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카메라 : Leica M-P(typ 240), Voigtlander Nokton Classic 35/1.4 MC, Adobe Lightroom 보정
자연광을 사용하여 사진을 찍을 땐, 당연히 밤보다 낮이 더 훌륭한 사진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밤에 최적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알맞은 필름 혹은 렌즈도 필요하고, 조명도 필요하며, 삼각대라는 장비도 필요하다. 빛이 그만큼 줄어드니 셔터도 좀 더 오래 열어야 하고, 빛도 평소보다 많이 들어가야 하니 조리개도 최대한 크게 열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렸을 때 아버지의 카메라로 밤에 사진을 찍었을 때는 플래시의 불 빛이 반사가 되어 눈에 빛이 나는 사진으로 결과물을 만들곤 했다.
하지만 밤은 당연히 어두워야 하는 법이다. 그 어둠 속에서 미세하게 남아있는 빛을 감지하여 사진을 찍는다면 그 나름의 결과물이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늦은 밤 아니면 카메라를 꺼낼 여유가 없으니, 한 동안은 어둠이 쌓여있는 순간에 찍은 사진도 나름 매력이 있을 거라 생각을 해 보았다.
내 가방 안에는 항상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언제 - 어떠한 모습이 어떻게 다가올지도 모르니, 그 순간의 모습을 포착해 나가며 사진을 찍을 때의 기쁨. 그 순간의 포착에서 만들어낸 그림의 결과물이 항상 기대감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 동안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었다. 너무 정신없었고, 바쁘게만 지냈다. 그러니 가방에 있는 카메라를 꺼내볼 여유조차 없었다. 당연히 카메라를 꺼내볼 여유조차 없으니, 주위의 분위기와 시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지내왔다. 눈앞에 있는 건널목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걸어갔으며, 1분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니 어떠한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가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모른 채 길을 향해 - 건널목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단지 주위에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내가 걸어가는 이 순간에 어떠한 멋진 모습이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걸어갈 때였다. 그러다 건널목의 신호등이 빨간 물이었다.
건널목에 잠깐 서 있을 때, 주위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잠시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 멀리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조리개를 최대한 열어도 빠른 셔터 스피드를 확보할 수 없을 때였다. 하지만, 신호가 바뀌기 전에 잠깐의 시간 동안 급하게 사진을 찍어야 할 찰나였으니 - 무심결에 뷰파인더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그 순간...
LCD 액정은 7s, 6s, 5s... 점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8초 동안 셔터 스피드가 열린 것이다.
며칠전인지? 몇 주 전인지, 무심결에 사진을 찍었을 때 조리개 값을 16으로 맞춘 뒤라 그런지 카메라는 적절한 빛을 받아야 하기애 8초 동안 셔터 스피드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짧지만... 정말 긴 순간...
8초 동안 셔터가 열린 그 순간.
난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고, 숨을 쉬지도 않은 채 조용히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4s...
3s...
2s...
1이라는 숫자를 향해, 카메라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1이라는 숫자가 된 뒤...
철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셔터가 닫히기 시작했다.
이미 10년이 넘은 카메라라 그런지 8초 동안의 셔터가 열린 순간을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30초 동안 휴식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사진이 찍혔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억지로 play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히 조리개를 조정해 1.4로 맞춘 뒤 열심히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길을 건너기까지 남은 30초 동안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적은 불 빛.
어둠이 깔려있는 그 순간...
그 순간에 아주 미세하게 남아있는 빛의 흔적을 찾아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서 조금은 흔들렸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마치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며 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