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여름휴가로! - 3부(혹은 번외 편)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13화)

by 별빛바람

카메라는 매우 비싼 장비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10년 전 1천만 ~ 1.8천만 화소대 크롭 바디 DSLR 카메라를 구입한다면 20만 원 정도에도 충분히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최신 라이카 혹은 핫셀블라드 바디를 구입한다면 1천만 원은 족히 넘지 않을까? 물론 거기에 렌즈까지 더한다면 웬만한 중형차 한 대 뽑을 가격이 나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들은 카메라를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땅바닥에 한 번 떨구면 중형차 한 대가 망가질 수밖에 없고, AS를 받더라도 몇 백만 원이 넘기 때문에 대부분은 카메라를 들고나가질 않는다. 그렇다. 흔히 이야기하는 "장롱 카메라"가 된다.

특히, 물놀이를 갈 때 비싼 카메라를 들고 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혹시나 물에 빠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 아무리 비싼 카메라라 하더라도, 방수와 방진 기능을 갖지 못한 카메라도 많이 있다. 물에 조금이라도 튀긴다면 카메라의 기계적 장치와 센서에 부식이 발생할 수 있어, 신나는 물놀이 뒤에는 몇 백만 원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카메라의 원래 본질은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것이지만, 반대로 카메라의 가격 때문에 그 본질이 바뀌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물놀이를 갈 때 우리는 10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들고 간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방수 기능이 있어 방수커버를 사용하지 않고 물놀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방수커버에 의존해 가족들과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남기고자 한다. 물론, 스마트폰의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훌륭한 사진을 만들 수 있지만, 카메라만의 효과와 장점을 놓칠 수 없어 여행 때마다 커다란 가방에 다양한 카메라를 담아간다.

이번 물놀이에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EOS30 필름 카메라다. 요즘 중고 가격은 10만 원 정도 할 듯싶지만, 대학교 사진학과 학생들의 첫 실습 카메라로 인기가 많은 카메라다. 보통 학기가 시작할 때 가격이 조금 오르다가 학기 끝날쯤 다시 매물들이 나와 가격이 떨어지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으니 한 번쯤 구입해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표준 렌즈인 50/1.8 렌즈도 중고로 10만 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으니 상당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Canon_EOS_30_img_1607.jpg 가격에 비해 상당한 성능을 가진 SLR 카메라 EOS 30. 성능은 오히려 5D Mark2를 능가한다.

오크밸리의 수영장에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에 단 한 번뿐인 9살 아이의 여름휴가, 2살 아이의 여행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찍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간다. 물론 36컷 밖에 찍지 못한다는 필름 카메라의 단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36컷의 사진이 그만큼 신중하고 아름다운 베스트 컷을 만들 수 있다 생각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사진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000697700005_2.jpg 물놀이를 기다리기 전(Canon EOS 30, EF 50/1.8, Kodak Gold 200)

아침 일찍 출발하여 아직 비몽사몽인 아이들에게 아침식사 겸 뉴케어 하나씩을 건넨다. 서울에서 오크밸리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이지만, 수영장 오픈 전에 미리 도착해야 좀 더 여유롭게 놀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새벽 일찍 출발을 했다. 아이들은 차에서 아직 꿈나라에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나도 졸음이 몰려왔지만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도착을 한다. 다행히 도착할 시점에 눈을 뜬다.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설렘 때문일까? 전혀 졸린 기색이 없다.

둘째 소피아는 아직 물을 무서워한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물놀이를 자주 가지 못해 물을 경험해 보지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겐 튜브가 있고 튜브를 끌고 가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무섭긴 하지만, 엄마와 함께 공을 던지며 노는 것을 싫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아이에겐 처음이라는 것이 무섭고 두렵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신나는 경험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배우게 된다.

000697700010_7.jpg 아직은 물이 무서워요(Canon EOS 30, EF 50/1.8, Kodak Gold 200)
000697700016_13.jpg 나 운전 잘하지?(Canon EOS 30, EF 50/1.8, Kodak Gold 200)

언니 스텔라는 물놀이가 익숙한 듯 물놀이장에 도착하자마자 미끄럼틀로 이동한다 그리고 물이 익숙한 첫째는 열심히 수영을 한다. 아빠의 역할은 이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9살의 물놀이장의 추억은 오늘 하루만 있을 뿐이다. 잠깐의 시간이라 하더라도, 혹은 자주 있는 경험이라 하더라도 오늘의 경험은 오늘이 지나면 사라진다. 시간은 우리가 잡을 수 없을 만큼 스스로 흘러갈 뿐이다. 하지만, 사진은 다르다. 사진은 내가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의 찰나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아이들은 환경에 빨리 적응한다. 잠깐의 순간이지만, 이곳에서 행복하게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카메라는 사진을 찍고, 순간의 추억을 남기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비싼 카메라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면 분명 추억을 좀 더 아름답게 나눌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침 하늘이 너무 맑아 기분 좋은 하루였다. 그리고 좀 더 빨리 현상소를 찾아가 이 날의 추억을 현상하여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듯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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