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여름휴가로! - 4부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고 간다 15화)

by 별빛바람
거제도의 푸른 하늘(Leica SL, Sigma DG DN 24-70/2.8)

아름다운 추억의 휴가를 만드는데 1등 공신은 맑은 하늘과 멋진 풍경이다. 이 날의 거제도 바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후 2시. 원주 톨게이트를 막 지나는 시점부터 폭우가 내려 내심 걱정했던 터였다. 스텔라와 소피아가 처음으로 가는 거제도 바다인데 하루 종일 비만 내리면 어떨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거제도 섬으로 막 들어가는 순간부터 거제도의 공기는 습기 하나 없이 맑았다.

밤늦은 10시쯤 거제도에 도착하여, 거의 5년 만에 뵙는 이모님은 두 손녀를 보며 무척 반가워했다. 그래도 스텔라는 태어나서 몇 번 보긴 하였지만, 이제 막 태어난 지 두 돌 남짓인 소피아는 한 번도 만나보질 못했는지 너무나 반가워하셨다. 거제도는 해안이라 그런지 육지의 날씨와는 사뭇 달랐다. 서울에선 한창 폭우가 내렸지만, 거제도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고, 하늘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청명했다. 서울에서만 줄곧 있었던 나도 이렇게 맑은 하늘은 처음 보았다.

나도 해수욕장은 거의 십 년도 더 지나 방문한 터였다. 군 시절 도구해안에서 상륙 훈련을 한다고 모래사장과 바닷가를 뒹굴긴 하였지만, 억지로 해수욕장을 방문해 본 적은 없다. 사실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그렇다고 수영을 즐겨하지 않다 보니 바닷가는 휴가지에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텔라는 수영을 좋아했다. 챌리 나도 바닷가에서 살았기 때문에 물이 익숙했다. 물이 두려운 사람은 나와 소피아뿐이었다. 그나마 소피아는 물을 처음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땅바닥에 발이 닿으면 물에서 재밌게 놀았다.

헬로키티 튜브가 소피아에게는 딱 어울리는 물놀이 도구인 모양이다. 스텔라는 물놀이보다는 서울에서 하기 힘든 모래놀이가 좋았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렇다. 서울의 놀이터의 모래는 야생 고양이의 대변과 소변, 그리고 여러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는 지저분한 오물 덩어리였다. 모래를 만지며 가지고 노는 것은 꺼려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아이들에게는 제한 사항이 없는 좋은 놀이 장난감이었다. 손에 모래가 묻고, 발에 모래가 묻는다면 잠깐 바닷가로 들어가 몸을 헹구면 그만이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이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하지만 해수욕장을 다른 면에서 보면 더러운 쓰레기와 오물들이 넘쳐난다. 모래 장난을 하다 보면 손에 집히는 것은 쓰레기 더미다. 그동안 해수욕을 한 어른들이 남긴 유산이지만, 아이들은 그 쓰레기를 만지며 놀 수밖에 없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준다면 좀 더 깨끗한 해수욕장을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른들이 잠깐 편하고자 했던 행동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불편한 순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스텔라와 소피아는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게 참 좋은가보다. 하지만, 나와 챌리 나는 모래가 묻을세라 조심한다. 아무래도 다시 차를 끌고 복귀해야 하는데, 옷이 젖고 모래로 범벅이 된다면 운전을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으니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래도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Leica SL을 들고 아이들을 찍어본다. 맑은 하늘에 맞추어 필름 컷 수를 걱정하지 않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니 재밌는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다. 비싼 카메라가 망가질 거라 생각하고 장롱 속에만 들어가 있다면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없다. 당연히 카메라는 추억을 남기는 도구이지, 장롱 속에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하는 가보가 아니다.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용기를 내어 사진을 찍어야 한다. 까짓 거 고장 나면 A/S를 받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A/S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면? 당연히 와이프 몰래 더 좋은 카메라를 살 꺼라는 용기도 내어보면 그만이다. 물론, 이 글을 챌리 나가 본다면 당장 뭐라 할지 모른다.

좀 더 용기를 내어 바닷가까지 들어가 본다. 어차피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도구다. 이런 멋진 순간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카메라를 들고 갔기 때문에 찍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모델은 가족이고, 나의 피사체는 가족이다. 그러니 가족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항상 카메라를 휴대해야 한다. 어느 장소든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찍어야 한다. 우리 가족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음 편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