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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ug 29. 2022

거리 사진 11 - 다시 새롭게 돌아보기

이전 편 소개


https://brunch.co.kr/@pilgrim6/64


Street Photography의 장점은 거리의 미묘함을 포착하여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인내심을 작품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은 또 다른 시각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분명 무언가 변화하는 거리의 모습이긴 하지만, 우리의 시각으로는 그 변화의 모습이 너무나 느리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너무나 자주 보는 광경이기 때문에 당연히 "재미없는" 사진을 만들기가 쉽다. 얼마 전 필자는 이문 시장을 카메라를 들고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다른 걸 떠나, 그곳은 서울에 몇 안 남은 연탄가게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카메라를 찍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눈은 "왜 찍냐?"와 "돈이 되냐?" 그리고 "별 것 아닌데 왜 찍냐?"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의 눈으로 볼 땐 별거 아닌 모습이긴 하다. 어떠한 변화도 없는 시각이긴 하지만, 이 사진을 10년 후 - 혹은 20년 후 보았을 때의 모습은 분명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사진을 찍곤 한다. 그리고 내가 놓친 그 무언가에 대한 가치도 분명 사진을 통해서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찍어보기도 한다. 필자의 꿈은 작가이긴 하지만, 내 글을 좀 더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분명 "사진"이라는 매체도 충분한 보완재로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사진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고르라 그러면 잠시 고민을 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편은 동일한 길을 동일한 시각에 다른 카메라와 렌즈로 찍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장비는 Leica MP + 보이그랜더 녹턴 35/1.2 ASPH 2와 후지 필름의 슈 페리아 프리미엄 400이다. 당연히 어떠한 필터와 후보정 없이 촬영을 하였는데,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오랜 직장생활로 구부정한 허리를 보완하기란 쉽지 않은지 내 사진들은 조금씩 기울인 채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구도적으로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양해의 말씀을 전한다. 단, 어떠한 후보정 없는 필름 사진인 만큼 아날로그적 느낌도 함께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한다.


빨래(Leica SL + Sigma DG DN 24-70/2.8, Kenko Nostaltone Orange)
빨래(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필름 사진의 매력은 어떠한 기계적 조작 없이 렌즈와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조합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데 있다. 이 사진의 결과는 때론 실패를 동반할 수 있지만, 그 실패조차도 촬영자의 미숙함 보다는 "빛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만큼 의미 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사진을 돌아보며, 필름 사진의 실패작은 실패가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디지털카메라의 결과물도 실패는 아니다. 당연하지만 사진이 좀 더 마음에 들고, 덜 마음에 들뿐이다.

이문동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찍은 사진을 다시 바라보면 마음에 안 드는 경우는 있지만, 늘 땀을 흘리며 걸어 다녔던 그 거리에 대한 추억이기에 내가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한 추억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리사진의 결과 문들을 모아서 하나의 아카이브로 만드는 것도 작은 꿈이자 소망일지 모른단 생각도 담아 본다.

이문동의 거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변함없다. 물론, 몇 년 전 이 거리를 재개발을 하려 추진을 하였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토지의 지분 문제도 있을 것이고 사업성 평가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사업이 진척이 되는가 싶더니 현재는 소강상태다. 단, 근처의 이문 1, 3, 4구역은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니 언젠가는 이곳도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주거구역이 너무 아파트 위주로 진행이 된 다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좁은 골목(Leica MP, Voigtlander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거리는 늘 습기가 차 있다. 습기가 찬 거리에는 이끼가 끼기 마련이다. 이곳의 거리에 보이는 이끼의 흔적. 이 흔적은 어찌 보면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가 공존해 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 처음에는 이끼가 없었을 그런 거리였지만, 어느 순간 어디서 나왔을지 모를 이끼들은 우리의 거리를 채우곤 한다. 그리고 그 이끼는 다시 죽고 새까만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가끔 이러한 거리에서 보이는 달팽이와 지렁이들. 어찌 보면 생명이 공존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녹슨 철망(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그리고 한 편으론 녹슨 철망이 늘 눈에 띄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곳은 재개발 호재가 있던 시기에 모든 보수공사를 멈췄을 수 있다. 아니면, 굳이 비용을 투자해가며 보수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 모르겠다. 하지만, 늘 보이는 곳은 녹슨 철망과 대문들이다. 이 것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추억과 함께 아련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당연히 아날로그 필름의 질감과 함께 만들어낸 이미지는 더욱 우리를 아련하게 만든다.

이제는 잊힌 추억일 수 있다. 어린 시절 뛰놀던 그런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곳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분명 누군가는 여전히 불편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아련함을 우리는 사진으로 - 필름으로 - 기록으로나마 다시 지켜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때론 아련한 추억들이 사진으로 보았을 때 다시 한번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그곳. 혹은 어린 시절 늘 바라보았던 그곳. 그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 우리는 사진으로, 필름으로, 혹은 이런 블로그로 볼 때마다 다시 한번 기억을 되새기면 될 뿐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던 놀이 테이블(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이런 돌담 하나도 우리에겐 추억의 장소다. 이곳에서 구슬치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모여 만화책을 돌려보기도 했고, 혹은 딱지치기 게임 테이블인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것이든 우리에겐 놀이 테이블이었다. 이런 곳의 추억은 이제 점점 사라져만 간다. 아련한 골목의 추억. 혹은 이곳을 다시 지나간다면, 또 다른 모습으로나마 기억을 되새겼으면 한다.


색의 향연(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옥상의 작은 정원(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기울어진 전봇대와 함께(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화창한 하늘의 골목(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녹슨 철망(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어지러운 전봇대(Leica MP, Voigtlander Nokton 35/1.2 ASPH 2, Fuji film Superia Premium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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