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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pr 09. 2024

휴식

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24

Leica MP, Voitglander Nokton Classic 35/1.4 MC, Kodak Potra 400

한 번쯤 쉬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일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랬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휴가를 써 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있어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그 일은 나에게서 떠나가질 않았다. 다시 복귀를 하면 그 일은 남아 있었으며 결국은 해결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그러다 생각을 바꿔 보았다. “차라리 빨리 해 버리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빨리 하고 쉬어 버리자는 생각이 늘 머리 앞을 맴돌게 되었다. 때론 꼼수 아닌 꼼수를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해결책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즉,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거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휴식을 취하자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막상 휴식을 취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고작 카메라 들고 길을 어슬렁 거리거나, 집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거밖에 없었다. 아니면 라면 한 개에 소주 한 병. 창의적인 휴식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내 몸은 “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일”에서 잠깐 한 걸음 발을 띄어 보니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익숙해진다. 군 시절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던 버릇이 익숙해지고, 회사 생활을 하며 6시 반쯤 깨어나는 게 일상이 되니 휴일이나 주말에도 자동 반사적으로 6시 반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좀 더 누워 있고 잠을 청하려 해도 다시 눈이 떠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일상이 되었고, 내 몸에 딱 맞는 옷이 돼버린 것이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작은 벤치를 바라보게 된다. 다리가 아파서 아니면 잠깐 생각을 해 보고자 앉아보려 하다가도 목적지를 향해 다시 걸어야 한단 생각에 그 “잠시”의 여유조차도 생각하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아무래도 내 몸이 “목표”라는 것에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잠깐이라도 생각을 하고, 전환을 할 수 있는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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