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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ug 28. 2022

거리사진 10 - 다시 돌아보기

이전 편 소개


https://brunch.co.kr/@pilgrim6/45

이전 Street Phtography를 통해 신이문역 부근 이문 제2 개발 구역을 필름과 흑백사진으로 돌아보았다. 그때는 Leica SL + Sigma DG DN 24-70/2.8과 Leica MP Summicron 40/2.0 Kentmere 400으로 촬영을 하였다. 그날의 촬영은 최대한 흑백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촬영을 하였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세상은 다양한 색들의 조화로 이루어졌기에 색에 대한 매력도 표현해보가자 했다.  이번에는 장비와 필름을 새롭게 하였다. 물론 직장인의 삶이기 때문에 다양한 렌즈와 장비를 구비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있다. 당연히 내가 부담되는 선에서 활용을 하였다.


첫째는 컬러의 색감을 좀 더 강조하고자 컬러 필터를 구매하였다. Kenko의 Nostaltone Orange 필터이다. 해당 필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회상씬 혹은 석양이 지는 씬에서 주로  표현하는 필터이다. 즉, 색감은 좀 더 강하게 하되 소프트한 표현은 약하게 표현하는 필터이다. 이 필터의 특징은 아래 사진과 같다. 아쉽게 삼각대가 없어 동일 구도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아래의 색감을 통해서 이해를 해 주었으면 한다. (사진을 촬영한 일자는 한창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다 잠시 멈추던 시기로 어두운 먹구름이 Nostaltone Orange 필터와 어울릴 것 같아 활용을 하였다.


좌)Kenko UV Air 필터, 우) Kenko Nostaltone Orange 필터, Leica SL,  Sigma DG DN 24-70/2.8


필름 카메라도 기존 내가 선호하던 50mm에서 탈피하여 보이그랜더 녹턴 35/1.2 ASPH2 렌즈와 후지필름의 슈페리아 400을 활용하였다. 보이그랜더 녹턴은 저렴한 렌즈이지만 충분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어, 흔히들 Leica의 Summilux 35/1.4와 비교를 할만하다 한다. 그리고 후지필름 슈 페리아 400은 딱 일본의 햇빛에 맞게 설계된 필름이라 하여 우리나라의 햇빛과 어느 정도 유사할 것이란 판단에 활용을 하였다. 물론, 해당 필름은 햇살이 아름답게 내리쬐는 해변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차후 연재물을 통해 슈 페리아 400의 효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신이문역 부근 이문 제2구역은 어린 시절 추억이 있던 동네이다. 물론 이 동네를 살아보진 않았지만 학교 동창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종종 지나치던 곳이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 종종 소주 한잔을 하기 위해 방문하던 곳이기에 늘 머릿속에 남아있던 곳이다. 물론, 이곳의 추억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다 웃으면서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추억을 남긴 신이문역 부근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년 전이나, 중고등학생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부분은 없다. 물론, 과거 LPG 가스를 쓰던 곳이 도시가스를 사용하게 되고, 종종 보이던 연탄재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이문역 부근 이곳은 여전히 1 ~ 3번 출구라는 아파트 밀집 지역과 4 ~ 5번이라는 일반 주택가가 서로 충돌이 되어 운영이 되고 있다. 실수로 4번 출구로 나갔다면 1번 출구까지는 밖으로 나가 한참을 걸어야 도착하는 곳이다. 물론 4번과 5번 출구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걸어서 10초 컷을 찍는 역세권을 형성하듯 주택가 바로 옆에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토끼굴이라는 사람 한 명 간신히 빠져나가는 지하차도가 있다. 당연히 이러한 구조는 도시 계획으론 빵점이다. 민가에 지하철이 움직인다는 것은 지하철이 움직이고 도착하고 - 출발하는 그 소음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단 뜻이고, 지하도가 있다는 것은 지하도 때문에 발생하는 습기와 악취, 해충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이문역 입구. 바로 옆은 10초 컷 역세권(Leica SL, Sigma DG DN 24-70/2.8)
차가 지나다니는 토끼굴(Leica SL, Sigma DG DN 24-70)
사람 한 명 간신히 빠져나갈 토끼굴(Leica SL, Sigma DG DN 24-70)

하지만 이 토끼굴을 구상한 구상 가는 나름 본인이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지하도 곧곧에 토끼를 그려놓고 이문 토끼굴이라는 이름을 적어두었다. 하지만, 본인의 센스는 디자인 일부에만 발휘한 듯하다. 도저히 이 지하도는 사람 한 명이 허리를 펴고 걸어가기 힘든 정도의 높이로 만들었다. 이러한 토끼굴이 70년대 만들어졌다면 그나마 기술력의 한계 그리고 정부 정책의 한계라는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 토끼굴은 21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니 누군가의 마인드 속에는 아직은 70년대 행정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된다. 

사람 한 명 간신히 통과하기 힘든 곳이지만, 이곳은 배민 오토바이의 성지다. 이 토끼굴을 통과하면 5분이나 단축이 되니 많은 오토바이들이 신나게 다닌다. 그렇다. 이곳은 아직 많은 시간이 멈춰있는 부분이다. 행정이 멈춰있고, 이곳을 구상한 행정가들의 마인드가 멈춰있는 곳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이곳의 불편함에 대해 민원을 넣었겠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특히, 이곳의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올리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나 같은 거리사진 애호가들이나 방문을 해서 촬영을 하는데,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거리사진 애호가는 몇 명 없다는 것이 문제다. 


거리사진의 목적은 잊혀가는 거리의 사진을 찍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겠단 목적도 있겠지만 이러한 불합리한 거리의 모습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당연히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곳의 사진을 통해 기록으로 남긴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멘션과 좋아요로 의견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정적 문제가 있다면 민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여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거리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토끼굴을 바로 나오면 우리가 어린 시절 자주 보던 "문방구"가 보인다. 물론 초등학교와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이문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다), 과거부터 문방구를 열었기 때문에 과거의 모습이 아직까지 간직되어온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부를 촬영하지는 못했다. 전경을 촬영하는 것은 좋았지만, 내부를 촬영하려 하니 주인분께서 반대를 하셨다.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린 시절 문구점의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 4개의 문방구가 있었다. 그중 하나 기억나는 사보네 문방구는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 또래였고, 딸내미도 나와한 살 차이라서 종종 같이 뛰어놀던 기억이 난다. 문방구에 딱히 뭘 사려 하진 않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게 나오면 정신없이 한 시간이고 구경하던 시절. 조립식 프라모델 장난감이 새로 나오면, 혹은 BB탄 에어건이 나오면 그걸 정신없이 지켜보던 그때의 추억. 당연히 그땐 박스만 만지작 거리고 겉의 그림만 보더라도 그게 참 행복하다 느끼던 시절이었다. 아마 그 당시엔 모든 것들이 머릿속 상상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그 장난감을 사서 열심히 가지고 놀고 있었다.

장난감을 매달아놓은 어린 시절 문방구(Leica SL, Sigma DG DN 24-70)

이곳. 신이문역 부근은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의 골목이 아직 남아 잇는 곳이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 삼삼오오 모여 딱지치기를 하고, 캐치볼을 하던 그 시절의 모습. 그 당시만 하더라도 골목에 차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골목은 늘 우리들 차지였다. 해가 지기 전까지 열심히 놀며 보내던 시간. 딱히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무언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어제 잃었던 딱지와 구슬을 어떻게 다시 딸지 고민을 하고, 빳빳한 박스를 찾아 딱지를 만들던 그 추억. 

하지만 이 추억의 골목길은 군데군데 차들이 점령하였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자동차의 주차장으로 대체가 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그곳은 이제 주차장이 대신하지만, 어느 누구도 아이들의 놀이터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수많은 행정가들이 아이들의 공부만을 생각하는 것인지? 혹은 아이들의 놀이터는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인지. 이제 수많은 공간이 사람을 위한 공간에서 자동차를 위한 공간으로 점점 일려 가기 시작한다.

물론 골목길은 골목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서로의 건물과 집이 서로를 마주 보며 창문 하나 열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 당연히 건축가의 디자인 살력에 따라 각기 다른 지붕과 벽돌 색을 가지고 구성을 한다. 그러니, 우리의 골목길은 참 세상이 알록달록하다. 이런 골목길 사이를 두고 어느 누구의 주인도 아닌 이 땅은 언제나 항상 깨끗하다. 쓰레기 한 줌.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다는 모두들 한 마음으로 잘 정리하고 깨끗하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은 항상 오르막길이니 가끔씩은 공놀이를 할 때 아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많은 추억이 있는 이 골목. 색감이 들어가면 그만큼 정겨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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