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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pr 14. 2024

[기고] 최근 한국 매체에 나타나는 기호학적 의미 분석

본 글은 별도 목적으로 작성이 된 글이나, 브런치에도 함께 공유를 하고자 하여 업로드 합니다.
본 글은 순전히 저의 100% 개인 견해일 뿐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서론 

 현재 한국은 콘텐츠 왕국이라 불리울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기존 콘텐츠 기업에서 생상하는 콘텐츠를 뛰어넘어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차세대 매체를 활용한 콘텐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PC통신을 시작으로 하여 사용자가 직접 창작하며 상호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체의 발전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의 매체는 기존과는 다른 독특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존의 매체가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어 탈 권위주의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최근 한국의 매체 중 차세대 매체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하며, 해당 매체의 특징에서 나타나는 기호학적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수 많은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하여 차세대 매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최근 한국 매체의 주요 유형

  과거 신문이나 도서와 같은 인쇄 매체나 TV나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의 경우는 특정인만 생산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매체를 활용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권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식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식당의 입구에는 공중파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나 신문이나 잡지 매체의 맛집 소개 리뷰를 커다란 액자로 걸어놓는 것이 하나의 훈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매체에 대한 권위는 김재환 감독의 2011년 작품 『트루맛쇼』를 통해 민낯을 보여주었다. 특정인만 생산할 수 있다는 매체의 권위는 브로커에 의해 뇌물이 오고간다는 진실 때문에 그 위상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도 실상은 광고를 목적으로 “착한음식”이라는 프레임을 만든 결과란 것을 알았을 때 해당 매체의 권위는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적 매체의 한계를 뛰어 넘어 잠시나마 케이블 매체가 권위를 확보하던 시기도 있었다. 오리온 미디어를 시작으로 한 케이블 매체는 CJ 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결과로 케이블 매체의 왕국이 만들어졌으며, TVN을 통해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시각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 중 『슈퍼스타K』는 눈여겨 볼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기존 경영 프로그램은 이미 짜여진 틀에서 심사위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선택이 되었지만, 『슈퍼스타K』의 경우는 심사위원의 판단과 더불어 시청자의 ARS 및 인터넷 투표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한다는 방식으로 기존의 방식과는 차이를 보여주었다. 『슈퍼스타K』의 신드롬은 기존 매체와는 다른 공정 경쟁의 신화를 통해 만들어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담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즌 2 결승전에서 엄친아(엄마친구아들의 준말, 즉 완벽한 사회적 조건을 가진 남자)인 존박과 환풍기 수리공 출신인 허각의 대결을 통해 시청자들은 중졸에 키도 작은 허각을 선택했다는 것은 기존의 영웅담을 깨고자 하는 열망이 시청자들의 심리에서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케이스는 과거 2004년 12월 농심캘로그에서 나타난 첵스 대통령 선거 이벤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농심캘로그는 주인공인 체키와 악당 역할을 하는 파맛 차카의 대결을 통해 체키가 될 것이라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구도와는 다른 선택을 하였는데, 공식 홈페이지상 47,339표 중 체키는 4,620표를 차카는 42,719표를 획득하게 된 결과로 ARS투표와 현장투표를 급하게 진행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 두 현상은 최근 한국 매체의 특징과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엄친아 혹은 정해진 틀에서 만들어낸 주인공에 대한 부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혹은 경험을 주요한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댓글 혹은 채팅기능을 활용하여 시청자와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정형화된 콘텐츠의 완성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와 수용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근 한국 매체의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매체의 특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그 중 첫 번째는 매체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대리만족”의 추구를 보여주고자 한다. 일부 먹방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평범한 사람들은 먹지 못하는 음식을 대신 먹어준다거나, 일반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을 뛰어넘는 양을 섭취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를 넘어, 고가의 제품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대리만족의 추구는 두 번째 현상인 “대신 경험”이라는 현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드라마나 장편 영화를 직접 관람하기 보다 콘텐츠를 통해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10분 정도의 콘텐츠로 요약하여 편집하는 내용으로 해당 콘텐츠에 대해 대신 경험한 느낌을 공유하는 콘텐츠로 생산하고 있다. 마지막은 “다르게 생각해 보기”라는 경험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황과는 다른 경험 혹은 생각 콘텐츠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권위적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기위한 시도일 수 있지만, 기존의 매체가 가진 귄위주의적 담론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미 정통적 매체에서 나타난 담론은 정해진 핏줄이 고난을 겪으며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20세기에 만들어진 신화라 불리는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는 다스베이더 였으며, 누나는 레아 공주였다는 설정은 평범한 사람이 우연한 계기에 포스의 힘을 얻는 것이 아닌, 이미 예언과 운명에 의해 결정된 결과라는 담론의 SF라는 틀을 활용한 표현이었을 뿐이다. 실제 한국의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MBC의 『나는 가수다』의 열풍도 결국은 이미 검증된 가수의 실력을 뽐낼 뿐, 기존 담론을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재의 매체는 기존 담론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3. 최근 한국의 매체에 나타나는 “대리만족”의 경향

  유튜브 내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 중 히밥과 쯔양의 신드롬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와는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여성의 이미지는 갸녀린 이미지 속에 적은 음식을 먹으며, 까다로운 모습을 보이는 고정관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은 연약한 공주 혹은 청순한 여성의 이미지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동화인 『신데렐라』의 주인공인 신데렐라는 12시가 되자마자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유리구두를 남기며 떠났을 뿐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수 많은 드라마에서도 동일하게 생산 되었다.

  하지만 히밥과 쯔양은 갸녀린 여성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엄청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두 여성 크리에이터는 우리 주위에 보이는 평범한 여성 중 한 명이었으나 “잘 먹고”, “재밌게 이야기”하는 능력 하나만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먹방”이라는 매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현상은 영상 매체를 뛰어넘어 상품이란 매체에 대한 현상으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

  GS25는 먹방 콘텐츠의 유행을 반영하여 8인분 사이즈의 용기라면을 출시했다. 팔도점보도시락을 시작으로 하여 공간춘, 오모리점보도시락 등 3종의 용기라면을 출시하였는데 ‘24년 3월 말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300만개를 돌파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3종의 용기라면을 뛰어넘어 비빔면 등 추가 상품으로 출시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한다. 이 용기라면은 또 다른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을 통해 8인분 사이즈 점보 라면 먹방 첼린지 콘텐츠의 생산이다. 유명 크리에이터를 뛰어넘어 평범한 사람들까지 점보 사이즈 용기라면을 구입하고, 포장을 뜯으며, 2L의 물을 끓인 뒤, 먹방을 보여주는 장면을 SNS나 유튜브에 업로드 하여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다. 

  성공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콘텐츠의 핵심은 “대리만족”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GS25에서 판매되는 점보 용기면에 대한 구매를 하고자 하더라도, 다 섭취 하지 못한다는 불안감 혹은 과식을 하게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곤 한다. 하지만 유명 먹방 크리에어터의 콘텐츠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대신 경험하게 해준다라는 콘텐츠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쯔양과 히밥의 이미지는 분명 우리가 주위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일반 여성의 이미지와 동일하다. 단지, 일반 여성과 차이가 있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먹으며, 많이 먹는 모습을 콘텐츠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수십 접시의 초밥과 10개가 넘는 라면을 섭취하며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미지는 평범한 시청자들이 꿈꾸는 “대리만족”에 대한 하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식이요법이나 다이어트, 혹은 운동을 하지 않도라도 현재의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환상은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상상에 대한 표현이 될 수 있다. GS25의 점보 용기 라면도 분명 구매는 할 수 있지만, 절대 1명이 먹을 수 없겠지만 “상상”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먹방 콘텐츠를 확장하여 괴식 섭취 콘텐츠 혹은 대신 구매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분명 돈 주고 먹거나, 돈 주고 사기에 선뜻 망설여지는 것들에 대해 크리에이터들은 대신 경험을 하여, 그 경험에 대한 느낌과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요즘의 트랜드로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 무언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야 한다면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이 아닌 유튜브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글과 사진이라는 단편적인 경험이 아닌 영상과 음성이라는 추가 요소를 활용하여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체의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4. 내 시간을 절약해 주는 “대신 경험”

  최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가 되고 있다.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선뜻 그 상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검증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상품을 대신 구매하여 리뷰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부쩍 늘고 있다. 알리에서 구매한 핸드폰, 알리에서 구매한 게임기 혹은 알리에서 구매한 주요 부품 등 해당 콘텐츠는 무수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재밌는 논란이 올라왔었다. 포르쉐 카이엔의 윈도우 개방 버튼이 망가져 공식 서비스 센터에 방문을 하였더니 공임비를 제외하고도 50만원이란 금액을 요구하였으며, 그 마저도 수리 기간이 4주가 걸린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알리에서 1만원도 안하는 부속을 구입하여 인근 자동차 공업사에서 수리를 요청하였더니 단 10분만에 수리가 완료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게시글의 주된 내용 중 포르쉐 공식 서비스 센터의 과도한 비용 청구보다 알리에서 만들어낸 제품이 진품과 차이가 없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와 함께 1만원 밖에 안하는 가격보다 수리를 실패하였을 경우 발생하게 될 거액의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해당 콘텐츠를 만든 크리에이터의 용기에 감탄하는 내용이 함께했다.

  이러한 현상은 카메라 렌즈 관련 콘텐츠에도 나타났다. 독일의 유명 카메라 브랜드인 Leica의 경우 카메라 바디 뿐만 아니라 렌즈도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Leica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Summicron 35mm/2.0 1st 렌즈는 6군 8매(8 elements)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뛰어난 품질과 표현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신제품이 생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고 가격의 시세가 600만원을 넘기 때문에 “꿈의 렌즈”라 불리울 뿐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Light Lens Lab(이하 LLL)에서 8 elements Replica를 130만원의 가격의 출시하였을 때 많은 유저들은 해당 렌즈의 품질과 성능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한명인 Junzo를 시작으로 하여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해당 렌즈를 구입하고, 기존의 6군 8매 렌즈와 차이 없이 완벽하게 복각하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일부 크리에이터는 기존 6군 8매 렌즈와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나, 실제 Leica렌즈와 비교하였을 때는 LLL의 8 elements Replica 렌즈가 충분히 가성비 있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물론 이 현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동일했다. 실제 품질에 대해 판단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13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가며 LLL의 렌즈에 대한 성능에 대해 대신 경험해주는 컨텐츠를 업로드 해 주었다는 것의 고마움이 주된 내용이었다.

  분명 위 두 개의 케이스는 “비용”에 대해 대신 투자를 하며, 그 물건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해당 리뷰는 당연히 기존과 동일한 성능을 가진다는 것을 판정할 수 있지만, 반대로 형편없는 품질을 보여주며 개그 콘텐츠로 승화하는 경우도 있다. 100만원이 넘는 거액의 발뮤다 폰을 구매하여 리뷰를 올렸던 UnderKG의 콘텐츠는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품질을 보여주는 발뮤타 폰을 리뷰함으로써 “대신 돈 낭비”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으로 콘텐츠를 마무리 하기도 하였다. 즉, 여러 콘텐츠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뜻 경험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대신 경험”을 하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근 한국의 매체의 주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권위적 매체들은 리뷰의 목적은 “광고”가 주된 목적이었다. 즉,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협찬에 따라 해당 제품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매체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장점”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분명히 부각을 하며 콘텐츠의 주된 내용으로 승화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장점”에 대한 부각은 좋은 정보에 대한 공유 차원에서, “단점”은 개그 콘텐츠로 승화를 하여 콘텐츠의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신 경험”에 대한 성향은 “비용”에 대한 관점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한 관점까지 확대 생산되고 있다. 괴작이라 불리던 『자전차왕 엄복동』이나 『클레멘타인』의 리뷰를 통해 소중한 시간을 대신 투자했다는 내용을 강조하곤 했다. 과거 매체를 통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접할 경우 “잡지”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대부분 인기있는 작품에 대한 리뷰를 주로 하였기 때문에 마이너 작품에 대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간혹 마이너 작품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경우는 평점 리뷰 한 줄이 다 였기 때문에 “정말 어떤 내용”인지 궁금할 경우 직접 관람을 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내포되었다. 하지만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위험성을 해소해 주고 있다. 단지 1분에서 10분 정도의 콘텐츠를 통해 “왜 괴작인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줌으로서 나의 소중한 2시간을 아끼게 되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트랜드는 좀 더 발전하게 된다. 장편 드라마(일반적으로 한국의 드라마는 16부작이라 16시간이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에 대한 요약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해당 콘텐츠의 시작과 말미에는 “관심있으시면 직접 관람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을 꼭 추가한다. 즉, 수 많은 드라마들 중 요약 내용을 시청하며, 정말 관심있는 작품은 OTT나 기타 매체를 활용하여 시청해 달라는 내용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범한 시청자들은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을 투자하는 것 마저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트랜드 코리아 2024』의 한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랜드 코리아 2024』에서 2024년도의 키워드 중 하나로 “분초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 Time-Efficient Society)”를 뽑았다. “분초사회”를 통해 개인이 가진 시간에 대한 중요성, 사소한 시간마저 낭비하지 않으려는 트랜드로 드라마나 영화를 요약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유행을 하게 되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트랜드는 “대신 경험”으로 확장한다. 김난도가 놓쳤던 것은 단지 “시간을 낭비하지”않겠다는 트랜드가 아니라 모든 것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트랜드로 확장한 것이다. 경험은 하고 싶으나, 그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심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해당 경험을 대신 해주는 콘텐츠를 업로드 함으로서,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삼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5. 정답은 없다 : 다르게 생각해 보기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학술적인 견해에 대한 발언은 타이틀이 있어야지만 가능했다. 그 타이틀은 학위가 될 수 있고, 혹은 상아탑이라는 권위가 있어야 할 수 있으며, 때론 관련 업계를 종사하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있어야지만 가능했다. 경제학과 관련된 의견, 혹은 국제 정치와 관련된 의견, 혹은 과학 현상에 대한 의견 등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권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전문 분야 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게임 리뷰, 드라마 혹은 영화 리뷰도 “평론가”라는 타이틀이 없다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단지, 평범한 대중이 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게시판(과거 PC통신 BBS의 사설게시판 등)에서 자신의 견해를 올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패러다임이 변화하였다. 평범한 대중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학문적 견해 혹은 항문적 성과를 표현할 수 있다. 최근 유튜브 크리에어터인 항문천은 거란 대자와 거란 소자에 대한 해석 방식과 발음 방식에 대한 콘텐츠를 업로드 하였다. 수 많은 구독자들은 항문천이 언어학을 전공한 학자라 생각하였지만, 그는 자신이 공학을 전공하는 20대 학생일 뿐이며 단지 취미로 언어학을 공부하였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과거 거란 소자의 경우는 읽는 방법이나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어느정도 정립이 되어 있지만, 거란 대자에 대한 읽는 방법이나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소실되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였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항문천은 다양한 학술 발표자료와 인터넷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거란 대자를 해석하는 방법을 아마츄어의 관점에서 표현하였다.

  항문천의 방식은 기존 “학문”의 권위를 다르게 접근한 하나의 견해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 뿐만 아니라 수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기존 학문의 권위와는 다른 견해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해석의 시각적인 견해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케이스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 정치⦁사회분야 전문 유튜버인 간다효의 경우도 기존 사회적 담론에 대해 무너뜨리는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 하곤 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에 대한 기존 담론에 대한 반대의 견해에 대해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견해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승만에 대한 시각은 “친일파”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간다효는 이승만 자체에 대한 행위는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는 것이 간다효의 견해였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의 전문가 견해와는 차별을 보인다. 기존 전문가의 견해는 상아탑에 위치한다는 권위와 직위라는 권위가 더해진 결과였다. 하지만, 그 견해를 무너뜨리기 위한 다양한 논재와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전문가의 견해가 반드시 권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과학 유튜버들의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존 과학 권위자들과는 다르게 최신 과학 트랜드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견해를콘텐츠로 표현하고 있는데,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간이 기존 논문을 작성하고 출간하는 시간보다 더욱 빠르게 생산이 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권위가 필요하다는 시각과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전문 크리에이터들의 관점은 기존의 권위와는 반대로 “다른 관점”의 시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시각은 기존 학문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반대하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관점에서 접근을 하며, 수 많은 반박에 대한 상호 작용을 통해 추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생산적인 결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6. 이것이 최신 트랜드인가?

  조금 더 넓게 바라보자. 최근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트랜드에 대한 견해에 대해 좀 더 접근해 보면 현재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파악해 볼 수 있다. 기존 권위주의적인 콘텐츠의 특징은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지 해당 매체의 권위를 바탕으로 하여 시청자의 상호작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니,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매체의 주요한 특징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선시대 “서책 문화”에서도 분책에 대한 견해 혹은 해당 책에 대한 문화를 뒷 표치에 낙서를 해 가며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는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매체와 상호 교류를 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제한된 매체 중 하나인 판소리의 경우도 관객과 상호 작용을 통해 콘텐츠의 내용을 좀 더 강조하고자 하는 시각이 표현되었으며, 셰익스피어의 극작품 조차 관객의 반응에 따라 좀 더 과장된 몸짓을 보여주는 폴스타프의 행위는 결국 모든 콘텐츠의 목적은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욕망의 발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콘텐츠인 TV나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의 경우 관객들이 증가할 경우 후속작에 대한 계획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람보』라는 영화가 1탄만 있는 것이 아니라 3탄, 4탄까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홍콩 영화의 경우는 무분별하게 후속작을 만들다 보니 자기복제라는 치명적인 오류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상호작용”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해당 내용이 단지 단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견해로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내용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상상하는 욕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의 한 장면을 보자. 셰익스피어 당시 모든 배우는 남성이었다. 하지만, 『십이야』는 여자 주인공이 남장을 하며 벌어지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 즉, 셰익스피어 당시 남성인 배우는 여자의 역할(바이올라)을 하였는데, 그 역할은 다시 남장을 하여 남성인 배우가 여자이 역할(올리비아)을 하는 배우와 아슬아슬한 행위를 하는 모습이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며 작품을 이어나간다. 관객들은 남녀간의 사랑과 조화라는 『십이야』의 대주제를 인지하지 못한다. 단지 남성인 배우가 여장을 하며, 여성의 역할을 한 남장을 한 남성인 배우와의 묘한 성적 교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만이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에도 불구하고 기존 매체의 제한적 특징이 “상호작용”이라는 욕망을 체우지 못한 한계로 나타나게 되었다. TV라는 단편적 매체, 혹은 영화라는 단편적 매체의 한계성으로 상호작용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게 되어 발생하게된 문제점의 반대급부가 최근 한국 매체에 나타나게 된 트랜드라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기인한 결과였다. 과거 우리의 먼 선조들은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며, 사냥이 잘 되도록 혹은 농사가 잘 되도록 기원을 하였다. 반구대의 암각화에서 우리나라 일대에 포획되었던 고래의 모습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림과 상호작용은 이후 종교 제의를 통해 나타난다. 예수의 최후를 종교적 제의로 표현한 카톨릭의 미사나 축제로서 풀어내는 한국 무당의 제의는 결국 주위 관객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난 결과였다. 즉, 유튜브 콘텐츠는 “상호작용”이라는 인간의 본능에서 시작된 하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7. 하지만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미래가 온다.

  수많은 업체들이 VR기기를 출시 하였지만, 최근 애플(Apple INC.)의 “애플비전 프로”의 출시를 통해 VR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VR기기의 주된 특징은 기존 2차원 평면의 이미지가 아닌 3차원의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에는 제한 사항이 있다. VR에 대항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VR이 지원되는 장비가 필수적으로 확보 되어야 한다. 동영상 캠코더부터 시작하여 녹음 장비도 360도가 지원이 되는 장비여야 한다. 즉, 기존 유튜브처럼 평범한 대중이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다시 한번 “상호작용”이 아닌 “단방향” 의사소통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 많은 업체에서는 해당 장비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하나의 현상이다. Insta 360과 같은 장비를 통해 360도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가 출시가 되고 있으나, 범용 포맷이 아닌 해당 캠코더 생산업체에서 만든 포맷으로만 촬영이 가능하단 한계가 있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 할 수 있다.

  그리고 최신 기술에 대한 적응도 하나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기존 촬영 장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마찬가지로 VR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해당 장비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의 심리는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 2000년대 초반 3D 기술이 인기를 끌었지만, 추가로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해당 기술이 사장된 것처럼 VR 역시 추가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해당 기술이 사장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그러한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하곘지만, 현재까지 대중의 성향을 판단해 본다면 VR 역시 마찬가지 결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뒤로 미루더라도 결국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다양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상호작용”과는 차이를 발생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최신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은 고가일 수 밖에 없어서, 해당 기술을 접하기 위한 일반 대중의 접근성은 실제 기술이 발전하는 시기보다는 상당히 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수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매체와는 멀어졌다는게 “상호작용”에 대한 미래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뉴스”라는 미디어는 기존 권위적인 매체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었지만, 현재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뉴스”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 권위적인 미디어의 접근 방식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8. 그래도 우리의 욕망은 “상호작용”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종알 거리며,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라고 가르치곤 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피드백”을 주는 것이 당연한 예의라 우리는 배워왔다. 이는 단 둘의 대화에서도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수 많은 사람과의 대화라 할 수 있는 매체도 “상호작용”에 대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욕망에 휩쌓여 있었다. 물론, 기존 권위적인 매체의 경우에는 시청률이나 관람객이라는 제한적인 지표로 “상호작용”을 행하고자 했지만, 이제 유튜브와 같은 차세대 매체의 경우이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그 결과를 바로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오게 되었다.

  우리는 혼자 떠들 수 없다. 분명 함께 이야기 하고, 함께 고민을 하며 그 결과에 대해 다시 의견을 나누는 행위에 대한 “욕망”이 있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재밌는 농담이라도, 아무리 슬픈 이야기라 하더라도 들어주는 청자가 없다는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쉽게 지칠 수 밖에 없다. 즉, 최근 한국 매체에 다나나는 현상은 “상호작용”이라는 욕망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영원이 지속되는 성향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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