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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pr 10. 2024

우리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는 서울의 한 작은 동네였다. 면목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그랬던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초등학생(아니 그땐 국민학교라 불렀다.)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로 "징검다리"를 건너야 학교에 갈 수 있었던 그 동네는 이제 많이 바뀌었다.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큰 건물과 번화가를 중심으로 30년 전의 모습은 다 사라진 듯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길을 걷다 보면 30년 전의 흔적이 보이곤 한다.

보통 면목동 부근에서 사진을 찍으러 많이 가는 곳은 용마랜드 정도가 유명했다. 아무래도 전국에서 몇 안 되는 폐놀이공원 이란 이미지와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많이들 사진을 찍으러 가곤 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서울에 "면목동"이 있는지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서울 변두리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곳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겠단 생각을 한 건 그저 우연한 기회였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며 사진을 남긴다.

하지만 동네 나름의 분위기는 존재한다. 거리 사진을 찍을 땐 최대한 사람의 모습을 안 찍으려 하지만, 어느 동네는 "무관심"이 있다면, 어느 동네는 무언가를 찍는 것 자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곳이 그렇다. 아무래도 빡빡한 삶 때문에 그런 것일까? 어린 시절 면목동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에서 변하지 않은 모습이 다시 남아있을 뿐이다.


늘 "화"가 많은 동네. 

늘 큰 목소리가 떠나지 않는 동네.


나름 동네마다 고유의 레퍼토리가 있다면, 이 동네의 부모님들은 늘 하는 레퍼토리는 정해져 있었다.


"그거 안 해도, 서울대 가는 애들 충분히 많다."


학원이나 그 모든 것들이 다 부족한 이유는 결국 수요가 없기 때문인데, 적어도 이 동네는 그 공급을 충족할 정도로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그저 하루를 버텨가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 뿐이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었다. 그 시절 기억이 나는 곳들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겼을 때 50대 한 남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이유로 사진을 찍는 거야. 씹쌔끼야."


직접 사진을 보여주고, 이런 사진을 찍고, 이런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해도 이해하려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런 행동 자체는 "의미"없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도 않는 행동일 뿐이다. 그러니 사진을 찍는 행위는 분명 무언가 "목적"이 있어 그런 거란 의미를 말한다. 한마디로 돈을 내놓으란다.


변하지 않는 모습들이 있다.

적어도 10대와 20대의 삶을 살아왔던 그곳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선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정말 사소한 것들임에도,

남길 수 있는 가치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 모든 것들.


정말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저 빡빡한 삶 때문에 놓치고 있을 뿐이다.


촬영 : Leica MP, Summilux 50/1.4 2rd, Adobe Lightroom Classic 후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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