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손에 잡은 순간

by 별빛바람

"어떤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인가요?"

아니면...

"초보자가 쓸 수 있는 카메라 하나 추천 해 줄 수 있나요?"


하지만 저는 이 대답에 답을 해 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는 사용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으니까요. 사진에 취미가 없다면 당연히 스마트폰 카메라도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면 최신식 AF기능에 엄청난 화소수, 화려한 색감 등등 다양한 기능이 필요충분조건의 원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특히, 색감은 각자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색감이 정답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의 호불호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것도 딱 정답을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엄청 넌 화소수에 대한 정답은 더더욱 말하기 쉽지 않지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천만 화소만 넘으면 사람의 눈으론 인식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1억만 화소의 카메라가 출시될 정도이니 그 1억만 화소의 사진조차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기술의 진보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을 이야기해 드릴 수 없습니다. 캐논이 좋은지? 소니가 좋은지? 혹은 니콘이 좋은지? 아니면 제가 쓰는 라이카가 좋은지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냥, 그 순간 카메라를 잡았을 때 마음에 드는 카메라 아무거나 잡으라고 먼저 이야길 합니다. 분명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늦은 밤 한 선생님의 통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한 선생님이었는데 늦은 밤 불면증 때문에 많이 힘드셨다는 이야기로 그 시작을 띄우셨습니다.

10년 전 이혼을 하여 혼자 사시며 조용히 글을 쓰시곤 했다는 그 선생님은 요즘 들어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글이 떠오르지 않으니 잠이 오질 않고, 잠이 오질 않으니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그 시작을 이야기했습니다. 분명 그분에게 10년 전에 있었던 이혼이란 경험은 아픔으로 다가오기는 하겠지만, 자실 저에겐 그것이 관심사는 아니었습니다. 주된 관심사는 왜 잠이 오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이었습니다. 그 당시 막 컨설팅 업무를 시작하던 시점이었기에 그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도 컨설턴트의 역할이라 생각을 하였지요.

그 선생님은 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첫 번째는 금요일 저녁, 불금이 제일 싫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바쁘게 일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이 되는 그 순간부터는 자신과 소통하는 사람들과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조용히 있으며 줄 담배를 피우며,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며 4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울함을 경험하며, 혼자 밥을 먹으며, 조용히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겨우 한두 시간이 지나간 시점이라 이야기를 하였지요. 그 선생님은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외로움을 보내는 그 시간이 너무나 싫다고 했습니다. 담배를 피더라도 사람들과 어울려 피고 싶고, TV를 보더라도 함께 어울리며 보고 싶다는 이야길 하였지요.

두 번째는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잠이 오질 않고 - 잠이 오질 않으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생각의 끝은 신세 한탄부터 시작하여,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등등 끝이 없이 이어졌으니 점점 자기 비하를 하는 그 순간까지 다가오게 되었지요. 마침 그날도 늦은 밤 너무나 피곤해 잠이 들고 싶었지만, 막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접어드는 새벽 시간이다 보니 앞으로 기다리게 될 주말의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 없던 순간이었다 합니다. 그때 마침 제가 단톡방에 몇 가지 정보글을 올려놓으니 이때다 싶어 저에게 전화를 걸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 들어드리다 저는 문득 한 가지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선생님. 혹시 취미가 있으세요?"


한참을 고민하더니 선생님은 "TV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지인들하고 소주 한잔 하기도 하고... 등산도 하고..."라는 이야기를 하며, "독서 모임도 다니고... 가끔은 붓글씨 쓰기도 하고..." 라며 끝이 없는 취미를 이야기하며 본인의 열정을 과시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온전히 "나 자신"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순간이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생각해 볼 것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심스럽게 저의 취미인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잘하질 못했습니다. 만화책 보는 걸 좋아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했고,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끈기 있게 보질 못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위닝 일레븐이니 스타크래프트니 하는 게임에 취미를 갖거나, 만화책을 보며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는 등 재능 하나씩은 있었지만, 그런 재능이 없었으니 딱히 뭘 잘한다고 이야기하기도 그랬지요. 그래서 언제나 저의 취미는 "독서"였고, 특기는 "글쓰기"라는 평범하다 못해 정형화된 취미와 특기를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취미와 특기라는 항목을 가장 많이 쓰는 순간은 예상외로 군대라는 조직에 있을 때였지요. 군대에서는 한 사람이라는 "개인"의 특징에 대해 무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 "개인"에 대한 특성을 조금이나마 자세하게 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친구의 특징과 성향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적절한 보직과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평생 쓰는 것보다 더 많이 취미와 특기를 적습니다.


1번 후보생 : 취미 - 놀기 / 특기 - 노래 부르기

2번 후보생 : 취미 - 없음 / 특기 - 없음

3번 후보생 : 취미 - 헬스 / 특기 - 축구

......


많은 사관후보생들은 자신의 "취미"와 "특기"가 무얼 의미하는지 모른 채 솔직하게 - 혹은 자신을 숨겨가며 적곤 하였습니다. 마침 제 차례가 왔습니다. 전 119번 후보생이었으니, 저도 취미와 특기를 적어야 하는데, 제가 그나마 잘하는 것이 글 쓰기였기 때문에 "취미 - 독서 / 특기 - 글쓰기"라는 내용으로 신상 기록부를 제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구대장은 그 내용을 읽자마자 하이바로 제 머리를 싸게 한 대 때립니다.


"지랄하네."


그렇습니다. "취미 - 독서"는 정말 취미가 없는 사람이 쓰는 것입니다. 뭘 잘하는지? 뭘 할 줄 아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고민 없이 쓰는 것이 "독서"이며, 그 취미는 아쉽게도 단 한 번도 실행해 보지 못했으니 아직은 따끈따끈한 취미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저의 27살의 시작은 취미 없는 삶으로 시작을 하였는지 모릅니다. 대학 시절 가져본 취미조차 없었으니, 27살 사관후보생으로서의 삶에서 저는 취미도 없는 무미 건조하며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장교의 시작을 이야기하게 되었지요.

군 생활은 너무나 평범하고 재미없게만 흘러갔습니다. 단기 사관이다 보니 부대에서 요구하는 것은 당직과 당직이었으니 평일에는 당직으로, 주말에는 피로에 지쳐 당직과 휴식을 반복하는 삶을 살았으니, 저의 신상 기록부에 적은 "독서"라는 취미가 실현되지 못한 채 아직도 싱싱한 취미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주멀에는 잠을 자기 바쁘고, 평일에는 야간 당직으로 피곤에 절어있으니, "취미"라는 사치를 부리기도 쉽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 삶은 3년의 복무 기간 동안 별생각 없이 흘러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역해도, 주말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늘 변함없을 것 같은 당직과 오침의 순환은 이제 군 생활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그 끝을 알려야 했지만, 이미 저의 몸과 마음은 주말 없는 삶과 주말의 휴식이라는 삶이 함께 양립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정말 단순한 말 한마디 때문이었지요. 그건 어쩌면 소개팅에 간 그 순간, 취미 하나 없는 저의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인상을 쓰던 소개팅 상대방 여성의 표정을 보았을 때부터였을까요? 아니면 취업 준비를 하며 다시 자소서를 쓰는 그 순간, 다시 적어야 하는 "취미"와 "특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그 순간이었을까요?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왔을 때입니다. 저의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H군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그 친구는 서른이 다 되었지만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자유롭게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던 친구였지요.

그 친구는 어느 날인가 커다란 가방에 카메라와 렌즈를 잔뜩 메고 저를 만났습니다. 무슨 카메라였을까요? 솔직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곳저곳을 찍던 그 친구의 모습. 저는 유심히 관찰하다 무엇을 찍는지? 찍는 카메라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야... 말만 해도 입만 아프다. 그냥 너 같은 놈이 사진을 알기나 하겠냐."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띵 하더군요. 아마 DSLR 카메라였던 듯하고, 니콘 카메라에 표준 50mm 렌즈가 아니었을까 짐작이 됩니다만, 저의 카메라에 대한 첫 호기심은 이렇게 문을 닫았습니다. 어차피 DSLR 카메라를 쓰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니 저처럼 사진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은 "예술"의 영역을 이해할 수 없으니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기성품 똑딱이 카메라나 사라는 말이나 같았습니다. 왜 그 친구가 함께 길을 걷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지? 유심히 지켜보던 소화전을 이리저리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저와 자신과의 사이에 DSLR 카메라라는 벽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영역에 "예술"이라는 요소를 첨가하여 분리를 시키고자 하였지요.

사실 약이 올랐습니다. 지가 뭔데, 카메라 하나를 설명해 주는 게 입이 아프다고 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전 정말 아무것도 몰랐지요. 표준 렌즈 / 광각 렌즈 / 줌 렌즈 그 모든 것이 뭔지 모르기만 했습니다. 씩씩 거리다 전자 장비를 좋아하는 통신관 선배와 자판기 커피를 들고 이야길 나눌 때였습니다. 마침 그 선배는 니콘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 DSLR 카메라에 렌즈도 두 개나 있는데 안 쓴 지 벌써 2년이나 되었어."


마침 그 선배는 인터넷에서 쿠폰과 적립금을 모아 10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DSLR 카메라를 사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와 여행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추억도 남기고자 카메라를 샀는데 막상 사진을 찍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잘 안 나오고 실패한 사진이 많아 포기하게 되었다 합니다. 그래서 2년 가까이 그 카메라는 장롱 속에 있었지요.


"수송관. 네가 원하면 50만 원에 팔게."


카메라로 찍는 사진은 무언가 특별한 걸까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소풍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은 심령사진과 같이 흔들리곤 했습니다. 어쩌다 밝을 때 찍는 사진은 괜찮게 나왔지만 거의 대부분 사진을 버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잘 찍는 영역은 "스킬"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 "스킬"을 하나도 모르니 어떤 카메라를 선택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지요. 당연히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는 한창 인터넷에 "싸이월드"가 유행을 하던 때라서 누구나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셀카가 유행했고, 싸이월드에 찍은 사진을 이쁘게 꾸며 올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컴퓨터마다 웹캠이 설치되어 있어 화상 채팅을 하고, 그 웹캠을 이용해 하두리 셀카를 찍던 시절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카메라"와 함께 하고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카메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누구나 여행을 갈 때 들고 다니던 카메라였지만, 그 카메라가 어떤 성능이 있는지 모르던 시절. 그래서 취미에는 "사진촬영"이라고 찍기보다는 "싸이월드 꾸미기"가 일상이던 시절. 집집마다 카메라 한 대씩은 있던 시절. 정말 일상과 같던 그 시절의 카메라.

카메라를 사려면 사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렌즈의 특징, 화소수부터 시작해서 카메라를 조작하기 위한 다양한 기능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전 그런 기능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카메라를 사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고 우연찮게 보게 된 Leica X1 카메라. 그 당시 보급형 DSLR 카메라가 100만 원 초 중반이었으니, 300만 원이 넘는 카메라를 선뜻 산다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시도를 했습니다. 사진은 별게 아닐 거란 생각. 예술 까짓 거 특별한 게 아닐 거란 생각.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요.




새벽 4시가 넘는 시간까지 카메라를 산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을 때,


"정 선생님은 어떤 카메라를 사셨어요? 카메라 배우는데 어려울까요?"


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전 언제나 이야기하듯 똑같이 이야기합니다. "전 아직도 카메라로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몰라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찍는 것이죠." 저도 친구가 많이 없고, 누군가와 어울리는 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만, 카메라를 산 그 순간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 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있기 때문에 너무 행복했다고 이야길 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무심코 걷던 그 길거리. 그 길거리의 목적지가 따로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는 그 순간. 배고프면 근처 국밥집에 들러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소주가 한 잔 생각나면 소주도 한 잔 곁들이는 시간. 분명 의미 없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사진"은 남기 마련입니다. 그 사진은 그 당시의 저의 마음과 생각을 담은 소재가 분명하지요.


"그래도 사진을 찍으려면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고민을 해야 하지만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무언가를 잘 찍는다 해서 아니면 못 찍는다 해서 그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 사진의 의미는 결국 자기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니 용기를 가지고 찍는 것이 중요하다 하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커다란 바깥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전역을 앞둔 저는 또다시 "취미"와 "특기"를 채워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시작했던 사진이었고, 그 선생님께는 세상에 발을 내딛기 위한 소재로서 사진을 시작하라 권해 보았습니다.

저도 문득 처음 카메라를 들고 집으로 가는 순간이 떠 올랐습니다. 쇼핑백에 조심스럽게 담겼던 그 카메라는 아직 신용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30살 어른이 늙은 노모를 모시고 반도 카메라 메장을 첫 발을 들였을 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현금으로 일시불을 내기보다는 카드로 6개월 할부로 사면 좀 더 부담스럽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지요. 살짝 어두운 분위기의 카메라 매장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카메라 가격을 지불하고 박스를 개봉하였을 때 무언가 광채가 날 것 같았지만 그냥 눈앞에는 묵직한 쇠덩어리 하나가 놓여있을 뿐이었지요. 그 카메라로 무언가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며, 이리저리 액정 보호필름을 붙이고 케이스를 끼우며 흠집이 나지 않을까 조심조심 만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집 밖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밖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미친 듯이 찍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셔터가 뭔지? 조리개값이 뭔지? ISO가 뭔지도 모르고, SD 메모리를 옮길 리더기도 없던 순간이었습니다. 8Gb 메모리 카드로 몇 백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그 사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카메라와 저는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라 하였지요.


"선생님. 사진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선생님과 세상이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 생각하세요. 비싼 카메라는 필요 없어요. 전 그냥 그 당시 캐논이 뭔지? 니콘이 뭔지 특징 공부 할 바에 아예 비싼 카메라로 한 번 가보자 생각하고 샀을 뿐이지요. 그냥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걸어가는 그 순간이 세상과 대화를 하는 순간이 돼요. 제 사진 인터넷에 올려도 몇 명 보지도 않아요. 그래도 찍는 거예요. 제 사진이니까요. 그러니 오래된 카메라도 괜찮고, 중고도 상관없지요. 그래도 이왕이면 스마트폰을 들고 찍는 거 보단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게 좀 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카메라를 처음 잡은 그 순간 두근 거리는 마음은 없었지만, 첫 사진을 보았을 때만큼 두근 거리는 순간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서사도 없던 작은 사진 몇 장. 그 사진을 저는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장 보러 갈 때 한 번 카메라를 들고 가보세요. 아니면 담배 한 갑을 사러 갈 때라두요. 그리고 평소 걸어가는 짧은 거리가 아니라 조금 돌아서 둘러 가보세요."


카메라를 손에 잡은 순간.

하지만 그 순간보다 처음 셧터를 누른 그 순간을 기억해 보세요. 그러면 사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L1000002.JPG
L1000005.JPG
L1000006.JPG
L1000008.JPG
L1000009.JPG
L100001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롤로그. 성공하지 않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