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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로서 셰익스피어 / 악평의 시대

(셰익스피어가 내게 말했다 4화 / 셰익스피어 연대기 마지막)

by 별빛바람

앞에까지 셰익스피어의 연대기에 대해 아들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언급해 드렸습니다. 물론, 그 내용이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 메거진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은 극작가로서 셰익스피어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셰익스피어의 연대기 중 아들을 낳고 죽은 뒤 슬퍼해서 무슨 작품을 썼다 등의 내용은 작품을 통해 언급하는 부분이 맞다고 생각하여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셰익스피어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위대한 작가이긴 하지만, 보통의 작가가 아닌 "위대한 극작가"라 설명하는 편이 맞습니다. 어린 시절 문고판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말씀을 드리기 어렵지만, 민음사 혹은 펭귄 클래식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보면 마치 연극 대본과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아직 소설이 나오기 전입니다. 최초의 소설 장르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라고 하지만, 그것도 이미 한 참 시간이 지난 뒤이고, 이 당시의 문학작품은 주로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극작품(Drama)"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는 지금과 같이 유튜브도 없었고, TV도 없던 시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흥으로서, 여가로서, 그리고 사교의 장으로서 극장은 반드시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셰익스피어는 The Globe의 소유주로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극단의 단장으로, 그리고 배우로서 역할을 하였지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을 보시면, 셰익스피어는 배우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당시의 역할이 다르지만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과거 셰익스피어 시대의 평론을 찾아보면 셰익스피어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언급할 사항은 "작가"로서 셰익스피어입니다.

현재의 The Globe. 최근에도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공식적인 언급이 시작되는 시기는 1592년 3월 3일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새로운 극작품인 "헨리 6세(Henry VI)"가 "장미 극장(The Rose)"에서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그 당시 장미 극장의 소유주였던 필립 헨슬로우(Philip Henslowe)는 기록을 상당히 열심히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무대 일지를 정말 자세히 작성을 하였다고 하는데, 1592년 2월 19일 ~ 6월 23일까지의 항목에서 "장미 극장"에서 Strange 경의 극단이 공연한 작품이 기록이 되었습니다. 3월 3일 자에 'ne Harey the vj the 3 of marche 1591 iij xvj 8'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의 기록으로 Harey(Harry)와 Herry 모두 'Henry'의 발음과 유사한 단어이며, ne는 New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 1부"가 공연이 되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iik xvj 8은 필립 헨슬로우가 이 작품을 공연하면서 임대료로 받은 금액이 3파운드 16실링 8센트였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극작가로서 셰익스피어의 언급은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이 언급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그린은 한 때 인기 있는 극작가였으나, 무일푼의 신세로 병상에 누워 1592년 9월 3일 임종을 얼마 앞둔 시점에 세 명의 동료 극작가인 Peele, Marlowe, Lodge에게 자신과 같은 신세가 되지 말라는 경고의 글을 쓰게 됩니다. 그 내용 중 "배은망덕한 배우, 특히 그들의 작품을 모방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벼락 출세자(Upstart Crow : 분명 당시 인기 있는 셰익스피어를 지칭하는 내용입니다.)가 나타나 인기를 가로채고 있다면서 그자에게 이용당하지 말고 보더 더 유익한 분야로 전업하라는 내용입니다.


for there is an vpstart Crow, beautified with our feathers, that with his Tygers hard wrapt in a Players hyde, supposes he is as well able to bombast out a blanke verse as the best of you.


이 내용은 다분히 셰익스피어에 대한 공격과 함께 친구들에 대한 경고를 지닌 대목으로 그린은 이 내용을 Henry Chettle에게 출판을 의뢰하여 1592년 9월 20일 책으로 출판됩니다. 이 당시 Crow라는 뜻은 "배우"를 지칭하는 말이고, 뒤 구절에 Tygers Hart wrapy in a Players hyde를 사용한 사람이 나오는데, 로버트 그린은 "헨리 6세 3부"의 1막 4장 137행의 내용을 언급함으로써 셰익스피어를 조롱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우의 가죽을 쓴 호랑이의 심장. 극작가와 배우를 동시에 한 사람은 셰익스피어 밖에 없었지요.


임종 직전의 Robert Greene, 그는 교묘하게 헨리 6세 3부의 구절을 사용하여 셰익스피어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로버트 그린이 셰익스피어를 비판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내용을 언급합니다. 필립 헨슬로우와 로버트 그린의 기록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 1부와 3부는 1592년 3월 이전과 9월 이전에 집필이 완료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헨리 6세 2부는 그 사이에 작성을 하였다는 것도 함께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The First Folio에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모아두긴 했지만 언제 집필했는지는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1594년과 1595년에 불법 해적판인 Bad Quarto가 출판된 것을 확인해 보면, 그 이전에 출간이 된 것은 확실합니다.

당시에는 저작권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역시 위대한 작품을 집필하였다 해서 저작권으로 등록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에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공연을 통째로 외워서 출판업자와 짜고 Bad Quarto(이하 4 절판)을 출간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기 있는 작품이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공연하는 시스템이 아니었기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아닌 불법 업자들의 수익으로 돌아가게 되었지요.

이에 화가 난 셰익스피어는 1593년과 1593년에 그의 작품인 "비너스와 아도니스(Venus and Adonis)"와 "루크레스의 능욕(The Rape of Lucrece)"를 각각 출판합니다. 1593년 4월 18일 런던에 상경하여 인쇄업을 하는 고영 친구인 존 필드(John Field)를 만난 셰익스피어는 그에게 부탁을 하여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그의 극작품이 아닌 장시입니다. 특히, Southampton의 백작인 Henry Wriothesley에게 바치는 헌정시인 만큼 우리가 이 작품을 읽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한 번 정도 읽어보았지만, 극 작품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쉽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공식으로 최초 출간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1594년의 출판된 "타이터스 앤드로니쿠스(Titus Andronicus)"입니다. 이 작품은 쥴리 테이모어 감독,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타이투스(Titus)"를 보시는 것이 쉽게 접근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워낙 초기 작품이지만, 셰익스피어 시대의 유행을 전부 접목시킨 작품이라 쉽게 읽기는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잔혹 복수극인데, 팔 - 다리 절단은 기본이며, 강간과 살인이 무수히 나오는 작품입니다. 본 작품 역시 헨슬로우의 1592년 4월 11일 일지에 "Titus and Vespasian"이라는 내용으로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새로 나온 작품이란 뜻의 "ne"라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고, 1594년 까지 총 15회 이상 공연이 되었다니, 이 작품은 분명 셰익스피어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너무나 인기가 많아서 bad quator로 먼저 출판이 된 이후, 저작권을 정리하여 정식 Quator판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작가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후 위대한 The First Folio의 수록 작품으로 들어가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언급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셰익스피어의 일대기가 되지요.


영화 "타이투스"


셰익스피어는 당대에도 유명한 인기 작가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비평만 정리한 책이 수십 권이 됩니다. 저는 그중 이경식 교수님의 "셰익스피어 비평사 상권"을 중심으로 하여 이번 편을 작성하였습니다. 사실, 당시의 비평은 극작가들 간의 경쟁이었기 때문에 무수한 비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셰익스피어는 "극작가"인 동시에 "극장주"였으며 "근단 단장"이었고, "배우"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단순히 눈으로만 읽는다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부터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하나하나 음미해 가며 공연적 측면에서 / 시각예술로서 다양하게 분석을 해 볼까 합니다. 물론, 제가 이야기하는 분석 방법은 "읽기 위함"이지, 전문가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님을 먼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본 메거진에 관심을 가져주고 계십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 글에서 분명 이야기하고 싶은 것. 셰익스피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작가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편부터 본격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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