온전히 나의 선택의 결과다. 당연히, 내가 찍은 실수의 행위도 나의 결과다.
당연히 위 사진은 실패한 사진이다. 평행도 맞지 않고, 피사체도 한쪽으로 몰려 있다. 그리고, 왼쪽 하단에는 내 손가락이 찍혀 있다. 즉, 전문가들이 보기엔 분명 실패한 사진이다. B컷도 아닌 C컷인 사진이지만, 난 이 사진을 당당히 A컷으로 올려 두었다. 우리 가족만이 만들 수 있는 모습, 그리고 내가 사진을 찍지만 나 역시 왼쪽 하단에 손가락이나마 출연을 하였다. 몇 안 되는 우리 가족의 사진. 그리고, 이 사진은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찍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다. 우리 가족만 표현할 수 있는 그 사진. 그 선택의 결과가 만들어낸 멋진 모습. 그렇기에 사진을 사랑한다.
2. 꿈
몇 년 전까지 나의 꿈은 한결같았다. "종군기자" 혹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하지만 난 사진을 잘 찍지 못했고, 그 사진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꿈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나의 모습은 "기술"이라는 한계에서 늘 멈춰있곤 했다. 몇 번 사진에 대한 전문 기술을 배워보고자 하였지만, 늘 상투적인 결과일 뿐이었다. 역광에선 어떻게 찍어야 하고, 평행은 어떻게 맞춰야 하고, 이럴 땐 어떻게 후 보정을 해야 하냐는 등. 사실 수많은 책들을 사 보았지만, 무슨 내용인지 모를 때가 많닸다. 난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직업 특성상 해외출장을 자주 다녔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동남아시아를 헤매며 내 가방 속에는 언제나 작은 Leica X1이 들어 있었다. 이제는 어디다 팔기 힘들 정도로 스크래치와 흠집이 났지만, 적어도 Leica X1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내가 전 세계를 돌며 만든 극런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내가 선택한 피사체. 그 나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때론 아무것도 모르고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 때론 무언가 고민하다가 사진 찍지 말라고 인상을 쓰는 모습. 그 모습이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할지라도 정중하게 사진 한 컷을 부탁하면 누구나 미소를 지으며 찍어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 그것이 나의 사진의 요소였다.
거창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기는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를 찾기도 쉽지 않고, 그 소재를 통해 만들어 난 멋진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건 나도 잘 아는 결과다. 멋진 다큐멘터리 사진 소재를 찾는 것은 인생의 첫 번째 로또이고, 그 사진으로 퓰리처 수상을 한다면 두 번째 로또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 로또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찍는 소박한 사진의 소재는 늘 우리 곁에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것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다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올 수만 있다면 그것 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지 않을까?
아마 "종군기자"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되고자 했던 것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남기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하기보다 너무나 일상적이지만 지나쳐왔던 것들을 남기는 것이 나의 꿈이 되었다. 사진이 남기는 것들. 그리고, 내 선택에 의해 특정한 색이 부각될 수 있고, 모든 색을 다 흑백으로 바꾸기도 할 수 있다. 그 결과를 통해 익숙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나간다. 그것은 나의 세상이고, 내가 창조해낸 결과물이다.
가끔은 내 사진을 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전문가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당연히 그의 눈에는 조잡하고 복잡한 사진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가끔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그의 눈과 나의 눈이 갖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묵묵히 내 꿈을 향해 다가간다.
3. 생각
뷰파인더는 내 주위의 모든 모습 중 특정 한 면을 담기 위한 틀의 도구다. 어느 한순간이 멋져 사진으로 남기려 하다가도, 때론 뷰파인더의 프레임이 너무 좁기 때문에 - 혹은 너무 넓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다시 한번 고민을 한다, 이 사진을 그냥 찍고 후보정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결과물을 남길 것인가? 그 모든 결과물은 당연히 내가 생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며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 그것은 내가 주위를 둘 어보며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확장해 나가며 만들어낸 이미지의 결과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다. 분명 무언가 맘에 드는 이미지와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끊임없는 관찰과 생각이 필요하다. 그 상황은 나 혼자 걸어가며, 혹은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며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만의 사유의 확장의 과정이다.
다 행하, 나는 축복을 받았는지 혼자 다니며 세상을 둘러보는 것이 편하고 행복할 때가 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만들어낸 결과물은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그 생각이 현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프레임은 나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심지어 가족을 찍는 그 순간조차, 내가 남기는 모든 것들은 나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나는 항상 생각을 하기 위해, 그리고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