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생각을 한다. 결국 군대라는 조직 자체도 우리가 알 수 없는 "구분"이란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앞의 내용을 설명하기에 앞서 내가 있었던 곳의 "구분"이란 것의 정의를 먼저 사전에 하고자 한다.
1. 사관학교 출신 임관 장교
이 구분은 분명 우리나라의 "엘리트 군인" 양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의 진로를 "군인"으로 설정하였으며, 어느 정도의 학업 실력과 체력을 겸비한 흔히 이야기하는 "문무를 겸비한" 엘리트 장교를 육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4년 동안 군사 실무 교육과 이론 교육을 수행하고 나면, 이들은 졸업 후 소위라는 계급으로 장교로 임관을 한다. 당연히 호봉은 사관학교 근무 기간을 100% 인정받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슈는 없다. 하지만 그 외의 이슈는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자.
2. 학군단 출신 임관 장교
이 구분은 일반적으로 "일반 대학생"이 장교로 임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대학 2학년 시점에 학군단 모집 공고를 확인하여 지원을 하고, 대학 성적과 간단한 체력 검정을 통해 학군단에 입교하면 자연스럽게 장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있었던 해병대의 경우는 바로 학군단으로 지원하려면 특정 대학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일부 인원들은 육군 학군단 인원 중 일부를 지원을 받아 일부 인원들을 충당하곤 한다. 다른 장점은 없지만, 아무래도 복무 기간이 6개월 정도 준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들 지원하곤 한다. 이들은 학군단 기간 동안을 호봉으로 인정받는다.
3. 학사장교 출신 임관 장교
학사장교는 말 그대로 대학을 졸업한 후, 모집 공고에 의해 장교로 지원하는 케이스이다. 내가 임관할 당시에는 16주 정도의 교육을 받았으나, 군마다 입교 일자 / 교육 기간이 분명 차이가 있다. 이들은 복무기간이 3년이다. 하지만, 학사장교들의 경우 일부는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병 혹은 부사관 생활을 한 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학사장교로 입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군대라는 환경에 대해 잘 모르는 인원들 일부, 군대라는 환경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원들 일부가 혼재되어 섞여 있었다.
난 위 3가지 구분 중 학사장교라는 과정을 통해 입교를 했다. 대학 시절 학군단을 선택하는 과정도 있고, 그 외 세부적으로 나누게 되면 군장학생이란 과정도 있고 다양한 기준의 과정이 있겠지만, 학사장교를 통해 지원을 했다. 학사장교로 가는 과정도 여러 가지 루트가 있다. 일반적으로 해병대를 1 지망으로 지원하는 과정이 있으며, 해군을 1 / 2 지망으로 지원한 뒤, 3 지망을 해병대 병과로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1 지망과 2 지망을 지원하는 것은 본인의 실력과 능력에 따라 나뉘기는 하지만 해군을 지원한 뒤 해병대 3 지망을 선택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었다.(요즘도 그러한 케이스인지는 모르겠다.) 내 동기들 중에는 해군 병과를 지원 한 뒤, 3 지망으로 지원한 해병대로 입교한 동기들도 종종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군과 해병대는 육군과 달리 경례 구호부터 차이가 난다. 육군은 흔히 "충성"이라는 경례구호를 사용하였지만, 해병대는 "필승"이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당연히 해군도 마찬가지로 "필승"이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그리고 경례를 할 때 팔의 위치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육군과 해병대는 동일하게 어깨와 팔을 쫙 편 상태로 경례를 한다면, 해군은 어깨를 살짝 굽힌 생타에서 경례를 한다. 그건 함상의 복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서로 불편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경우라 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훈련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훈련을 받는 동안 내 몸이 자동적으로 반사가 될 수 있도록 무한정 교육을 받는다.(교육이라 하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얼차려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요 포인트는 나보다 상급자라 생각하면 당연히 경례를 해야 하고, 큰 소리로 경례 구호를 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벌어진다. 당연히 군대는 하루라도 일찍 들어오면 선임인 것은 당연하지만, 구분에 따라 상호 "선임"에 대한 구분의 차이가 발생한다. 사관학교와 학군단 출신은 동일하게 3월에 임관을 하지만, 자신들의 호봉에 따라 사관학교와 학군단 서로 선후임을 정하기도 하고 동기처럼 지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 학군단은 임관 후 2년이 되면 전역을 하기 때문에 보통은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학사장교는 논란의 여지가 없이 7월 임관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관학교와 학군단 선배들이 몇 달 일찍 임관을 했다는 이유로 선배로 불러야 한다. 당연히 동일한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다면 이 사람이 선임인지? 후임인지? 고민을 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올 수 있지만, 임관 첫 해년도에는 나보다 군 경력이 높은 소위가 대부분일 테니 일단 경례부터 하고 본다.
그러다 선임들이 중위를 달고 나면, 약 4개월 정도는 선임 소위 신분이 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새로 온 신임 소위들이 선배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그나마 전투복이 낡았다면 선임일 확률이 높고, 아니다면 나보다 후임이다 판단하면 된다. 그게 유일하게 군인으로서 후임에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다. 당연히 중위를 달고 나면, 나보다 낮은 선임들은 없을 확률이 높으니 그저 열심히 경례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장교 임관 희망자들은 "밴드오브브라더스"에서 처럼 전우애를 생각하며, 멋진 군생활을 꿈꾸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장교라는 생활 자체도 "문서"에서 시작하여 "문서"로 종결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문서"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지부터 시작하여, 교육 계획 등 작성해야 할 문서들은 끝이 없다. 당연히 주간보도도 써야 하고, 일일 보고도 써야 하니 내가 생각했던 한 소대 혹은 팀을 책임지는 전술적인 장교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학사장교가 반드시 해야 할 업무 중 하나는 "당직"이다. 어찌 되었건 군대는 24시간 항시 작전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그 작전 상태 유지의 핵심은 "당직"에 있다. 당직 사관과 당직 부관이라는 자리를 통해 당직 사관은 밤 12시까지 근무를 선 뒤 취침, 이후 당직 부관은 밤 12시부터 익일 6시까지 군무를 한 뒤 취침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그 부분도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날 수 박에 없다. 내가 취침을 한다면 그 이후 만들어야 할 "문서"들은 누가 만들 것인가? 선배들? 아니면 부사관? 아니면 사병? 물론 충분히 선임 관계 및 사병들에 대한 관리를 잘했다면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 조차도 차후 감사를 받을 때 지적사항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민감한 것은 "돈"에 대한 문제이다. 소대장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 부서 회식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소대원 30명이라고 해봐야 3만 원 정도의 금액이다. 그리고 그 외 비용들이 자잘하게 들어오긴 하지만, 실제 군 생활을 하면서 그 돈을 받아서 써 봤다는 인원들도 있지만, 아니라고 하는 인원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 외에도 상여금이란 금액이 있지만, 그것도 사실은 큰 이슈가 있었다. 그 외에 인당 맥주 한 병, 소주 1/4병, 삼겹살 몇 그람과 같은 회식 지원이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이슈는 분명히 발생한다.
내가 입교를 한 그 시점은 모든 것이 다 "돈"으로 평가가 되었다. 당연하지만, 민간인도 군인도 아닌 인원이었지만 우리의 품의 유지비 계좌에서는 사용하지도 않은 옷걸이 비용이 빠져나갔고, 손톱깎이 비용이 빠져나갔다. 일부 군에서는 그 비용에 대한 부당 유용 케이스가 적발되기도 했지만, 물론 그 모든 항목들이 다 부정이라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문제였다. 왜냐하면 모두가 다 돈으로 평가하기에는 그 "돈"이 다 사용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