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기 쉬워진 시대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8화)

by 별빛바람

해외 출장을 갈 때 일이다. 내 백팩에는 항상 Leica X1이 들려 있었다. 가뜩이나 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하나 들고 간다는 것은 참 비효율적이다. 다행히 Leica X1은 똑딱이 카메라였기 때문이지, 만약 DSLR에 렌즈 여러 종을 들고 다녔다면 캐리어 하나 혹은 백팩 하나를 더 들고 가야 할 판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나도 카메라 바디 두 개를 들고 렌즈 두 ~ 세 개를 챙겨가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웬만해선 가볍게 가려해도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고민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가 보다. 가끔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여러 종의 카메라 바디에 렌즈를 커다란 캐리어에 옮겨담으며 이동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전문 사진작가도 아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이런 모습을 일반인들이 바라보면 정말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하나면 줌도 되고, 어플 몇 개만 잘 활용하면 정말 이쁜 사진을 많이 만든다. 가끔 보면 인스타그램에 놀랄만한 효과의 사진을 볼 때, 내 카메라가 정말 필요한가? 란 생각도 많이 해본다. 오히려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남들이 보기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글을 연재하며 하고자 하였던 이야기는 "카메라"에 대한 예찬이기도 했지만, "사진"에 대한 예찬이기도 했다. 내가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나의 생각과 나의 느낌의 결과이며, 그 결과물로서 "사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한 추억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노출"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광학적 판단을 해야 하고, "구도"라는 것을 적용해야 한다. 이 두 개의 조합을 통해 어떤 사진은 힘 있는 좋은 사진이 되고, 어떤 사진은 그저 그런 사진이 되고 만다. 당연히 내 사진은 후자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지 않았으니 좋은 사진이 나오진 않는다. 단지, 내 느낌 그대로 사진을 찍고 즐길 뿐이다.


210625000338310006.jpg 아무것도 아닌 풍선들(Nikon FM2, Nikkor 50/1.4, Kodak Gold 200)


210625000338310009.jpg 테이크 아웃(Nikon FM2, Nikkor 50/1.4, Kodak Gold 200)

사진의 주목적이 기록을 위한 것이라 한다면 당연히 누구나 쉽게 찍혀야 할 것이고, 예술성이 목적이라 한다면 그만큼 예술적 가치에 따라서 주목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요즘 시대의 "사진"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그런 매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한 손에 스마트폰이 있고, 카메라 어플이 있다. 그리고 화면에 나온 가상의 셔터를 눌러 내가 원하는 순간읠 포착하여 촬영한다.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고, 신기한 곳이 될 수 있다. 혹은 새롭게 방문한 지역, 또는 내가 사랑하는 그 순간. 예전처럼 필름을 감아가며 특별한 순간을 위해 찍는 사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그래서, 내가 출장 때마다 들고 다니는 카메라나 함께 동행한 동료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나 둘 다 같은 가치를 지닌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론 내 사진 이 상으로 아이의 시각에서 찍는 경우가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한창 날이 더울 때였다. 아이들과 놀면서 사진을 몇 장 찍어댔는데, 그때 사진을 찍는 내 보습을 본 스텔라가 카메라 찍는 방법을 알려달라 했다. 수동 카메라라 사용법이 어려웠지만, 스텔라는 곧잘 이해했다.


"전체적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동일해. 대신 노출계에 보이는 셔터스피드와 조리개를 조정해서 빛을 조정하는 거야. 그릇이 크다면, 당연히 물은 빨리 흘러내릴 수 있겠지? 대신에 그릇이 작다면 물은 천천히 흘러내릴 거야. 그 개념으로 전체 적당한 빛의 조합을 확인했으면, 그 순간에서 물이 빠르게 흐를 건지, 천천히 흐를 건지 결정하면 돼."


스텔라가 몇 장의 사진을 눌렀다. 모델은 7살 어린 동생 소피아였다. 동생 소피아도 언니가 찍는 사진을 보며 한 껏 웃으며 모델이 되어주었다. 스텔라는 노출의 개념과 셔터의 개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몇 번 사진을 찍어보니 이해가 된 듯 본인이 조정하여 찍으려 했다. 아무래도 거실 벽에서 찍는 사진이니 만큼 뒷 배경을 좀 흐릿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대신 동생의 모습은 또렷하게 나오고 싶다고 했다. 스텔라는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를 조정한 지 셔터를 눌렀다. 필름 사진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몰랐다. 단지, 필름의 관용도가 뛰어나길 바랄 뿐이었다.


210802000371700012.jpg
210802000371700007.jpg
210802000371700006.jpg


1주일이 지난 후. 약간의 비네팅이 있었지만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물론 이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8살짜리 아이가 찍은 사진으로선 훌륭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사진을 찍으며 언니와 함께 재밌는 포즈를 소피아의 역할도 한몫했다. 거창한 사진은 아닐지라도 우리 가족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사진이 된 것이다. 이젠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버지의 카메라는 특별한 순간에만 셔터가 눌러졌지만, 내 카메라는 언제나 항상 셔터를 눌러댄다. 울고 웃으며, 정말 일상적인 순간에도 눌러진다. 그건 그만큼 사진을 찍기 쉬워진 시대라 가능하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 순간 셔터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