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 들 - 2부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14화)

by 별빛바람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프레임에 담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쁜 골목, 이쁜 카페, 멋진 산을 지나갈 때 전체를 다 담으려고 욕심을 부린다. 파노라마 중형 카메라 + 광각 렌즈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멋진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사진에 감각이 있다면 멋진 구도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하게도 "초보" 사진가이다. 정확히는 "초보" 사진 애호가다. 그러니 효과적인 구도와 프레임 활용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냥 찍고 나서 보면 뭔가 부족하고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사진을 좀 더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체를 보기보다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 주목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늘 바라보던 전체의 모습이 아닌, 그 부분의 모습을 찍는다면 그것도 하나의 효과적인 사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별도로 출사를 나갈 여유가 되지 않으니, 백팩에 카메라를 한 대 넣어두고, 내가 출-퇴근하는 동안 바라보던 그 모든 것들 중 "일부"를 찍는 것으로 사진을 구성해 본다.


늘 다니는 출퇴근길 코스 초입에 있던 카페를 무너뜨리고 생활형 숙박시설 건설이 한창이다. 아무래도 카페만 운영을 하는 것보다 10층 이상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운영하게 된다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및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건물주의 부담이 있을지도 모른단 짧은 생각을 해보지만, 건물주도 대출 혹은 임대 보증금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려 할지 모르기 때문에 굳이 우리가 고민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내가 바라본 것은 건설현장 초입의 안전제일 표지판이었다. 수많은 자제와 벽돌들을 옮겨야 하는 건설현장에서 항상 먼저 보는 표지판은 안전제일이다. 그리고 건물을 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를 근처 전봇대에 인입을 하여 건설용 전기를 활용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전체의 건물이 세워지는 광경은 내가 사는 건물이 아니라면 사실 관심 있게 보질 않는다. 어느 순간 지나가다 보면 거푸집을 만들고 있고, 어느 순간 보면 건물을 거의 다 올려놨으며, 또다시 며칠이 지나고 나면 입주를 해 있곤 한다. 사실 건물은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지나가며 별 관심 없이 보았끼 때문에 뇌리에 사라졌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이곳을 지나는 동안 바라보는 안전제일 표지판과 전기가 인입된 전못대의 모습도 건설현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역시 낯설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안전(Lieca SL + Summilux 50/1.4 2nd)
기립(Leica SL + Summilux 50/1.4 2nd)

우리는 전체만 바라보려 하지, 일 부분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경우들을 종종 목격한다. 실제 건설 현장의 전체 모습을 보면 쇠파이프로 연결된 안전장치의 틀에 거푸집으로 쌓아 올린 콘크리트 덩어리만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실제 이 부분을 좀 더 가까이 바라본다면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기하학적 구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지나가는 공간의 작은 구조물들도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전체의 구성에서 하나의 일부분만 떄어놓고 본다면 우리에겐 낯익은 공간이지만, 다시 한번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전체의 일부분은 우리가 지나가며 흔히 바라보는 "사소한 것 들"이다. 하지만 그 모습의 일부분을 가까이서 다 가보았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 그리고 그 부분을 흑백 혹은 독특한 색감으로 표현하고, 그 속에서 짙은 명암을 넣는다면 분명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나가다 보는 흔한 소화전도 최대한 가까이에서 다 가본다면 분명 낯설게 느껴진다.

소화전(Leica SL+ Summilux 50/1.4 2nd)

마찬가지로 거리에 있는 조경수들도 전체의 나무가 아닌 나무의 일부분만 바라본다면 그 느낌은 독특하게 다가온다. 또한 다양한 색을 머금고 있는 나무에게 색을 제거하고 흑백의 세상으로 바라본다면 그 모습은 실제 나무의 모습이지만 마치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그 그림자는 우리가 저 멀리서 바라본 듯, 혹은 극장의 스크린에서 처럼 하나의 벽을 드리운 채 바라보는 것 같은 색다른 낯선 감정을 만들어준다. 분명 우리에겐 익숙한 장면이고, 너무나 익숙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던 곳이지만 그 부분을 다른 색으로 - 다르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보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낸다.

나무(Leica SL + Summilux 50/1.4 2nd)
마치 그림자와 같은(Leica SL + Summilux 50/1.4 2nd)

특히 조경수의 사진을 찍으며 최대한 조리개는 개방을 하고, 노출도 1 스탑 정도 낮게 조정을 하면 외부 배경이 아닌 조경수의 한 부분만 초점을 잡게 된다. 조리개를 개방할 수롥 우리는 특정 한 부분에 대해서만 초점을 잡게 된다. 마치 전체의 모습만을 바라보던 우리의 모습이 일부분의 본질을 찾기 위해 집중하듯 말이다. 이러한 부분을 바라보기는 우리가 지나치는 흔한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너무나 자주 보던 모습을 최대한 가까이 바라본다면, 우리는 시각을 최대한 낮춰보기도 하고 - 혹은 최대한 올려보면서 그 시각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바라볼 수 있다.

지하철을 타 본다. 지하철에서 늘 바라보는 모습들에 대해서도 항상 빈자리만을, 그리고 내가 타야 할 지하철 만을 바라보던 모습에서 좀 더 다르게 바라본다. 우리가 늘 지나치던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카메라를 통해 새롭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작업은 35mm 판형 기준 우리의 시선과 비슷하게 보이는 표준렌즈인 50mm 렌즈를 활용하여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여 촬영을 해 보았다. 퇴근 시간 1시간 남짓의 거리에서 촬영하게 된 시선을 통해 새로움과 색다름을 우리가 지나친 사소한 것들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하루가 되었다. 늘 지나가는 거리이지만, 카메라를 통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기에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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