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추억의 카메라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9화)

by 별빛바람


최근 들어 중형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은 6천만 화소대 디지털카메라가 최상의 성능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중형 카메라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디지털카메라는 6천만 화소를 감당하는 최신 렌즈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구입하게 위해서는 필름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필름 중형 카메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중국에서 만든 "홀가" 토이 카메라의 경우는 10만 원 미만으로 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플라스틱 카메라는 실제로 "토이 카메라"라는 장르를 만들어 냈다. 요즘 배스킨라빈스나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그런 카메라가 토이 카메라다. 손톱만 한 작은 플라스틱 카메라는 F값 9.0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셔터 스피드는 고정이다. 마찬가지로 홀가도 최초 탄생할 당시 전문가를 위한 카메라는 아니었다.


마치 장난감 같은 토이 카메라 "홀가 120n"

그 외에 상당히 올드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롤라이플렉스"라는 카메라가 있다. 최근 들어 은둔의 사진작가이며 유모였던 비비안 마이어가 소유하고 활용했던 카메라로 더욱 유명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임스 딘이 사용하였던 카메라였고, 6X6의 정사각형 모양의 프레임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TLR이라는 뷰파인더용 렌즈와 필름용 렌즈 두 개를 활용하여 사진을 찍는 독특한 모습의 카메라는 마치 내가 사진을 찍기보다 누군가 나를 찍길 원하는 그런 카메라가 아닌가 싶다. 나도 이 카메라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롤라이플렉스는 최소 60 ~ 70년이 넘은 카메라이고, 그나마 최근까지 생산을 하였지만, 최근 생산 모델의 경우는 400만 원을 호가하였다. 물론, 400만 원도 개인 거래일 때의 이야기이고, 샵에서 판매를 하는 경우는 600 ~ 700만 원까지는 가는 카메라가 된다. 물론 60 ~ 70년 전 버전을 구입할 수 있지만, 너무 낡았기 때문에 카메라 특히 "롤라이플렉스"의 기본 메커니즘을 모른다면 수리 혹은 오버홀을 할 때마다 몇 십만 원씩 깨지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롤라이플렉스가 과거에 사용하던 셀레늄 노출계는 거의 대부분 작동을 하지 않고, 그나마 작동이 되는 것도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가 찍기보다 내가 찍히길 원하는 카메라 "롤라이 플렉스"

그래도 가장 유명한 카메라는 핫셀블라드의 500 시리즈 일 것이다. 아마 이 카메라는 보면 "아! 그 카메라"하고 떠오를지 모른다. 암스트롱이 달 탐사 때 가지고 간 카메라로 유명하고, 스웨덴의 고집스러운 기술로 만든 카메라이기 때문에도 유명하다. 물론, 단순한 구조인 듯 하지만, 이 카메라는 이제 중고 가격이 최소 300만 원을 넘는 카메라가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중형 카메라라고 하면 당연히 이 카메라를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연정훈의 카메라로 유명하고, 스웨덴의 핫셀블라드 사가 중국의 DJI에 인수되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담겨있는 건 당연한 듯싶다. 물론, 핫셀블라드 디지털카메라는 최소 2천만 원이 넘는 카메라이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할 그런 카메라였다.


스웨덴의 명품, 최초로 달을 탐사한 카메라 핫셀블라드 500 시리즈

난 이것저것 다 무시하고 일본 브랜드인 마미야 RB67을 선택했다. 일단 위에서 이야기 한 카메라들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그리고, 생긴 모양은 핫셀블라드와 유사하지만, 크기는 최소 4배 이상 더 크다. 근데, 이 카메라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그렇다. 우리가 어린 시절 갔던 사진관의 증명사진용 카메라. 그리고 결혼식장의 신랑 신부 사진 촬영용 카메라다. 그 당시, 사진사는 암 백에 들어가 카메라를 이리저리 조정하며, "자! 웃으세요!"라고 하며 플래시를 펑 터뜨리며 찍은 그 카메라.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운 2.3Kg의 무자 막지 한 무게. 왜 이 카메라가 좋아서 구하게 된 것일까?

결혼식장의 단골손님. 마미야 RB67

최근 들어 첼리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한 가지 프로젝트를 생각해 냈다. 그것은 실버 택배업에 종사를 하는 어르신들의 프로필 사진을 한 장씩 찍어주며, 그분의 이야기를 약 30 ~ 1시간 동안 들으며 그 내용을 한 편의 글로서 연재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활용하고자 하였으나, 문득 좀 더 의미 있는 카메라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젊은 시절 평생의 기쁜 순간 중 한 번인 결혼식장에서 함께 했던 카메라.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 혹은 딸의 백일과 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던 카메라. 중 - 고등학교 졸업 때, 그리고 대학 시절 학사모를 찍으며 사용했던 그 카메라. 그 당시에도 사진관의 사진기사들은 비싼 핫셀블라드 보다, 튼튼하고 저렴한 마미야 RB67을 사용하여 모두들의 기쁜 순간을 함께 했다.

이 제품은 충무로의 카메라 샵에 가면 최소 1 ~ 2개씩은 있는 제품이다. 그리고, 가격대도 거의 비슷하며, 10년 전 시세와 비교하면 크게 오르지 않았다. 만약 렌즈가 망가졌다면, 쿨 하게 인터넷을 뒤지면 10만 원 언더로 상태 좋은 렌즈를 구할 수 있다. 당연히 필름 백이 고장 나면, 필름 백만 구입해도 되고 다 분해가 되니 저렴하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단지 단점은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당연히 세월의 무게이며 누군가를 축하해주기 위해 묵묵히 걸어왔던 과거의 무게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축하해주며, 기뻐해 주던 그 카메라. 내가 인수한 카메라도 최소 30년이 넘은 제품인 듯하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지만, 분명 누군가를 축하해주고 기뻐해 주며 힘껏 웃어주던 그 카메라가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은 분명 의미를 만들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이제 이 카메라는 다소 무겁지만, 어르신들과 함께 인생의 마지막 기쁨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다. 이제 내 카메라는 하나 더 추가되었지만,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