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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Jan 07. 2024

망한 사진이라도 괜찮아(2부)

"지금까지 이야기해 주신 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면 정말 잘 찍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신 방법은 사진을 정말 잘 찍고, 카메라를 잘 다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거 같아요. 저는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잘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분명 대부분은 사진을 찍는 것 자체에 겁을 먹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는 게 부끄러워서 셔터가 충분히 닫히기 전에 카메라를 집어넣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진들을 망치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런 경우가 있을 때는 제가 늘 말씀드렸듯 조금만 "용기"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셔터를 누르기 전 3초 정도 심호읍을 하고, 셔터를 누른 뒤에도 약 3초 정도 뒤에 카메라를 내리는 습관을 가져본다면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옛날 사진 이긴 한데, 이 당시는 그나마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트렌드 자체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하였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 주위에서 이상한 모습으로 쳐다보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카메라"라는 장비 자체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는 부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의 분위기보다는 주변의 조형물 위주로 사진을 찍거나, 가족들을 대상으로 찍게 된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의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때부터는 내가 정말 실수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3. 사진에 이상한 것들이 찍혀요.

이 부분은 분명 초보자들의 실수일 수도 있고, 전문가들의 실수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없어졌지만 몇 년 전까지 마음에 들어 자주 방문하던 카페였는데 와이프와 딸아이와 사진을 찍었을 때였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인데 보시는 바와 같이 좌측 하단에 제가 사진을 잘못 찍다 보니 저의 손가락이 렌즈에 살짝 가리게 되었지요. 참 구도도 마음에 들고, 사진도 이쁘게 나온 사진이었는데 제 손가락 때문에 좀 마음에 걸리는 사진이었어요.

그래서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손가락 부분만 잘라서 구경하곤 했는데, 우연찮게 손가락까지 같이 들어간 사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그 사진을 보던 분이 "아주 훌륭한 가족사진이네요."라는 말씀으로 이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제 사진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족사진이라 이야기를 하냐 하였더니, 아빠는 카메라를 들고 있지만, 손가락이 함께 출연하게 되어 완전한 가족사진이 된 Case라고 했지요.



이런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물론 이 사진은 정말 잘 나온 case이긴 하지만, 손가락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이 사진 자체도 참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삼각대를 가지고 가질 않아 가족 모두가 찍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손가락 하나라도 들어가게 된 사진이니 참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되었지요.

하지만 그 외에도 셔터를 너무 빠르게 누른다던가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 모두 마음을 살짝 열고 바라보면 망한 이유도 분명 있는 사진이기 때문에 재밌게 사진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4.  망한 사진은 없다.

사실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망한 사진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부터 내가 바라보는 시각과 모습 자체는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 다르게 포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 "나"라는 자신의 주관적인 시간에 맞추어 그 주관적인 모습을 객관적인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바라보다 보니 모두가 다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당연히 셔터의 속도나 조리개의 밝기의 차이에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마음에 들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사진이라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올렸을 때, "사진이 좀 이상해요." 아니면 "구도가 좀 이상해요."와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곤 하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은 선생님이나 혹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그 모두의 주관적 시각에서 시작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고자 하는 것들만 바라보는 것이니 그것들을 향해 열심히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필름이 빛에 번지긴 했지만, 전 이 3장의 사진을 참 마음에 들어 합니다. 놀이터에서 딸아이들이 친구들과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 장면인데, 구도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수평도 맞춰지지 않아서 사람들은 이 사진을 그리 좋은 사진이라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제가 아이들을 바라보며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 - 그리고 그 속에서 잠시 조용히 정지해 있는 정적인 모습이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다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모든 상황들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때도 있습니다. 분명 그 당시에 제가 바라보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진 경우겠지요. 특히, 이 사진 같은 경우는 저의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필름의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였습니다. 이미 사진은 물리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 경우가 생겼지요. 그리고 자동카메라가 아니다 보니 노출을 잘 맞추지 못하다 보면 사진이 좀 더 어둡게 나오는 경향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 당시 필름은 마음 편하게 연습 삼아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셔터를 눌리게 되었지요. 그러고 나서 현상도 몇 달이 지난 뒤 생각이 나 뒤늦게 현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현상된 사진을 보았을 때 깜짝 놀라게 되었지요.


분명 필름으로 찍은 사진 이긴 하지만, 색감이 살짝 빠진 느낌으로 사진이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마치 수채화와 같은 풍경으로 그림이 만들어지니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사진이 인기가 많은 요즘 추세와 비교하면 분명 "망한 사진"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사진입니다. 하지만, 마치 수채화와 같이 색이 바랜 그 느낌은 언젠가라도 다시 보며 새로운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진이기 때문에 종종 바라보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장비를 사용해야 하기는 하지만, 셔터를 누르기 전 피사체를 결정하는 그 순간부터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겨지는 그 이미지는 "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을 찍는 그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자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잘 찍혔을까? 아니면 멋진 사진일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을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나 "나를 위한 사진"이라 생각하고 셔터를 눌러보면 분명 그 사진들 모두 의미가 있는 사진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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