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11화)
스텔라는 항상 바쁘다. 직장을 다니는 나 보다 항상 바쁘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부모의 욕심 반, 스텔라의 욕심 반이 모여 사립 초등학교로 진학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골프,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성악, 바이올린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우는 게 참 재미있는 모양이다. 2학년이 되니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선 매달 학업 성취도 평가를 봤다. 그리고 영어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니 방과 후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해서 미술학원을 보내고, 학업을 따라잡기 위해 수학 학원을 보내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수영과 롤러블레이드 학원을 보내니 주말까지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다 보니 방학이라 해도 시간을 빼기 쉽지 않았다.
챌리 나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마찬가지로 나보다 더 바쁜 삶을 산다. 요즘은 코로나 사태가 소강(?) 상태를 보이긴 했지만, 코로나가 한창일 땐 항상 상황실 근무로 정신이 없었다. 환자들 상담과 진료 의뢰, 공공사업 준비 등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나보다 더 정신없이 보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녹초가 되니 밤에 오붓하게 둘이서 맥주 한잔 마실 여유가 없다는 것이 참 아쉬울 따름이다.
소피아는 여전히 정신없다. 이제 2살인 소피아는 엄마 아빠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침 7시에 기상을 하고, 하루 10시간 넘게 어린이집에 있어야 했다. 엄마가 안아주는 시간은 고작 하루에 1시간 남짓. 이제 소피아는 2살이라 하더라도, 그 누구보다 씩씩하고 빨리 철든 꼬마 아가씨였다. 물론, 스텔라도 마찬가지다. 막 돌이 지날 무렵부터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했다.
그런 우리 가족이 여름휴가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 장기간 여행을 떠나는 건 쉽지가 않아, 롯데월드 정기이용권을 활용하여 1달에 1 ~ 2번 롯데월드를 방문하거나, 박물관 방문을 하는 것이 가족 나들이에 전부였다. 둘째 소피아는 롯데월드가 뭔지도 잘 모르고, 놀이기구가 무섭기 때문에 "너구리네 집"이라 이야길 하며 키즈토리아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것으로 하루의 여행을 대신하곤 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스텔라의 일정 때문에 한 달에 1 ~ 2번뿐이다.
그래도 바쁜 스텔라의 일정을 잠시 미루더라도 9살의 가족 여행 / 여름휴가는 평생에 한 번 있는 일이다. 나의 부모님 시절이야 휴가를 반납하는 게 미덕이고, 여름에 여행을 가는 건 사치로 생각하던 게 일상이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은 분명 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돌아보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9살의 아이에게는 반드시 찾아가야 할 일정이라 생각한다.
이번 여행의 일정은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1박을 한 뒤, 경남 거제도에서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다소 이동거리가 있긴 하지만, 강원도에서 휴식과 더불어 거제도의 이모님을 뵐 수 있기 때문에 스케줄을 조정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차 안에서 5 ~ 6시간 동안 있어야 한다는 답답함이 있겠지만, 그래도 잠시 동안의 이동으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설렘으로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주부터 서울은 폭우였다. 강남구 일대가 침수가 될 지경이니 비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어렵게 만든 휴가 일정이고 여행 일정이지만, 비 때문에 하루 종일 숙소에만 머물 거란 생각이 드니 걱정이었다. 그러나 강원도는 그 어느 때 보다 하늘이 밝았다. 푸르른 하늘이 서울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히려 어제까지 서울이 폭우가 내렸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하늘의 푸르름이 아름답게 느껴지던 하루였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각자 준비를 하겠지만, 난 케리어 한가득 카메라만 준비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찍기 위한 디지털카메라 1대와 멋진 Best 컷을 위한 필름 카메라 1대. 그리고 물놀이할 때 막 찍을 오래된 Canon EOS30 한 대. 필름 여러 통. 다행히 요즘은 렌즈를 하나만 가져가곤 한다. 너무 많이 가져가면 짐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표준 줌 렌즈 1개. 필름 카메라는 35mm 렌즈만 물렸다. 35mm가 다소 광각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먼 모습을 찍고 싶을 것 같아 35mm를 물렸다.(표준 렌즈인 50mm는 다소 답답함이 있고, 광각 렌즈인 28mm는 너무 넓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난 50mm를 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35mm도 다소 넓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보이그랜더 렌즈가 초점 거리가 상당히 짧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찍기에는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오크밸리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겐 물놀이가 그 어느 휴가보다 행복한 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놀이장에서 핸드폰으로만 찍기에도 다소 아쉬웠기 때문에, 막 찍을 용도의 카메라인 Canon EOS30에 코닥 골드 200 필름을 물려서 들어갔다. 아무래도 SLR 기술의 최후 기형 카메라이기 때문에, 요즘 사용하는 DSLR과 사용방법이 많이 비슷하다는 장점도 있고, 초점도 잘 잡히는 AF 기능이 있기 때문에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중고 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에 고장 나더라도 쿨 하게 하나 더 사도 될 정도로 재밌는 카메라였다. (아쉽게도 아직 필름 현상 전이라 필름 현상 이후 내용은 차후에 다시 쓰도록 하겠다.)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을 한다. 소피아도 자기 케리어를 끌겠다는 걸 간신히 달래어 이동을 했다. 아무래도 2살에서 3살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뭐든지 다 자기가 하고 싶은 나이인 듯하다. 소피아는 항상 떼를 쓰며 자기도 하겠다 한다. 오후 늦게 까지 물놀이를 해서 다소 피곤해하였기 때문에 오후 일정은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되도록이면 음식도 룸서비스로 이용하고, 숙소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의 마지막으로 정했다.
스텔라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본인 케리어 한가득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한가득이다. 언니가 그리는 모습을 본 소피아는 언니 옆에서 따라 하는 걸 좋아한다. 소피아에게 스텔라는 롤모델이면서, 본인이 닮고 싶은 이상향인 듯하다. 그래서 항상 언니를 따라 하고, 언니를 찾는다. 7살이란 나이 차이에 걸맞지 않게, 소피아는 언니처럼 항상 따라 한다. 그날은 스텔라가 귀여운 동생의 얼굴을 그려준다. 소피아가 가만있으면 좋겠지만, 크레파스를 들고 언니를 따라다닌다. 본인도 크레파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모양이다. 언니는 그림 그리는 걸 방해하는 동생이 귀찮지만, 그래도 동생이 사랑스러운지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