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그곳의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by 별빛바람

최근 이사를 온 지 3개월 남짓 지났다.

항상 집 근처만 걸어 다니곤 하다, 마침 토요일에 큰 맘을 먹고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걸어갔다. 평소 출퇴근을 하던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향해 걸었을 때, 그 순간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고자 했다. 사실, 새로운 길을 걷고 - 마음 편하게 뷰파인더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음이 늘 불편하고, 조급함이 앞섰으니, 가방 속에 있는 카메라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늘 쫓기듯 시간을 할애해 왔으니, 잠시간 여유를 가지며 거리를 걸어가는 것조차 사치에 불가했다.


그렇다.

거리를 걷고, 사진을 찍는 건......

정말 잠시간의 여유라도 있어야지만 가능했다.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 조급하고,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때. 불과 10분이라도 마음 편하게 거리를 걸으며 주위를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여유. 그런 여유가 있을 때, 내 눈이 바라보는 그 모든 것들을 응시하며 지긋이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요 몇 달 동안 난 그런 여유를 갖지 못했다. 사진을 찍을 여유를 만들지도 못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선뜻 밖으로 나갈 용기도 만들지 못했다. 단지 주위를 지긋이 바라보기보다, 시간에 쫓겨 출근을 하고 - 다시 한번 시간에 쫓겨 퇴근을 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니 내가 이사 온 지 3개월이나 지난 그 거리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어떤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만 했을 뿐, 행동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다 마침 그날의 여유. 용기가 생긴 것이다. 무작정 들고 간 카메라. 어떤 렌즈를 사용할 것인지 고민 조차 하지 않고, 단지 마운트 된 렌즈를 통해 무언가 찍히지 않을까? 란 기대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목표도 없이, 목적지도 없이. 평소 걸어갔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을 걸어가면 어떨까?라는 그런 막연한 기대. 그리고, 그 새로운 곳에서 어떤 모습을 찾게 될까?라는 또 다른 희망. 그 모든 것들이 중첩되며 두 발과 두 손. 그리고 내 눈을 대신할 뷰파인더와 렌즈와 함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늘 그렇듯,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은 좀 더 깊숙한 골목이고 - 우리가 살아왔던 그 풍경이다. 작은 전봇대. 조그마한 슈퍼마켓 하나가 좋은 피사체가 된다. 단지 자리에 놓여있는 의자 하나, 녹슨 자물쇠 하나마저도 아름답게 사진으로 승화할 수 있다.


그 사진은 단지, 사소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뷰파인더 속에서 만들어낸 또 하나의 해석이며 표현이 된다.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어본다.

잠시의 여유를 가지며, 지긋이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 본다.



" 내가 살고 있는 그곳의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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