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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싸다고 많이 살 필요가 있나요?(MRP 운영)

(누구나 이해하는 관리회계 이야기 4화)

by 별빛바람

지난 3화에서는 "매입채무"의 항목 중 지급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분명 사전에 지급을 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운영전략이라 할 수 있지만, 현재 내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불필요한 차입을 하게 되어 오히려 재무적으로 자금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매입채무를 운영함에 있어서 혹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분명 "실수"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분명 엄청 쌌지요.

가끔 저희 가족은 창고형 마트 방문을 합니다. 신기한 가전제품이 꼭 좌판처럼 쌓여있어 이것저것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물가가 많이 오른 시점에는 창고형 마트 방문을 더욱 자주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과일, 제가 좋아하는 고기도 있고, 맛있게 포장된 횟감도 있어 소주 한 병을 마시며 한 주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방문할 때마다 싸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저희는 4인 식구이지만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두 딸아이는 그리 많이 먹질 않습니다. 가족 대부분이 하루 세끼를 밖에서 때울 때가 많지요. 그렇기 때문에 식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스트코에서 양파 한 망을 사더라도 개수가 20 ~ 30개는 돼서 냉장고에 보관을 해도 한 달 동안 다 먹지 못하고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풋고추도 그렇고, 파를 사더라도 그렇지요. 특히 아까운 건 쌈채소입니다. 쌈채소에 고기를 싸 먹으면 최고의 반찬이 되니 하지만, 그날이 지나면 전부 상하고 물러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식재료뿐만 아니라 연필이나 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계산기를 들고 개당 가격을 계산하면 인터넷보다 더 싼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코스트코를 가면 "합리적인 소비자"로 빙의를 하여 이것저것 계산기를 두들기며 뭐가 싼 지 계산을 하고 물건을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저는 글을 쓸 때 연필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연필을 사곤 합니다만, 수십 개나 되는 연필을 다 써본 적은 없습니다. 노트도 마찬가지고요.


PS13111300167.jpg 이 많은 필기구를 다 써본 적이 없네요.

우리는 가끔 가격은 싼데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물건을 잘 사용하면 다행인데, 항상 대량으로 구매한 물건들은 상하거나, 잃어버리거나 혹은 오래돼서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그 물건을 상업적으로(일명 되팔이 혹은 가게 식자재로 사용하는 경우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요.) 활용을 한다면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해당 물건에 대한 사용처라 개인이 사용한다면 필요 이상의 물건은 과하다 할 수 있습니다.


gettyimages-973261478-580x580.jpg 시원한 우유 한잔이 갈증 해소에 최고이지요. ^^ (출처 : Komedi.com)

예전 경제학 이론서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무더운 여름날. 밖에서 뛰어놀다 온 철수는 냉장고의 시원한 우유를 발견했습니다. 땀도 너무 많이 흘리고 갈증이 났기 때문에 시원한 우유 한잔을 마시면 힘이 날 것 같았지요. 그래서 우유를 한 잔을 마십니다. 더위도 가시고, 갈증도 사라지니 그 우유 한잔은 정말 철수에게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지요. 하지만 뭔가 부족합니다. 아직 그래도 좀 덥기 때문에 우유를 한 잔 더 마십니다. 아까보단 덜 하지만 그래도 시원합니다. 그리고 이제 배가 부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한 잔 더 마시면? 이젠 우유가 지겨워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싱크대에 버리기까지 합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물건은 적절한 용도와 적절한 사용량이 있습니다. 이번 "관리회계"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BOM(Bill of Material)에 대해서 설명하며 적정 사용량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우선 이 부분은 잠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이해해야 할 사항은 아무리 가격이 싸다 해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게 때론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이번에 배추가 풍작이랍니다!


20190304121615_t_.jpg 이번에 배추가 풍작이랍니다!!!


식품회사에 다니는 A님은 구매 부서에서 일합니다. 회사에서 운전자본 및 현금 유동성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한 것을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에 구매처와 구매대금 지급 확정을 할 때 항상 자금팀과 문의를 하며 진행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저렴하게 디스카운트를 해 준다 하여도, A님은 회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이런 A님을 눈 여겨본 자금팀 팀장님은 조심스럽게 A님에게 CDP도 제안을 하였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A님은 아직은 옮기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매 전문가가 본인 커리어의 최종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우연찮게 뉴스를 보았을 때입니다. 뉴스에선 올해 날씨도 좋았고 비도 적당히 내렸기 때문에 배추가 풍년이라 하였습니다. A님이 다니는 회사는 국내 식품 기업 중 포장김치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회사였습니다.(특정 회사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워낙 감칠맛 나는 김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식당에도 납품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올해 연말 전년 대비 1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풍년에 배추를 비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A님은 배추의 시세와 농가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한 농가에서 제안을 하길, 현재 있는 배추를 전부 다 넘기면 시세에 10%를 할인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금 지급도 기존 즉시 결제에서 1개월 후 지급을 해도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배추가 풍작이라 보니 좀 저렴하더라도 전량 다 넘기는 게 유리하다 판단하셨나 봅니다. 물론, 배추를 옮기는데 필요한 차량은 A님이 다니는 회사에서 운영을 할 것을 제안하였지요. 계산을 해 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류비가 전체 제품 가격에 3%도 되지 않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을 한 다 하더라도 시세보다 7%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A님은 당장 구매팀 팀장님께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경영관리에 제출을 하자 아래와 같인 이야기를 합니다.


"A님의 제안은 참 좋은 제안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이 많은 배추를 저장할 수 있는 창고가 있을까요? 그리고, 배추는 오랫동안 보관을 할 수 없어서 기간이 자나면 폐기해야 하는데..."


분명 배추를 가지고 김치를 많이 생산한다면 원물 배추보다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영관리팀 담당자는


"김치도 유통기한이 있잖아요. 이거 자칫하다가 악성 재고가 될 수 있어요."



3. 자재 소요량 계획(MRP : 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을 수립해 봅시다.


* MRP : 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


MRP는 ERP 중 가장 유명한 SAP에서 "자재 소요량 계획"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 수많은 제조업체가 호황을 이루며 수익성을 증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정확한 예측에 의한 생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많은 재고가 발생하여 제품이나 원-부재료를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회사들은 재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구매와 생산은 "수량"에 따라 움직입니다. 당연히 동일한 인력이 많이 생산하게 되면 단위당 고정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당위당 제조원가는 절감이 되고, 동일 판가로 판매를 한다면 수익성이 증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수요 이상으로 물건을 공급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많은 회사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판가가 자연스럽게 하락을 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많은 제조기업에서는 "자재 소요량 계획"에 따라 자재를 구매하고 운영하는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물론, 이후 운영 계획은 다음 편에서 언급하게 될 "BOM"에 따라 소요량을 예측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각 회사는 본인들이 지정하게 된 "회전일"에 근거하여 적정 재고를 확보하려 할 것입니다.


물건값이 저렴하다고 구매가 용이할 수 있겠지만, 당연히 과도한 재고는 재고 보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유통기한이 있는 자재의 경우에는 향후 폐기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매 부서에서는 아무리 싸다고 구매를 마음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아래의 표와 같이 자재 소요량 계획에 따라 적정 시기의 자재를 구매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재 소요량 계획은 SAP에서 기본적으로 운영을 하긴 하지만, 각 회사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유통기한이 중요한 회사라면 자재의 회전일을 중시할 것이고, 자재를 충분히 보관할 수 있는 capa가 확보되었다면, 저렴한 시기에 자재를 확보하여 비축을 할 수 있습니다.


위 표를 잠깐 보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한 회사에서 기초 재고로 10을 보유하고 있고, 1월에 10 단위의 자재를 입고하였습니다. 그리고 5 단위의 물량을 생산에 투입하여 기말 재고가 15가 남았다면 해당월의 추가 소요량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회전일 공식은 별도 설명하겠지만, "투입물량 / 기말재고 X 해당 월 일수"로 계산을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2월의 경우 입고 물량이 없다면, 기말 재고는 -5라는 수량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구매 담당자는 MRP 기반에 따라 회전일 수 혹은 차월 필요 수량에 따라 소요물량을 확정하고 차월에 입고를 진행하게 됩니다. 만약 1 unit을 생산하는데 5개가 필요하고, 2월은 4개 unit을 만들어야 한다면, 해당 회사는 1월에 5개의 자재를 사전에 확보를 하여 2월에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행을 해야 하지요. 추가로 3월에 4개 unit을 생산해야 한다면 20개의 수량을 추가로 구매해야 합니다.


지난 편에서는 구매대금의 지급일자가 중요하다 하였지만, 이번 편의 핵심은 "소요량에 맞는" 적정한 자재 수량을 구입하는 것이 핵심이라 이야기하였습니다. 소요량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좀 더 자세히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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