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학교"라는 이름이 사라진 시대
그 시절 학교는 늘 변하지 않았다. 학교를 통제한다는 명목아래 선생님들은 자신의 권한 중 일부인 일진들에게 일부를 양도했다. 일정부분 일탈에 대해서는 눈 감아주는 대신,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질서와 통제에 대한 권한은 그 들의 몫이었다. 그나마 멋진 일진들은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번 체력장에 어느 누구도 낙오하지 말고 오래달리기를 끝까지 완주하자."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낭만이 있는 일진의 모습이었다. 혹시라도 체력이 되지 안항, 컨디션 때문에 오래달리기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일진의 면담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대부분은 힘이 들더라도 오래달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약간의 통제 권한을 선생님들은 일진들에게 일부 양도를 해왔었다.
그 시절 일진의 주 임무 중 하나는 전학 온 학생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미 학교에서 통제 권한은 일부 일진들에게 주어졌으니, 평화로운 반의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누군지 통제가 되지 않은 전학생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고 최대한 통제 범위 안에 들어가도록 선도하는 것이었다. 그 선도의 범위는 대화와 타협이 될 수 있고, 집단 구타가나 린치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후자가 더 많았다. 그 시절 남학생으로서 전학을 간다는 것은 얼굴이나 어딘가를 쥐어 터지고 이 몇 개는 부러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일부 학생들은 집이 좀 멀더라도 "전학"이라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여러번 차를 바꿔타며 통학 하는 것이 일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 마저도 선생님이 바쁘다는 핑계로 주어준 하나의 권한의 일부였다. 최대한 소리 소문 없이 일을 처리하고, 반을 안정하게 구성하는 것이 일진들의 역할이었지만, 일부 일진들은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얼굴에 티가 날 정도로 전학생을 구타하는 실책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선생님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눈에 띄게 눈이 부어있고, 멍이 들고 코피가 나 있더라도, 혹은 머리가 헝크러지고, 교복이 찢어졌다 하더라도 "내 권한 밖"의 일이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그저 무심한 듯 수헙을 시작했다. "자 조용히 해라!" 이 말이 그들의 일상적인 대사의 일부였다. 물론, 일부 일진들은 좀 더 과격하게 나가기도 한다. 수업 중 일진들은 아직 우리 반에 편입되지 못한 전학생들을 교육 시키기 위해 살짝 대려가기도 한다. 몇 명의 학생이 움직이고, 문이 드르륵 열리고 하는 모습들이 보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선생님들의 시력도 일시에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쩔 땐 기억력 마저 점차 무뎌지기도 했다. 아이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져서 어쩔 수 없이 학교측에 항의를 하러 온 학부모의 모습을 보며 선생님, 특히 담임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혹은 "우리 반 아이들 중에는 그런 일을 할 아이가 없어요."란 이야기를 한다. 아니, 기억력이 무뎌지는게 아닐 수 있다. 어느 한 아이의 문제마저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아이를 감싸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학부모와의 한 동안 면담 이후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그 날 있었던 일 아는 친구들 다 손들어 봐라." 당연히 몇 명은 손을 들지만,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주의를 준다. "너 네가 본 것을 절대 이야기 하지 마라." 그 뒤 증인은 바뀐다. 선생님이 선정한 일진측 무리 몇 명이 증인이 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하나 같이 동일한 진술을 한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혹은 "재밌게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 이야기들 뿐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단지 "사소한 오해"가 있었을 뿐이라며 가볍게 넘어간다. 그러면서 모든 일들은 평상시와 같아진다. 단지 한 명, 그 전학생만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이 모든 일들은 매년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동일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같은 일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스텔라가 그 일을 겪은 순간은 스승의 날 행사 준비를 위해 댄스 연습을 하던 3월 말이었다. 평소 춤 추는 걸 좋아했고,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를 좋아했던 스텔라는 스승의 날 축하 공연 팀에 속하게 되었다는게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스텔라가 좋아하던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를 출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너무나 행복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점심을 더 빨리 먹고 친구들과 춤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혔다.
마침 운동장 한 켠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몰려서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소 과격하다고 할 수 있기도 하고, 혹은 평범한 놀이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장면 역시 CCTV에 찍혔다. 스텔라가 친구들과 댄스 연습을 하던 장소와 잡기 놀이가 벌어진 장소는 무려 50m가 넘는 거리에서 발생한 장소였다. 단 한 번도 스텔라는 그 자리 근처를 가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해자 중 일부는 거짓 증언을 한다. 스텔라는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했으며, 재력을 가지고 있던 피해자 부모는 자신이 그동안 투자했던 발전기금을 명분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모든 일들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스텔라는 실제 그 장소에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가해자 몇 명의 거짓 증언으로 가해자 중 한 명이 되었다.
CCTV가 있었고, 스텔라와 몇 명 친구들이 춤 연습을 하던 모습을 바라보던 선생님들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중립의 의무"를 들며 증언을 거부 했다. 그리고, 어느 한 명에게 유리해질 수 있다는 명목하에 CCTV 제출도 거부 했다. 그들은 이미 발전기금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의 중립적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학부모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사립학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가 아닙니다. 학부모님의 소중한 발전 기금으로 학교가 운영 되는 것입니다."
교감 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너무나 자신있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학부모가 납부한 발전기금이 그리 큰 돈이 아니라는 듯 이야길 했다. 그리 큰 돈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학부모들도 그 만큼의 선뜻 분기마다 낼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 일은 당연히 학교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대로 일이 벌어져야 하는 일들이었다. 아무리 명백한 증거가 있더라도, 앞으로 몇 년동안 받게 될 발전기금이 끊길 수 없으니 학교는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는 것이 "중립의 의무"라는 입장에서 똑같이 벌어지는 일 중에 하나 였다.
스텔라가 그 일이 벌어진 순간. 정말 믿었던 학교나 선생님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단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피해자라 주장하는 집안의 보복성 학폭 신고도 어떠한 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수용하였다. 그리고 가해자 측에서 증언한 거짓 증언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한 명은 운영위원회장이었고, 한 명은 ** 어머니회회장이었은니, 학교의 안 과 밖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이 가해자 그룹은 여전히 스텔라를 가해자로 만들고 있었다. 자신들의 역량을 다 동원하여 스텔라가 잘못했다는 소문을 냈다. 스텔라가 누군가를 때렸다는 소문을 냈다. 하지만, 스텔라는 전혀 그러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학교 교칙이 그러했다. 진실을 이야기 하고 싶어도, 다른 아이와 연관된 이야기를 하면 "그것도 학폭"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말 하지 말 것을 주의 받았다. "학교에서는 어떠한 것도 지켜줄 수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로 여전히 가해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래도 스텔라는 씩씩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였는데 HSK 2급을 혼자 독학으로 취득했다. 이젠 영어 원서도 재법 혼자서 읽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하루에 한 두권의 책을 읽는 것은 일상이었다. 4학년 한 학기동안 스텔라는 밤이 찾아왔지만, 스텔라는 그 밤을 조금이라도 일찍 밝히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